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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1947 보스톤', 모든 순간이 어렵고 부담스럽죠" [인터뷰]
작성 : 2023년 09월 26일(화) 08:21

1947 보스톤 하정우 인터뷰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배우 하정우다.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고, 여러 작품을 연출해 왔음에도, 각 작품이 가진 무게감을 알고 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개봉하는 영화 '1947 보스톤'(연출 강제규·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은 1947년 광복 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마라토너들의 도전과 가슴 벅찬 여정을 그린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47 보스톤'은 전설의 마라토너 손기정과 남승룡, 서윤복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이에 대해 손기정 역의 하정우는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마라톤 영화이기 이전에 손기정 선생님이나 서윤복 선생님, 남승룡 선생님이 출전하기까지 여정과 드라마가 크게 다가왔다. 단순히 스포츠 영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국가대표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면 얼마나 큰 책임감과 무게감을 달고 게임에 임하겠냐. 하지만 사실 그 선수가 아닌 사람은 잘 모른다. 겉에서 봤을 땐 당연히 책임감과 무게감이 있겠지만, 시나리오에서 그걸 달기까지 여정을 보면서 상상이 엄청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하는 만큼 작품 선택에 있어 부담감도 컸다. 그런 하정우에게 확신을 준 건 연출을 맡은 강제규 감독의 몫이 컸다.

하정우는 "강제규 감독님과 작업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같이 학교를 다니진 않았지만 제 대학 선배님이시기도 하다. 워낙 제가 어렸을 때부터 레전드셨다. 저분이랑 작품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출연 자체만으로도 출세한 느낌"이라고 웃음을 보였다.

이어 "작품을 제안받았을 땐 감독님과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게 1번이었다. 그다음이 마라톤 영화라는 점이었다. 처음엔 사실 그다지 끌리지 않았다"며 "소재나 느낌이 클래식한 부분이 있지 않냐. 근데 결과물을 봤을 땐 감독님의 고민 흔적이 많이 보였다. 이번 작품도 세련된 느낌이 들었다. 달리는 장면을 어떻게 생동감 있게 담아내셨을까 궁금했었다"고 말했다.

1947 보스톤 하정우 인터뷰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하정우가 연기한 손기정은 실제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다. 당시 일제강점기였던 시대상으로 인해 손기정은 본명이 아닌 '손 기테이'라는 이름을 달고 일본 대표로 뛰었다. 이후 시상대에서 가슴의 일장기를 가렸다는 이유로 은퇴 수순을 밟아야 했다.

해당 장면은 작품 속에서 제일 먼저 등장한다. 하정우는 "그 장면을 표현한다는 게 부담스러웠다. 물론 영화적 연출이고, 그걸 재현해 내는 장면이었지만 역사적인 순간에 제가 이 역할을 할 자격이 있나 싶었다. 그걸 찍을 때 이상하리만큼 굉장히 마음이 무거웠다"고 털어놨다.

이어 "단순히 1936년도의 선생님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러웠다. 표정 하나하나, 서 있는 느낌이나 화분으로 일장기를 가리는 모든 순간이 조심스럽고 어려웠다. 제가 이 장면을 연기해서 영광이라는 것이 아니라, 조심스러웠고 부담스러웠다"고 고백했다.

또한 하정우는 "손기정 선생님 재단도 있고, 가족분들도 살아계시고, 후손분들도 계시는데 제가 이렇게 인터뷰를 해서 손기정 선생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조심스럽고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실제로 가족분들이 제 캐스팅 소식을 듣고 좋아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도 기분이 좋았다. 한편으론 이 영화를 찍고 4년 만에 개봉을 하다 보니 그 시간까지 어쩌면 손기정 선생님, 서윤복 선생님, 남승룡 선생님이 지켜주시나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1947 보스톤 하정우 인터뷰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실제 손기정의 이야기가 녹아든 '1947 보스톤'에 대해 하정우는 "손기정 선생님은 베를린 올림픽 이후 일장기를 가려서 강제 은퇴를 당하게 되셨다. 핍박과 고난 등 힘든 시간을 보내셨다. 여기에 본인의 가족사와 안 좋은 일이 겹치면서도 그걸 버텨내셨다"며 "실제로 이북 출신이시다. 어떤 부분에선 다혈질이라고 하시더라. 하지만 그렇다고 규정 지을 순 없으니까 감독님과 상의했다. 기질 자체가 강하셨던 분이라 서윤복, 남승룡 선수를 데리고 보스톤까지 가서 태극마크를 달게 하셨던 분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를 일부 각색하며 두드러지는 신파적인 면모에 대해 주의도 필요했다. 특히 작품 속에서 태극기를 지키기 위해 보스톤에서 눈물의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이 그러했다.

하정우는 해당 장면에 대해 "영화에선 조금 편집이 됐다. 좀 짧게 나왔는데 실제론 한, 두 달 정도 그 장면을 연습했다. 개인적으로 손기정 선생님 캐릭터를 연기할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기 때문"이라며 "대사 표현에 주저함이 없어야 했고, 잘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찍부터 준비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와 함께 하정우는 '신파'라는 반응에 대해선 "이건 개인의 취향 문제다. 감독님이 그렇게 선택하고 편집하셨다면 이견이 없다. 이제 개봉을 앞두고 있는 감독님한테 '왜 그렇게 편집하셨어요' 할 순 없으니까. 더 큰 것을 위해서 그런 선택을 하셨을 거고,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농담했다.

1947 보스톤 하정우 인터뷰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앞서 하정우는 지난해 추석 연휴 넷플릭스 오리지널 '수리남'으로 흥행한데 이어, 올해는 여름 영화 '비공식작전'과 추석 영화 '1947 보스톤'으로 쉴 틈 없이 대중과 만나고 있다. 다만 팬데믹 이후 침체된 극장가 분위기에 무거운 책임감도 느낀다.

하정우는 "우리나라만 관객수 회복이 잘 안 되고 있다고 하지 않냐. 한 번에 회복되긴 쉽지 않은 것 같다. 다만 이러한 것들이 조금씩 빌드업이 되고 쌓여나간다면 또다시 좋은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또한 하정우는 "배우 입장에선 예전처럼 관객분들이 극장에 찾아와서 좋은 극장 문화가 회복되길 바란다. 또한 변해가는 시대의 흐름상 빨리 감기로 영화를 보는 사람들도 있고, 드라마 16부작도 1시간 안에 몰아보고, 요약본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100분에 가까운 콘텐츠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심도 있게 고민해봐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소신을 밝혔다.

아울러 하정우는 배우뿐만 아니라 감독으로서도 대중을 만날 예정이다. 현재 하정우는 '롤러코스터'(2013), '허삼관'(2015)에 이어 차기작 '로비'를 준비 중이다. 하정우는 "'로비'는 내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촬영은 지난주(인터뷰 진행일 기준)에 시작해서 어제까지 5회 차를 찍었다. 12월 중순까지 촬영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하정우는 "시간이 정말 빠르다. 잘 버텨왔다. 저는 과거를 생각하기보단 미래를 생각하는 부분이 크다. 앞으로 배우로서 어떤 작품을 선택하고, 감독으로서 어떤 작품을 만들어 나갈지 생각해야 한다"고 인사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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