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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려 들어간다 '거미집' [무비뷰]
작성 : 2023년 09월 26일(화) 15:11

거미집 / 사진=영화 포스터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영화 2편을 본 기분이다. 괴기물부터 코믹, 로맨스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예측되지만 그 예측이 새롭고 흥미로워 빠져들고 만다.

27일 개봉하는 영화 '거미집'(감독 김지운·제작 앤솔로지스튜디오)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열 감독(송강호)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현장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지독한 꿈에 시달리는 김열 감독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이미 촬영을 끝낸 '거미집'이지만, 또 다른 결말에 대한 영감을 얻은 김열 감독은 고뇌에 빠진다.

바뀐 결말로 인생 최고의 걸작이 탄생하리라 직감한 김열 감독은 결국 재촬영을 결심한다. 하지만 과정은 녹록지 않다. 제작사는 바뀐 결말이 검열을 통과하기 어렵다며 거절한다.

낙담한 김열 감독의 손을 잡아준 사람은 제작사 후계자 신미도(전여빈)이다.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김 감독은 이민자(임수정), 강호세(오정세), 한유림(정수정)을 불러 재촬영을 시작한다.

가능한 시간은 단 이틀. 김 감독은 촉박한 시간 속에서 촬영을 완료해야 한다. 그러나 배우들은 바뀐 결말에 불만을 쏟고,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감독을 괴롭힌다. 검열 담당자들까지 압박해 촬영장은 혼돈 그 자체.

걸작 탄생이라는 강한 믿음은 점점 옅어지고, 김 감독은 스스로를 의심하기에 이른다. 그의 '거미집'은 걸작이 될 수 있을까.

사진=영화 스틸컷


'거미집'은 한마디로 영화 속 영화다. 관객들은 1970년대 흑백영화 '거미집'과 이를 연기한 배우들이 처한 상황으로 전개되는 '거미집'까지 두 가지 영화를 관람하게 된다.

김열 감독의 '컷' 소리와 함께 펼쳐지는 인간 군상은 흥미롭다. 흑백영화 '거미집'을 연기하던 배우들은 본인의 파트가 끝나면, 각자가 처한 상황으로 돌아간다. 누군가는 치정으로 괴로워하고, 배우 생활이 끝날 수 있는 비밀을 숨겨야 한다. 바뀐 결말의 '거미집'을 완성시키고자 검열 담당자를 막고 고군분투하는 이의 모습들도 흥미롭다.

다양한 이야기와 장르를 녹여내지만 마냥 무겁지도 혼란스럽지도 않다. 적당한 페이소스, 위트가 관객들을 자연스럽게 이끈다. 여러 상황이 펼쳐짐에도 마치 정돈된 듯 깔끔하다. 러닝타임 132분이 길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배우들의 앙상블도 춤을 춘다. 걸작을 향해 달려가는 김열 감독의 감정선을 물 흐르듯 보여주는 송강호. 특히 후반부에 몰아치는 광기는 '영화의 의미'가 무엇인지 되새기게 한다.

정수정과 전여빈의 새로운 얼굴도 인상적이다. 망가짐도 불사하는 오정세의 코믹 연기는 '거미집'의 감초. 임수정, 박정수 역시 작품 속에 단단하게 자리한다.

'거미집'의 결말은 하나의 답으로 정의할 수 없다. 흑백영화 '거미집' 속 괴기스러움, 바뀐 결말을 바라보는 김열 감독은 만족인지, 아쉬움인지 모를 표정으로 깊은 잔상을 남긴다.

거미줄처럼 신선한 연출, 배우들의 연기, 스토리를 촘촘하게 엮어낸 70년대 '거미집'이 2023년 관객을 옭아맬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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