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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철 감독이 '너와 나'를 위로하는 방법 [인터뷰]
작성 : 2023년 10월 16일(월) 08:01

영화 너와 나 조현철 감독 인터뷰 / 사진=필름영,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겸 감독 조현철의 이야기이자 관객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누군가의 이야기 같지만, 어쩌면 '너와 나'다.

배우 조현철의 첫 번째 장편 연출작인 '너와 나'(연출 조현철·제작 필름영)는 서로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마음속에 담은 채 꿈결 같은 하루를 보내는 고등학생 세미(박혜수)와 하은(김시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앞서 '너와 나'는 지난해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제48회 서울독립영화제, 제10회 마리끌레르영화제, 제11회 무주산골영화제, 제25회 정동진독립영화제, 제23회 가오슝영화제, 제18회 파리한국영화제에서 먼저 관객들과 만난 바 있다.

이어 약 1년 만에 정식 개봉을 앞둔 조현철 감독은 "부국제(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할 땐 궁금하기도 했지만, 떨리기도 해서 긴장이 많이 됐다. 그래도 지금은 별다른 생각이 안 들고 무덤덤하다"며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말을 건다는 느낌보단 특정 개인한테, 특히 하은이한테 위로를 주겠다는 마음으로 썼기 때문에 특별한 감상이 들진 않는다"고 소감을 전했다.

영화 너와 나 조현철 감독 인터뷰 / 사진=필름영,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특히 '너와 나'는 약 7년의 준비 과정을 거쳐 이제야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조현철 감독은 "2016년에 이야기에 대한 발상이 생겼다. 계속 시나리오를 혼자 고치다가 2019년에 PD님을 독립 영화 프로그램에서 만나서 함께하게 됐다. 그 이후 2021년 봄에 투자를 받고 제작에 들어갔다"며 "투자를 받을 때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원사업 같은 것도 족족 떨어지고, 투자도 엎어졌다. 근데 생각보다 무덤덤하게 이 작품에 세상에 나오게 될 영화라는 생각을 계속했다. 될 것이라는 예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조현철 감독은 "모든 창작자가 개인의 이야기로부터 출발해서 주변의 이야기들로 엮어나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제가 2016년에 사고를 겪었고, 그거로 인해 삶과 죽음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다"며 취재진을 향해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그러시겠지만 크고 작은 아픔을 안고 사시지 않냐. 저희 영화는 특히나 스태프나 배우들이나 그런 게 많았다. 조금 더 끈끈하고 개성 있지 않나 싶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조현철 감독은 "돌이켜보면 제가 하은이로 대표되는 무언가를 위로하겠다고 시작했지만, 돌이켜보면 두 아이의 이야기를 쓰면서 위로를 받았던 것 같다"며 "제가 이걸 준비하면서 위로를 받은 만큼, 관객들이나 함께 참여한 사람들이 똑같이 위로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확신 같은 게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사실 2016년에 이 작품을 시작했을 땐 스스로 뭔가 개인적인 사건에서 가까운 시점이다 보니까 감정적으로 널뛰기를 많이 했는데 빠져나오다 보니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는 것 같다"며 "어떤 사건이나 이야기, 감정이나 구체적인 사실들, 진실들에 파묻혀 있기보단 조금 더 넓은 시선이 갖고 싶어 졌다"고 덧붙였다.

영화 너와 나 조현철 감독 인터뷰 / 사진=필름영,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너와 나'는 2014년 벌어진 세월호 사건을 작품 내에 녹여냈다. 두 고등학생의 우정과 사랑을 다루면서도, 그 안에 세월호 사건을 녹여내며 먹먹한 그리움과 위로를 담아냈다.

조현철 감독은 "제가 사고를 겪고 죽음에 대해 생각했을 땐 첫 번째는 공포스러운 감정이 느껴졌었다. 그 공포 이면에 어떤 삶의 본질에 대한 생각도 함께 찾아왔다. 그때 느꼈던 감정이나 세세한 감정의 세부 같은 것들이 저희가 아주 커다란 숫자로 뭉뚱그려 이야기하는 것보단 하나하나씩 존재했다고 생각하니까 되게 다르게 다가오더라"며 "사람들은 왜 굳이 이걸 끄집어내서 기억하냐고 얘기하지만, 제 의지를 떠나서 제가 이걸 기억하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너와 나'에선 햇빛을 이용한 연출이 돋보이는 다양한 장면이 등장한다. 이에 대해 조현철 감독은 "삶과 죽음, 너와 나, 자신과 타인 등 딱 나뉘었다고 생각하고, 의심하지 않던 것들의 경계를 조금 흩뜨려놓고 싶었다. 꿈과 현실이 모호하게 표현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너와 나' 특유의 색감과 관련해선 "80년대부터 90년대 후반까지 필름을 사용하지 않았냐. 그런 것들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있었다"며 "저 또한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색감에서 오는 정서들을 잘 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작품 속 자주 등장하는 거울 속 시선에 대해 조현철 감독은 "단원고 앞에 있는 공원에서 가져온 소품이다. 그 거울은 세미의 모습이 비친다. 그 거울은 아마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곳에 있었겠죠"라며 "단원고에 다니는 학생들, 세월호에 탑승했던 아이들의 모습이 한 번쯤은 그 거울에 맺혀있었다는 걸 담고 있다"고 전했다.

