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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연 PD의 '데블스 플랜' [인터뷰]
작성 : 2023년 10월 18일(수) 08:00

정종연 PD 인터뷰 / 사진=넷플릭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가볍고 짧은 숏폼 콘텐츠나 스낵컬처 홍수 속, 깊고 몰입감 넘치는 서사가 시청자까지 정종연 PD의 '데블스 플랜'으로 끌어들였다.

정종연 PD 신작으로 화제를 모은 '데블스 플랜'은 변호사, 의사, 과학 유튜버, 프로 게이머, 배우 등 다양한 직업군의 12인의 플레이어가 7일간 합숙하며 최고의 브레인을 가리는 두뇌 서바이벌 게임 예능. 넷플릭스를 통해 12부가 모두 공개됐다.

'데블스 플랜'은 정종연 PD가 넷플릭스와 함께 한 첫 작업이기도 했다. TV방송과 또 다른 작업 환경이었을 텐데 어땠는지 궁금해졌다. 정종연 PD는 가장 먼저 매일 공개되는 '순위'를 언급했다. "시청률은 없지만 매일 공개되는 순위가 그것도 그것 나름의 스트레스더라. 순위가 좋으면 좋은 대로 떨어질까 두렵더라"면서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기본적으로 대세 플랫폼이라 대중과 접촉면도 넓고 (두뇌 게임이다보니) 어려운 프로그램인데도 외연 확장에 도움이 된 거 같다"고 밝혔다.

특히나 대형 OTT 중 한 곳이라 금전적 지원에 있어서도 다른 점이 있었다. 그는 "아무래도 예산도 많이 쓰게 되는 상황이라 프로그램 입장에선 도움이 됐다. 보통은 예산부터 정하고 프로그램에 들어가지 않나. 넷플릭스는 필요한 부분에서는 돈을 쓰게 해주신다. 예산이 더 필요하면 얘기했을 때 설득하는 되는 분위기더라. 그런 건 좋았다. (설득하더라도) 돈을 만지는 분 입장에선 필요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나. 그런 점에서 넷플릭스가 많이 도와줬다"고 설명했다.

'데블스 플랜'을 비롯한 두뇌 서바이벌은 각종 게임을 통해 생존자와 탈락자가 나뉘게 된다. 게임이 프로그램 흐름에 있어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어, 정종연 PD는 그만큼 게임테스트에서 많은 시간을 들였다. 그렇다보니 인건비 등 비용도 많이 들인 과정이지만, "그래도 뜻대로는 안 된더라"면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그렇다면 게임을 구상할 때 어떤 면을 가장 신경 쓸까. 정종연 PD는 "게임 자체가 보드게임처럼 균형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 파훼법이 나오는 게 재미있어서 그런 것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다만 쉽게 오픈되면 안 되기 때문에 그 균형점을 잡는 게 쉽진 않더라"고 이야기했다.


'데블스 플랜'에서는 초반 게임의 경우 연합을 이루는 것이 생존에 유리한 경우가 많았다. 이와 관련해 정종연 PD는 "연합이 있어야 하지만 사이즈의 문제인 거 같다. 충분히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혹은 우승할 수 있는 적절한 사이즈가 있긴 했다"면서 "연합이 꼭 필요하지만 다수일 필욘 없었다. 많이 뭉친다고 유리한 게임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초반 궤도를 필두로 뭉친 '피스 소수 연합'이 다수가 되고, 이들의 게임 방식은 공리주의(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를 화두로 가져왔다. 시청자 사이에서도 프로그램 취지에 맞냐 아니냐를 두고 다양한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정종연 PD는 "궤도만의 방향성이 있었던 거다. 저희에겐 생소하고 첫 경험이었다. 뜻하지 않았던 어려운 과제여서 당황하긴 했지만, 서바이벌 게임을 하면서 시청자도 처음 만나는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지 않았나 싶더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궤도에 대해 "싫어하는 분들도 있지만 뛰어난 플레이어였다. 그의 방향성이 서바이벌과 맞냐고 한다면 그건 다른 문제지만, 진정성도 있었다 생각한다. 저의 생각과 관계없이 궤도를 좋은 플레이어로 인정할 수박에 없다. 우승을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흐름이었다"고 말했다.

