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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집' 오정세 "저의 매력?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인터뷰]
작성 : 2023년 09월 23일(토) 15:31

거미집 오정세 / 사진=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배우 오정세는 매 작품마다 새롭고 매력적이다. 작품과 캐릭터에 그대로 녹아든 '오정세표' 결로 대중을 끌어당긴다.

이번에 오정세가 출연한 '거미집'(감독 김지운·제작 앤솔로지스튜디오)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열 감독(송강호)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현장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일찌감치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공식 비경쟁 부문에 초청돼 주목받았다.

오정세는 "정신없이 축제를 즐겼던 것 같다"고 웃었다. 이어 "'거미집'을 보니 배우들을 보는 맛이 많더라. 각자의 자리에서 잘 놀았네란 생각이 든다"고 웃었다.

오정세는 극 중 1970년대 톱스타 강호세 역을 맡았다. 유부남이지만 여배우들과 스캔들이 끊이질 않는 바람둥이로, 작품보다 한유림(정수정)을 향한 사랑과 아내에 대한 미안함까지 갖고 있는 어리숙한 인물을 열연했다.

거미집 오정세 / 사진=바른손이앤에이 제공


강호세의 기본 정서는 바람둥이다. 오정세는 "김열 감독이 걸작을 만드는 여정 속에 걸림돌이 있는데 그중 한 걸림돌을 작용하는 인물이다. 어떤 걸림돌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했을 때 설정만 보면 바람피우는 설정이라 비호감으로 접근하는 게 좋을까를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열린 마음으로 갖고 지금의 호세가 결이 맞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는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감정을 가지고, 처음부터 끝까지 가지만 중간에 좀 혼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큰 응징이 아니라 소소한 영화적인 혼남이 있었으면 좋겠어서 감독님께 제안한 장면이 있다. 짧지만 저한테 진한 신이었다"고 얘기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살짝 눈물을 훔치는 모습에 대해서도 "아주 찰나의 뉘우침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자기 자신을 보며 울 수 있지도 않을까 해서 마지막에 눈물을 흘린 것 같다"고 전했다.

강호세를 비호감이 아닌 그저 사랑이 좋은 어리숙한 인물로 녹여낸 오정세. 그는 70년대 말투 또한 자연스럽게 소화해며 '거미집'에 녹아들었다.

오정세는 "70년대 말투는 클립 영상을 보며 참고했다. 그중 연기를 못하는 듯 보이는데 사랑스럽더라. 강호세도 연기 못하는 사람이면 어떨까 싶어 못하는 설정으로 가보기도 했다. 하지만 전체로 봤을 때 톤이 안 맞더라. 다른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는 톤으로 가기로 해 말투나 연기를 잡아갔다"고 말했다.

반템포 빠른 호흡, 문자화 돼 나오는 의성어에 재미를 느꼈다는 오정세는 "70년대 연기가 과장된 가짜 연기가 아닌 표현만 과장됐지 감정들은 진심 같은 느낌이라 신기했던 것 같다. 표현 방법만 다를 뿐이지 감정선은 다 살아있다"고 전했다.

'거미집'은 흑백 영화 '거미집'까지 총 2개의 결말이 담겨있다. 김열 감독은 다시 완성된 '거미집'을 보고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어 궁금증을 안겼다.

오정세는 결말에 대해 묻자 "김열 감독이 걸작을 만들었다고 생각을 했다. 볼 때마다 다르게 다가오겠지만,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밑바탕은 깔려있는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깨달음도 얻었단다. 오정세는 "욕망과 추구하는 것을 위해 끊임없이 얘기하고 호세에 대한 의상, 캐릭터, 전사를 끊임없이 얘기하며 합리적인 선이 어딜까를 고민했다. '거미집'을 보면서 그 지점은 어디일까란 깨달음을 얻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거미집 오정세 / 사진=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오정세는 영화 '극한직업' '스위치' 등은 물론 드라마 '악귀' '엉클' '동백꽃 필 무렵' 등 매 작품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캐릭터를 잡아가는 과정이 체계적으로 잡혔으면 좋겠는데 부족하니까 잘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방법을 모르니까 이것저것 시도해보려고 하는 것 같다"며 "오디션을 준비하는데도 50가지 질문을 던져 캐릭터를 잡는다. 정답은 못 찾지만, 매번 다른 방법들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양한 작품으로 채운 필모그래피 속에는 주연작만 있는 것이 아니다. 주연으로 입지를 다졌음에도 조연, 단역, 특별출연까지 발판을 넓히고 있다. 오정세는 "주연으로서 맡겨도 될만한 사람이라 느꼈다가도 (그런 마음이) 없어지는 것 같다"며 "영화 '남자사용설명서'가 가장 큰 산이었다. 하지만 그 큰 산을 넘고 메인롤로 자리매김한 게 아닌 다시 또 걸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웃었다.

좋은 작품, 역할이면 의지를 불태우는 오정세다. 그는 "뭐라도 하나라도 꽂히면 가는 것 같다. 작품이 너무 좋아서 참여하기도 하고 인물자체가 매력적으로 놀 수 있을 것 같으면 한다. 그래서 출연한 작품이 많지 싶다"며 "또 전작에서 했던 감독님이 손을 건네는 것 같다. 작은 역이든 큰 역이든 작품으로 선물 받은 느낌이 있다. 같이 하고 싶으면 작은 역할이든 큰 역할이든 감사하게 한다"고 얘기했다.

이에 본인의 경쟁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이 나오자 오정세는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라고 해 웃음을 안겼다. 이어 "영화 '남자사용설명서' 때부터 받는 질문이다. 당시 투자자를 설득하고 영화사를 설득해야 하는데 오정세의 매력은 뭐냐고 하면 대답을 못했다. 그때부터 물음표로 남아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거미집 오정세 / 사진=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인터뷰 내내 진중함 섞인 위트, 연기를 향한 단단한 내면이 느껴졌다. 슬럼프도 없었다는 오정세는 "지친 적은 있었지만, 즐기려는 마음을 잃고 싶지 않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가장 큰 무기는 긍정적인 사고 같다. 긍정적인 사고가 없었으면 연기를 못했을 것 같다. 오디션에 계속 떨어졌을 때도 어느 순간에는 속으로 '나를 떨어트렸어 괜찮겠어? 손해일 텐데'라는 마음으로 갖곤 했다"고 털어놨다.

어느덧 데뷔 26년 차인 오정세.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을 받자 "하나의 대표작이 없는. 여러 사람에게 대표작이 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하나의 색깔로 누군가에게 각인되는 걸 싫어하는 것 같다. 하나의 색깔이 없어졌으면 하는 로망이 있다. 누군가에게 작품마다 새로운 인물, 신선한 공기로 다가갔으면 좋겠다. 큰 로망이다"라고 밝게 웃었다.

끝으로 오정세는 '거미집'에 대해 "'이 판에 잘 놀고 싶으면 좋겠다로 시작했는데, 잘 만들어진 작품에 참여해 행복하다. 여기에 내 욕망에 합리적인 선이 어디인지 고민했는데 '거미집'을 통해 의미 있는 선물을 받은 것 같다. 또 영화적인 향수를 맡을 수 있는 선물이 됐다"고 말했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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