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故 박종환 전 축구 대표팀 감독이 믿었던 지인에게 사기를 당했던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15일 저녁 방송된 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이하 '마이웨이')에서는 1983년 '세계 청소년 축구 4강 신화'를 이끈 승부사 故 박종환 감독의 마지막 가는 길을 공개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지난해 진행됐던 박종환 감독의 생전 인터뷰 영상이 공개됐다. 당시 심각한 우울증을 앓았던 박종환 감독은 "내가 나이가 많으니까 친구는 별로 없고, 제자들이 많다. 내가 먼저 전화하기엔 제자들도 나이가 60, 70대라서 힘들다"며 "의리와 정 때문에 사는 사람인데 그게 무너질 땐 상상할 수 없을만큼 힘들다"고 털어놨다.

이어 "우울증이라는 건 내가 느낄 수 있게 오는 게 아니라 갑작스럽게 오기 때문에 저도 깜짝깜짝 놀랐다"며 "나이가 있다 보니까 욕심은 많고, 움직이는 것은 좀 부족해서 그런 것(우울증)이 오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종환 감독이 아내와 사별 후 집도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할 수밖에 없던 사연도 전해졌다. 박종환 감독은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친한 친구들, 선배들 돈을 좀 빌려줬다. 7~8명한테 빌려준 것이 몇 천만원이 아니다. 있는 걸 싹 줬다"고 고백했다.

박종환 감독은 "한 푼도 못 받고 얼굴도 못 보는 신세가 됐다. 그걸 내가 돈 받으러 가야겠다고 안 한다. 네가 가져갔으니 언제는 가져오라고 한다"며 "누가 보면 박종환이 아직도 화려하게 잘 살아 보이지만 비참하기 한이 없는 사람"이라고 씁쓸함을 드러냈다.

박종환 감독은 지난 7일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별세했다. 향년 87세.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