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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 정우성의 탐구영역 [인터뷰]
작성 : 2023년 11월 24일(금) 08:21

서울의 봄 정우성 인터뷰 /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을 선택할 땐 배우로서 다수의 경계 지점이 존재한다. 배우 정우성은 그렇게 '서울의 봄'을 탐구했다.

22일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연출 김성수·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작품이다.

서울의 봄 정우성 인터뷰 /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개봉 전 진행된 시사회부터 호평을 받았던 '서울의 봄'에 대해 정우성은 "늘 어떤 작품을 할 때 바람은 있지만 예상을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코로나19 이전이었으면 이 정도 반응에 있어 어느 정도 기대 수치를 갖고 성공을 예감하지만, 지금은 극장 상황이 안 좋다 보니까 제발 손익분기점만 넘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번 영화가 성공해야 앞으로 영화 산업에 조금 더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응원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지난해 개봉한 '헌트'에 이어 이번 '서울의 봄'에서도 신군부 세력에 맞서는 인물을 연기한 정우성은 "가명을 쓰긴 하지만 사람들이 볼 땐 반란군과 대척점에 있는 한 인물로 볼 수 있지 않냐. 제 입장에선 좀 부담스러웠다"며 "감독님은 '그래도 괜찮다'고 하셨다. 그렇게 보이지 않게끔 이태신이라는 인물의 인간적인 고뇌의 측면에서 말씀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당'을 했다. 김성수 감독님은 제가 가장 존경하는 감독님이고, 저와 뗄 수 없는 분이다. 하긴 할 건데 이 인물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때 감독님한테 마음적으로 많이 기댔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서울의 봄'에서 정우성은 군사반란군에 맞섰던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을 모티브로 한 이태신 역할을 맡았다.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인물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을 터다.

이에 대해 정우성은 "작품이 모티브에서 상상의 세계로 넘어오지 않냐. 12·12 사태라는 사건은 있지만, 그 사건의 팩트 안에서 이태신을 어떻게 그려나가야 될지에 대해 생각했다. 다만 오히려 더 멀리 대척하려고 했다"며 "영화를 준비하기 위해 모티브가 됐던 어떤 사건에 대해 더 공부를 할 때도 있지만 이번엔 오히려 더 떨어져서 이태신을 찾아가고 만들어가는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정우성은 "차분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감정적인 부분에서 고충도 있었다. 전두광(황정민)이 개인적 사심의 폭주이기 때문에 조금 더 이성적인 대처를 해야 하고, 다가오는 것에 대해 맞서는 부분도 부딪히는 것이 아니라, 한 발 다가가면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보고, 관찰하고, 이해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서울의 봄 정우성 인터뷰 /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특히 이태신은 신군부세력에 맞서며 홀로 외딴섬이 되는 인물이다. 오로지 올곧은 자신의 신념 하나로 맞선다. 이에 대해 정우성은 "외로움을 보여주려고 했다. 어떤 집단이 패거리에게 졌을 때 그 힘에 이끌리지 않냐. 그런 상황 속에서도 패거리와 상관없이 고민하는 인간이 바로 이태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보며 이태신은 외로워진다. 사실 외롭다. 이태신은 매번 앵벌이 연기를 해야 한다. '보내주십시오' '들어오셔야 합니다' 이렇게 빌고, 부탁하고, 간청한다. 그게 너무 답답하다. 그런 상황에서 발현되는 외로움이 이태신이라는 사람을 완성 짓는 하나의 감정 요소가 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다만 정우성은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느낌은 '기가 빨렸다'다. 김성수 감독님의 영화를 보고 나면 완성본에서 느껴지는 하모니와 현장에서 그 캐릭터에 몰입했을 때 감정 이상의 느낌이 있다. '서울의 봄'도 그런 감정 상태가 느껴졌다. 영화에서 전체적으로 만들어진 공기가 약간 기 빨리는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서울의 봄 정우성 인터뷰 /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무엇보다 '서울의 봄'은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이미 쓰인 역사가 영화의 스포일러가 된다.

이에 대해 정우성은 "정해진 결말이 캐릭터를 운반하는데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 다만 사건의 결말보단, 감독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이 사건이라는 틀 안에서 인간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탐구를 하시더라. 이태신, 전두광, 육본(육군 본부) 등, 이태신이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선택을 했고, 전두광도 인간이기 때문에 자기감정에 대한 충실함이 있고, 그런 탐구였다"며 "사건의 승자와 패자를 다루려고 하시지 않는다는 게 느껴졌다. 이태신이라는 인간이 자기 본성에 어떤 선택을 하는지 충실하게 보여주고 하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우성은 "제가 인간을 다루는 직업이지 않냐. 2~30대 때는 작품에 스스로 의미를 많이 뒀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의미부여도 중요하지 않다. 그걸 강요해서도 안된다. 제가 그 의미를 찾는 것이 아니라, 보시는 분들, 즉 타자가 그 의미를 찾아서 부여해 주시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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