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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인턴' 라미란의 '고'해라 [인터뷰]
작성 : 2023년 09월 07일(목) 17:44

잔혹한 인턴 라미란 / 사진=티빙 제공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배우 라미란의 에너지는 '잔혹한 인턴' 고해라와 많이 닮았다. 긍정적인 워킹맘의 자세로 연기 열정을 불태운다. '하면 되지, 고(GO) 해라' 라미란이다.

'잔혹한 인턴'(극본 박연경·연출 한상재)은 7년 공백을 깨고 인턴으로 컴백한 고해라(라미란)가 성공한 동기 최지원(엄지원)에게 잔혹한 제안을 받은 후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라미란은 극 중 경력직 인턴 고해라 역을 맡아 열정 넘치는 인턴의 모습을 열연했다.

라미란은 출연 계기에 대해 "몇 년 전에 한상재 감독님이 제안했다. 초안 대본을 받아서 읽어봤는데, 평범한 사회생활을 해본 적이 없었고 '막돼먹은 영애씨'와는 결이 달라 나한테 어울릴까 싶었다. 이야기와 인물 자체는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지만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감독님의 적극적인 제안으로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재미가 없거나 작품이 마음에 안 들면 안 한다. 반 농담 같은 이야기지만 감독님이 가진 지분이 컸다. 준비한 지 2~3년 정도 됐다. 몇 년 동안 공을 들인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고해라는 회사에서 촉망받던 MD였다. 독하고 냉철한 성격으로 초고속 과장 승진 후보에도 올랐지만, 임신 후 본격적으로 육아에 뛰어들면서부터 회사를 관두게 됐다. 7년 경력단절로 복직이 쉽지 않던 차에 '육아휴직자 퇴사 처리'라는 제안을 받고 인턴으로 컴백하는 서사를 가진 인물이다.

다만 인턴으로 컴백하면서 독종이었던 과거 성격이 아닌 열정 넘치고 주변을 돌보는 이로 변해 다소 의아함을 낳기도 했다. 이에 라미란은 "독종이었던 고해라가 아이를 봐주던 엄마가 아프자 퇴사를 하는 계기가 잠깐 나오긴 한다"며 "다잡고 살았지만 어느 순간 과부화가 오는 거다. 놔버리면서부터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깨닫게 되는 거다. 아마 고해라는 다시 일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자각하지 못하고 살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달라진 성격에 대해 "갑자기 해라가 너무 변하면 착한 사람 코스프레하는 건가 싶기도 할 거다. 하지만 해라가 원래 독종 같은사람이 아닐거라고 생각했다. 임신포기각서에 사인을 하는 장면도 당시 해라는 이미 출산을 했기 때문에 큰 데미지가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잔혹한 인턴 라미란 / 사진=티빙 제공


고해라를 이해하며 서사를 쌓아간 라미란은 사회생활을 해본 적 없어 주저했다는 말과 달리 자연스럽게 극을 이끌었다. 그는 "실제 저의 생활과 별반 다르지 않더라. 일하러 갈 때의 느낌과 집에 왔을 때의 느낌이 고해라의 연장선 같은 느낌이었다"며 "직업이 배우이지만 촬영장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게 회사라는 곳에 매일 출근해 근무하는 것과 비슷하단 생각"이라고 전했다.

특히 공감됐던 점으로는 고해라가 경력단절로 인해 벽에 가로막히는 부분을 꼽았다. 결혼 약 20년차인 라미란은 "아이를 낳고 2년 동안 쉬는 기간이 있었다. 그때 마음이 어떤지를 잘 안다. 굉장히 불안하고, 다시 무대에 돌아갈 수 있을까, 캐스팅이 되고 연기를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당연히 하게 된다. 자의로 떠났지만, 다시 복귀를 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 털어놨다.

복귀 후에도 주눅 들었다고. 라미란은 "공백을 가진 뒤 처음 연기를 할 때 어깨가 말려있는 느낌을 받았다. 쉬다가 다시 연기를 시작한 게 영화 '친절한 금자씨'였다. 하던 무대가 아닌 첫 영화이기도 했고, 낯선 환경에서 결이 다른 연기를 해야 했다. 주눅 든 경험이 있었다"며 "과연 잘할 수 있을까란 확신도 없고, 그게 가장 힘든 부분이었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잔혹한 인턴 라미란 / 사진=티빙 제공


라미란이 보여준 고해라는 긍정적이었다. 육아휴직자를 퇴사시켜야만 하는 '잔인한' 제안을 받아들였지만, 괴리감에 고민하고, 워킹맘으로서 자신이 겪었던 아픔, 고민으로 주변을 위로한다. 또한 능력 없는 남편과 사춘기 딸을 케어하며 든든한 '가장'으로 가정을 지켜냈다.

이런 밝고 긍정적인 고해라를 연기하면서 힘을 얻었다는 라미란은 "저도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떠들고 다녔는데 어느 순간 풀이 죽은 느낌이 나더라. 다행히 고해라가 언제나 땅을 딛고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이라 연기하면서 저 또한 '하면 되지'라는 게 생겼다. '나쁜 엄마' 촬영이 '잔혹한 인턴' 이후였다. '몰라 하자' '어려운 게 어딨어'라는 힘을 얻은 덕분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고해라 마인드가 장착된 것 같다"고 밝게 웃었다.

그러면서 "고해라가 짠하지만 대견해 응원해주고 싶다. 또 같은 상황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힘을 받았으면 좋겠다. 파이팅 하고 부딪히는 사람도 있으니 힘을 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잔혹한 인턴'이 경력단절의 벽, 사회의 편견 등으로 때론 뼈아픈 현실을 보여줬지만, 그래도 살아가는 '우리'를 응원한 라미란이다. 결혼과 출산도 적극 추천한 그는 "애국을 하자는 얘기가 아니라 당연히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거기서 오는 새로운 인생이 너무나 재밌다. 다른 인생,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의미에서 배우라는 직업이 너무나 좋다는 라미란은 "매번 다름 사람의 인생을 사니까 재밌는 거다. 현실에서 못 해보는 것, 다른 사람의 감정의 결을 타보는 것 등이 흥미롭다. 우리 인생도 계속 바뀌기 때문에 재밌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눈을 빛냈다.

이어 "어느 순간에 있어도 뭔가가 보이면 나도 그렇게 표현하고 싶고, 디테일한 것들이 저한테 재산이 된다. 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게 정말 행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잔혹한 인턴 라미란 / 사진=티빙 제공


라미란은 단역부터 조연, 주연, 여주인공까지 밑바닥부터 내공을 닦아오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영화 '걸캅스' '정직한 후보' 시리즈 '고속도로 가족', JTBC 흥행작이었던 드라마 '나쁜 엄마'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활약했다. 현재 차기작 '정년이'를 확정하고, 예능 '텐트 밖은 유럽'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대중에게 '라미란표 코미디' '라미란표 연기'라는 친숙한 이미지를 심어준 그다. 라미란은 "부담 없는 배우가 되고 싶다. 뭔가 책임지는 것보다 친근하고 오래 살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고 쿨하게 얘기했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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