'너와 나'에선 주인공들을 비롯해 주변인들 대부분이 여고생들이다. 각 인물을 연기한 배우들은 그 세대만이 가진 특유의 감성과 감정선들을 세밀하게 그려냈다.

영화 너와 나 조현철 감독 인터뷰 / 사진=필름영,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조현철 감독은 캐스팅과 관련해 "기존 콘텐츠들에서 느껴지는 학생들의 전형적인 모습들을 그대로 하면서도,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했다. 조금 복합적이고, 뭔가 미우면서, 사랑스럽고, 슬프지만 웃긴 그런 면들이 중요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배우가 가진 생동감이 중요했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배우가 자신의 쪼를 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말을 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이 배우 자체가 가진 캐릭터가 유머러스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 배우들을 찾는데 노력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주연을 맡은 배우 박혜수는 지난 2021년 학교 폭력 가해자 의혹에 휘말리며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주연 배우의 학폭 논란으로 '너와 나' 역시 한차례 위기를 겪었다.

이에 대해 조현철 감독은 "모든 스태프들이 이미 내부적으로 회의를 하긴 했지만 박혜수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기사로 나가는 것만 보고 '박혜수가 이런 사람이다'라고 판단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라며 "저희가 경험한 박혜수가 있고, 인터넷에서 떠도는 상황은 얼마든지 과장되고, 왜곡될 수 있다는 걸 저희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저희 동료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고 털어놨다.

조현철 감독은 "더 이상 그런 일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 산업이, 이 업계가, 폐기 처분된 상품 취급하더라도 이 사람이 한 행동,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 저희한테 눈물을 흘리면서 했던 자신은 무고하다는 주장을 믿고 싶었다. 함께하기로 결정한 이후로는 두려움 같은 것들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영화 너와 나 조현철 감독 인터뷰 / 사진=필름영,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누군가는 '너와 나'의 시작점을 세월호 사건이라 하겠지만, 조현철 감독에겐 2016년의 어느 날이다. 당시 상황에 대해 조현철 감독은 "2014년도에 사건이 일어났을 땐 굉장히 피상적으로 느껴졌었다. 이 비극이 제 이야기는 아니었던 거다. 그러다 제 인생에서 어떤 사건을 겪고, 다른 관점을 갖게 됐고, 제가 외면하고 잊으려고 했던 기억을 다시 꺼내게 됐고, 관심을 갖게 됐다"며 "그때부터 삶의 이야기, 비극, 거기에 제 이야기를 엮어 넣으려고 했다. 세월호라는 것이 저한테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느 정도 제 이야기, 저의 삶의 이야기가 됐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조현철 감독은 "저는 전엔 유명해지고 싶었고, 유명한 상업영화에서 주목받고 돈 많이 벌고 사랑받고 싶었다. 하지만 이젠 조금 다른 것들이 보이지 않나 싶다"며 "타인의 고통이라거나 혹은 일어났던 사고들, 죽음들에 관심을 갖게 됐다. 연기를 하게 되는 것도 기술적인 것보다 태도의 측면에서 거리를 두려고 했다. 이 산업이 되게 자극적이고, 미치게 만들고, 아프게 만들고, 많은 사람을 죽게 만든다. 그걸 빠져나와서 보게 되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고 전했다.

동시에 '너와 나'는 여고생들의 사랑 이야기를 담아냈다. 대중은 이를 퀴어 작품이라 부르지만, 이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조현철 감독은 "이러한 지점들이 약간 이상한 기분이 든다"고 답했다.

이어 "멜로 영화를 볼 때 이게 만약 남녀의 사랑이었으면 이런 질문이 나왔을까 싶다. 저에겐 너무 자연스럽고 보통의 일이다. 남자-남자의 사랑, 여자-여자의 사랑하는 것은 이상할 것이 전혀 없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조현철 감독은 앞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 시리즈를 통해 얻은 인기에 대해 "제가 한 어떤 일들이나 연기, 글 이런 것 보다 제 이름이 더 퍼지는 것을 항상 경계해 왔다. 저는 조용히 뭔가 할 수 있는 걸 하면서 살고 싶다"고 인사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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