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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빙' 류승룡이 만난 초능력자들 [인터뷰]
작성 : 2023년 10월 04일(수) 10:32

무빙 류승룡 인터뷰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배우 류승룡은 '무빙'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 로맨티시스트가 되기도 하고, 딸을 위해 광부도 치킨집 사장님도 될 수 있는 '초능력자'로 변신했다. 단순히 이능력을 가진 것을 떠나 소중한 것을 지키고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초능력자라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류승룡은 이미 수많은 초능력자들을 만났고 또 누군가에게 초능력자가 되어주고 싶은 사람이었다.

동명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디즈니+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과거의 아픈 비밀을 숨긴 채 살아온 부모들이 시대와 세대를 넘어 닥치는 거대한 위험에 함께 맞서는 초능력 액션 히어로물. 류승룡은 극중 무한 재생 초능력자 '장주원' 역으로 분했다.

공개 이후 국내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지만, 흥행을 사전에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류승룡은 "원작 웹툰을 예전에 봤고 좋아했다. 그렇지만 요즘은 빨리 그리고 짧은 것을 선호하지 않나. 클래식하게 진중한, 이런 것들이 '어필될 수 있을까?'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지루하지 않을까?' 이런 우려는 있었다. 이건 저만 아니라 모두가 그렇다"라고 털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빙'은 시리즈물의 '토지'라 생각한다. 처음엔 배속도 안 되고, 전체 공개가 아니라서 금단현상처럼 불만이 폭주했는데, 다행히 기다리며 하나씩 봐주시더라. 시청이 처음엔 힘들지만, 천천히 인물과 캐릭터 서사 전사 이유를 곱씹어 이해하면서 보니까 점점 그게 쌓인 거 같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끝까지 조마조마하긴 했다. 그런 것 역시 진심을 다해 진심을 얘길하면 반응해주는구나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작품에서 '장주원'은 위험 최전선에서 거친 삶을 사는 인물이다. 그러나 일부 시청자는 류승룡이 연기하면 '유독 더 사랑스러운 것 같다'란 반응을 보였는데, 이러한 평가에 대해 류승룡은 "원작은 거친 면이 좀 더 많다. '장주원'의 20대부터 현재를 그렸으니 얼마나 많은 희로애락과 생로병사가 있겠나. 짧은 시간 동안 단면적인 부분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호흡이 길게 여러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매력적이었다. 또 그간 많은 작품을 하고, 훌륭한 콘텐츠들을 보는 등 공부하고 경험 쌓은 게 도움이 된 거 같다"라고 설명했다.

초능력을 소재로 하는 '무빙'은 결국 초능력자 1세대와 2세대를 통해 '가족'에 대해 이야기한다. 류승룡은 "이별은 언제나 있지만, 누구나 준비되지 않은 아픈 이별을 경험하시지 않나. 소중한 것을 잃었을 때 고통이...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것이 초능력이라 생각한다. 지금 옆에 있는 가족들. 일상에 대한 감사가 큰 거 같다"라고 말했다.

가족에 대한 사랑은 액션에도 녹아있다. 하수구에서 어린 강훈을 구하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모두가 학교에 모여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류승룡은 "액션이 훌륭한 작품은 너무나도 많다. 다만 잔인함의 전시, 기교의 나열이 아니라 시퀀스마다 사연이 있고 서사가 있다는 게 좋았다. 하수구 액션신도 너무나 힘들게 찍었지만 두 아빠가 아이를 구한다는 것에 전율이 오더라. 프랭크(류승범)와 격투도 그렇고 액션들마다 이런 가족애가 배치돼 있어 하는 입장에서도 뿌듯하게 액션을 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무빙'에는 가족애만 아니라 로맨스 장르도 묻어있다. 강풀 작가는 작품의 장르를 '멜로'라고 말했는데, 그의 말대로 장주원의 로맨티시스트 면모가 돋보이는 장면이 많다. 이와 관련해 류승룡은 "자기의 쓸모를 모를 때는 괴물처럼 살고 배신당하며 살았지만, 나를 알아주고 처음으로 이름을 불러주고, 길을 못 찾을 때 다독여주고 길을 제시해주는 그분한테 마음을 열고. 어떤 무엇도 두렵지 않던 사람이 한없이 순수해지는 모습을 작가님과 감독님도 잘 만들어주셔서 간지러웠지만 다행히 잘 봐주셔서 감사하다.


류승룡에게 20부작이라는 긴 호흡의 시리즈물은 처음이었다. 그는 "시대와 세대를 다 그린 것도 처음이다. 희로애락 같은 인간의 감정변화를 한 작품에 쏟아낸 것도 처음이다"면서 "현장 가는 길이 육체적으론 힘들지만 설레고 행복했다. 배우만 아니라 스태프들과 케미도 너무 좋아서 지금도 연락한다. 그래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라 생각한다"라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작품마다 인생 캐릭터라는 평가가 부담스럽진 않을까. 류승룡은 "감사하면서도 부담된다"라면서 조심스럽게 "최선을 다해 여러 작품을 하다보면 캐릭터가 소모되는 것 같아 걱정이 된다"라고 말을 꺼냈다. 그런 고민을 하던 시절의 류승룡은 자신이 만난 '초능력자'의 따뜻한 힘으로 연기자의 길을 계속해 걸을 수 있었다.

"제가 20대 후반, 30대 초반에 김효경 교수님이 '늦게 피는 꽃이야. 조급해하지 마'라고 해주셨어요. 절 붙잡은 한 마디였어요. 이준익 감독님은 '땅을 파면 손가락은 아프지만 맑고 깨끗한 물이 나와'라고 해주셨고요. 그때 용기를 내서 했던 작품이 '7번 방의 선물' '최종병기 활' 등의 작품이었어요. 끝까지 한 번 파보자. 내 안에 모든 것을 파보자. 한계를 두지 않고 끝까지 해보자. 그렇게 '무빙'을 접근했어요."

"벽은 생각보다 얇아요. 벽을 뚫으면 그다음 챕터가 있을 거고. 사실 인생이 그런 것인데, 또 다음에 어떤 캐릭터를 만났을 때 벽을 파보면 의외로 얇을 수 있잖아요."

그렇다면 류승룡이 되고 싶은, 배우로서 앞으로의 모습은 어떤 형태일까. "소중한 것에 대한 중요함, 각성, 일상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금 느꼈다. 또 누군가의 한마디로 인해 마음이 치유가 되고 위로되듯 '무빙'에서도 누군가의 한마디 때문에 위로가 되고, 인생이 총체적으로 바뀌지 않나. 작품을 통한다면 저도 그런 배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배우는 음악이나 미술처럼 내 생각이나 가치관을 표현할 순 없지만, 작품 선택을 통해 위로와 공감을 얻는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밝혔다.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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