소수 연합에 의한 일반인 참가자 김동재 씨의 탈락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현역 대학생이면서 포커 플레이어로 활동할 정도로 유능한 인재지만, 공격적인 플레이 성향은 그를 표적이 되도록 만들었고 결국 조기 탈락으로 내몰았다.

이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시청자 반응과 관련해 "균형과 별개로 첫 게임에서 워낙 잘해서 팬들이 생겨 아쉬웠던 거 같다"면서 "그가 떨어진 이유가 있지 않나. 그가 간과한 지점이 있는 거다. 그게 탈락으로 이어진 부분이다"고 분석했다.

연출자로서는 "나중에 석진 씨와 시원 씨의 각성으로 스토리 라인으로 이어져서 그것도 나름의 흥미로운 지점이었다"면서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스토리가 변하는 재미가 있다. 제작하는 입장에서 그런 재미는 있었다"며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소수 연합'에 대항하기 위해 피스를 다수 가진 이들도 힘을 합칠 수밖에 없었다. 김동재를 유의 깊게 지켜보던 하석진은 그의 탈락으로 일종의 각성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러한 서사가 만들어진 것과 관련해 정종연 PD는 "초반 이틀 정도는 (하석진이) 게임에 못 들어온다는 느낌이었다. 소극적이란 느낌이 있었다"며 "이후 스토리가 나름 이어지고 하석진이 몰입하는 흐름이 괜찮았던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참가자들은 하루 게임 루틴에 대해 '잔인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로 생존을 걸고 싸운 뒤 상금을 높이기 위해 의기투합해야 하는 형태로 진행됐기 때문인데, 이러한 게임 운영 의도에 대해서는 "실력 있는 플레이어의 필요성을 어필하고 싶었다. 그런 플레이어가 있어야 상금이 올라간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고 답했다. 또한 "막 싸우다가도 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어떤 판단을 할까 보고 싶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정종연 PD는 현재 두뇌 서바이벌·추리 예능의 인기 선봉에 선 인물이자 '개척자'였다. "그동안 그런 예능에 없었기에 좋았던 거 같다. 검증 안 된 장르를 시도한다는 게 처음엔 두려움이 있다. 기회가 있을 때 시도했기에 아직까지 PD를 하고 있지 않나 싶다.(웃음)"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장르가 해외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엔 놀랍다는 반응을 보인 정종연 PD는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 지니어스' 해외 팬들도 있다고 들었지만, (이런 장르를) 처음 보는 분들도 많았을 텐데 길고 복잡한 룰 설명을 뚫고 재미있게 시청해주신 분들이 많았다는 게 놀라운 포인트다. 해외팬분들을 신경써서 해야겠다 싶더라. 규칙 레이스도 '영어 문장으로 해도 됐는데' 싶었던 새로운 체험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이러한 두뇌 서바이벌 예능 장르에 프라이드가 높은 만큼, 정종연 PD는 자신이 할 수 있을 때까지 욕심도 놓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는 "몰입하기 너무 좋지 않나. 텐션 있는 시청이 가능해서 좋은 거 같다. 드라마 스릴러, 범죄물을 볼 때 집중하지 않으면 졸리지 않나. 그런 텐션과 집중도를 요구하면서, 그다음까지 손이 가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라 생각한다"고 두뇌 서바이벌의 매력과 애정을 드러낸 것.

사실 요즘은 가볍게 백색소음처럼 틀어놓는, 혹은 '밥친구'와 같은 스낵컬처를 선호하는 것이 시청 습관으로 자연스럽게 자리잡았다. 그럼에도 '대세'와 반대되는, 높은 집중도를 요구하는 두뇌 서바이벌 같은 장르를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했다. "모든 예능을 다 똑같이 만들 수 없지 않나. '요즘 사람은 이런 걸 좋아하니 이런 걸 만들어야 해'하고 평생을 그렇게 일하지 않았다. 물론 유행을 무시하는 것도 나쁜 태도다. 저도 이쪽 업계 일을 하면서 유튜브 맨날 보고, 오디오만 듣고 이런 걸 좋아한다. 그런 게 대세 문화라도 보이는 현상일 뿐, 좋은 작품이 나오면 다 본다고 생각한다. 집중력이 필요한 드라마 '더 글로리'나 영화 '오펜하이머'처럼, 텐션 있는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니즈가 항상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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