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영화 속 영화다. 배우들의 새로운 앙상블, 1970년대 흑백영화, 서로 다른 결말로 관객들을 옭아맬 '거미집'이다.
14일 영화 '거미집'(감독 김지운·제작 앤솔로지스튜디오) 언론배급시사회가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진행됐다. 행사에는 김지운 감독, 배우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 박정수, 장영남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거미집'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감독(송강호)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현장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리는 작품이다. 일찌감치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공식 비경쟁 부문에 초청돼 주목받았다.
거미집 송강호 김지운 감독 / 사진=티브이데일리 DB
◆ 영화 속 영화 '거미집'
'거미집'은 이미 다 찍어둔 '거미집'과 결말을 바꿔 다시 찍은 '거미집'으로 마치 두 가지 영화를 바라본 듯한 느낌을 준다.
송강호는 "김감독의 개인적 욕망으로 촬영을 들어간다. 바꾸고 싶었던 결말 자체도 김감독 입장에서 도발적이고 도전의 장면이 아닐까 싶다. 김감독의 욕망 때문에 다시 모이게 되고 좌충우돌의 과정을 겪고 결말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 담겼다"며 "영화 속 영화에 나온 배우들 각자의 욕망이 엮인다. 이 모든 것들이 욕망의 카르텔 속에 허우적대는 모든 사람들을 지독한 우화 같은 영화로 표현한다. 영화 속 영화를 바라보는 관점도, 마지막 표정처럼 정답이 없다. 흡족할 수도 있겠지만, 아쉬움과 미진함, 앞으로 도전에 대한 표정 같을 수도 있다. 볼 때마다 메타포가 다른 영화일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운 감독은 "이미 만들어놓은 '거미집'은 가부장적이고 현모양처적인 순애보를 다뤘다. 반면 적극적이고 투쟁적인 여성의 욕망을 강렬하게 다시 담아낸 것이 영화 속 '거미집'이다. 치정멜로에서 스릴러 호러로 변해간다. 뻔한 것들을 뒤집고 새로운 인물상, 영화적 비전과 세계, 자신의 세계를 뒤집어 새로운 것을 끌어내려는 것이 김감독의 욕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게 해서 거미집이란 영화 속 영화가 만들어졌다. 혹시 잘 된다면 영화 속 거미집을 장편으로 만들어볼까란 생각도 들었다"고 밝혔다.
임수정은 "결말이 바뀌기 전 여성은 순종적이었다면 결말이 바뀐 속 여성은 욕망에 충실하게 그려졌다. 연기를 할 때 더 만족스러워졌다. 개인적으로 바뀐 결말이 더 좋다"고 말했다.
◆ 1970년대에 녹아든 송강호→장영남의 앙상블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 박정수, 장영남이 뭉쳐 새로운 캐릭터 앙상블을 담아낸다. 여기에 영화는 197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음악, 의상, 무드로 몰입도를 높인다.
1970년대 연기를 처음 해보는 정수정은 "처음에는 많이 당황했었다. 그런데 감독님의 시범을 보고 확실히 감을 얻었다. 클립들도 찾아보며 도움을 얻었다. 현장에서 연기를 할 때 모두가 연기를 하니 자연스럽게 연기가 됐다. 1970년대 의상, 분장을 해야만 연기가 됐다. 나중엔 현대 말투가 어색하기도 했다"고 해 웃음을 안겼다.
오정세는 "요즘 템포랑 다르게 물리는 호흡들이 있는 게 신기했다. 당시 억양과 단어들을 가지고 오려고 노력했다"며 "하다보니 1970년대 연기가 과장된 연기로만 인식됐는데 표현만 과장됐지 그 안에 진심이 있더라. 묘한 소통방식이 신기하게 다가왔다"고 소감을 전했다.
임수정 역시 "예전 영화를 찾아보며 계속 듣고, 현장에서도 리허설로 맞춰보며 톤을 찾아갔다. 그 시대에 연기톤이 익숙해졌을 때는 누가 뭐라 할 것 없이 거리낌 없이 표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신나고 희열도 느낄 수 있었던 게 기억난다. 배우로서는 처음으로 70년대 역할을 할 수 있던 게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또 흑백 영화에 제 모습이 담길 수 있다는 경험이 배우로서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고 흡족해했다.
◆ 개성있는 앙상블 코미디
'거미집'은 '장화, 홍련'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악마를 보았다' '밀정' 등을 연출한 김지운 감독의 신작이다. 악조건 속에서 영화를 만들어가는 배우들과 스태프, 제작자와 감독 등 다채로운 캐릭터들의 개성과 욕망을 앙상블 코미디다.
김지운 감독은 극 중 김감독을 빌려 창작자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고. 김지운 감독은 "'평론가는 예술가가 되지 못한 사람들'이란 대사는 미국에 유명한 평론가가 한 말이다. 비유가 영화 속에서 김감독이 얘기를 한다면 재밌을 것 같았다. 또 김감독의 상태를 재치 있게 절박한 상태를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 가져왔다.
이어 "'어렵게 찍어야 박력 있다' 대사 외에도 제가 실제로 하던 얘기, 느꼈던 감정을 김감독의 입장을 빌려한 경우도 있다. '놈놈놈' 때 배우들 입장에서 혹독하게 하는 것으로 유명하기도 했다. 질량 총량의 법칙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믿는다. 힘들고 어렵게 찍은 것들이 그 에너지들이 온전히 화면에 담겨져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 한 명"이라고 전했다.
김지운 감독은 영화에 대해 "70년대를 접하지 않았던 분들에게는 그 시대의 이야기를 통해 재미있는 에피소드나 풍속, 시대상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며 "무엇보다 앙상블 코미디를 너무 하고 싶었다. 연기 장인들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어떻게 저렇게 호흡을 맞추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영화를 보시면 앙상블 코미디가 어떤 재미인지 충분히 알수 있을 것. 하나의 티켓으로 두 편의 영화를 볼수 있는 영화라는 프리미엄도 있다"고 소개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거미집'은 오는 2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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