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고윤을 함의하는 키워드는 다소 무겁다. 아버지 김무성이 워낙에 유명한 국회의원이라 고윤이란 이름보다 아버지의 이름이 더 앞섰다. 하지만 김무성 아들이 아닌 '배우 고윤'의 서사가 궁금했다.
고윤의 집안은 친할아버지, 외할아버지, 아버지가 모두 국회의원인 정치계 집안이다. 하지만 정작 고윤은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 그는 "집안에 국회의원이 세 명이나 있다 보니까 집에서 '정치 빼고 다 해라' 하셨다. 선을 그으셨기 때문에 어렸을 때 정치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두 명의 누나는 모두 미술을 전공했다. 고윤 역시 미술을 하고 싶었으나 미술로 꿈을 이룰 순 없었다. 화실에 다니지 않고 혼자 노력해서 미대에 합격했으나 '너까지 미술하면 자식 셋 다 미술하는 거 아니냐'는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치며 미술을 포기한 것.
결국 고윤은 당시 합격했던 미국의 명문인 리하이대학교에 진학하며 진로를 틀었다. 전공 역시 주변인들의 조언에 따라 회계학과로 전과했다. 그는 "'우리 학교는 회계학과가 유명해서 회계학과 다니면 쉽게 취직된다'는 말을 들은 거다. 그 말 듣고 큰 생각 없이 회계학과로 전과를 했다. 근데 공부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더라"라고 회상했다.
그렇게 고윤은 이른 시기, 군대를 택했다. 그리고 상병 정기 휴가 때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만나며 운명처럼 배우를 꿈꾸게 됐다. 그는 "조정석 선배님 무대를 봤다. '관객한테 전율을 주는 무대가 있구나. 나도 누군가에게 영감과 전율을 줘보고 싶다' 하면서 막연하게 꿈꿔왔다. (조정석) 연기를 보는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고 전했다.
연기를 너무 하고 싶었던 고윤은 무작정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러다 연기학원에서 영화 '가문의 수난' 스태프 모집 공고를 보게 됐다. 그는 "'건장한 남성을 모집한다'더라. 연출 막내로 합류해서 촬영 기간 전부다 참여했다. 그러다 감독님이 '왜 하게 됐냐'고 물으셔서 연기자가 꿈이라고 했다. '지나가는 역할에 대사 한 번 해볼래?' 해서 연기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후 고윤은 드라마 '아이리스2' '호텔킹' '미스터 백' '오늘부터 사랑해' '피리부는 사나이' '몬스터' '크리미널 마인드' '사랑, 기억에 머물다' '부잣집 아들' '간택 - 여인들의 전쟁' '시지프스: the myth' '아다마스' '미씽: 그들이 있었다 2', 영화 '국제시장' '오늘의 연애' '인천상륙작전' '이별식당'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였다.
여기에 최근 영화 '가문의 영광: 리턴즈'(이하 '가문의 영광6')에 출연하며 첫 코미디 영화에도 도전했다.
고윤은 쑥스러워 하면서 "'얼굴이 여러 개 있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다. 이번에 '가문의 영광6' 일반 시사 끝나고서 알고 지내던 작가님이 연락이 왔다. '네가 니마이, 쌈마이 둘다 되는지 몰랐다'고 '영화 잘 되면 언급이 될 것 같다'고 칭찬해주시더라"라며 "이미지 변신이라고 하면 말이 그렇지만 점도 붙이고 우스꽝스러운 머리도 하면서 신선한 시도를 했다. 제가 분장을 안 하고 현장에 가면 가끔 스태프분들이 못 알아보기도 했다"고 일화를 전했다.
특히 고윤은 '가문의 영광6' 속 캐릭터인 종칠을 계기로 또다시 코믹 캐릭터 제안이 들어온다면 더없이 행복할 것 같다고 했다. 어떤 캐릭터를 하고 나서 그 다음 작품이 들어오는 것을 보면 해당 작품의 성공 여부를 알 수 있다는 것. 그러면서 고윤은 "계속 현장에 불리는 배우"가 되길 원했다.
말처럼 고윤은 다양한 작품 공개를 앞두고 있다. 이미 디즈니+ '화인가 스캔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플레이어2' 등의 촬영을 마친 상태다.
가문의 영광 리턴즈 고윤 / 사진=얼리버드 엔터테인먼트 제공
2011년 '가문의 수난'으로 시작해 고윤은 어느덧 데뷔 10년을 넘겼다. 지난 10년을 돌아보면서 "운동장 한 바퀴 돈 것 같다"고 비유한 그는 "안 해본 장르가 없다. 일일드라마, 주말드라마, 저예산드라마, 웹드라마, 블록버스터 등 진짜 다 해봤다. 역할도 경찰, 깡패, 거지, 중국인, 일본인, 교포, 재벌 등 조, 단역 안 해본 것 없이 한 바퀴 돌았다. 이제 다시 신발 끈 고쳐매고 다시 돌려고 한다. 앞으로 다섯 바퀴는 더 돌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웃었다.
특히 그는 지금 시기를 두고 "이제야 조금 힘이 빠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20대 때는 힘 빼는 게 어려웠다. 어떻게든 신을 따먹고 싶어서 온갖 힘이 다 들어갔는데 이제 서른 다섯 되니까 '힘을 조금 빼야 관객분들이 연기를 봐주실 수 있는 공간이 생기는구나' 알게 됐다. 앞으로가 더 기대가 된다"고 했다.
고윤은 자신의 40대도 내심 기대 중이다. '40대 때 잘 될 얼굴이야'란 말을 너무 많이 들은 덕이다. "저는 20대 때부터 잘 되고 싶었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그는 "'나는 왜 20대 때 안 되지' 조바심이 났는데 그러다 보니 마흔까지 5년 밖에 안 남았다. 이제는 언제라도 잘 되고 싶다"고 간절함을 표했다.
"외로움이 많은 성격인데 현장 가면 60~70명씩 있으니까 너무 좋아요. 다들 하나만 바라보고 힘 합쳐서 하잖아요. 그 재미에 연기하는 것 같아요. 저는 꾸준히 다작하는 배우이고 싶어서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얼굴들 선보이는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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