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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화-전수경-남경주, 뮤지컬 '라카지'의 뜨거운 '가족 모임'(인터뷰)
작성 : 2014년 12월 17일(수) 09:22

뮤지컬 '라카지' 포스터 / 랑 제공

[스포츠투데이 박보라 기자]뮤지컬 '라카지'는 화려한 무대와 웃음 뒤에 '뭉클함'을 전한다. 게이, 드랙퀸, 쇼걸 등의 소재로 주목을 받은 작품의 뚜껑을 열면 가족의 이야기가 풀어져 나온다. 눈을 즐겁게 만드는 쇼뮤지컬을 감동의 물결로 변화시킨 요소에는 여장 남자이자 '엄마' 앨빈과 게이 아빠 조지 그리고 딸의 행복을 위해 기꺼이 결혼을 찬성하는 마담 딩동이 있다.

뜨거운 사랑을 받은 초연에 이어 재연의 무대에도 오르는 정성화, 남경주, 전수경과 가족 모임을 가졌다. 세 사람은 누구보다 작품에 대한 열정으로 뭉쳐져 있었고 무대에 대한 애정과 소박한 일상의 이야기로 짧은 시간을 가득 채웠다.

▲ 초연에 이어 재연 '라카지'에 참여하는 기대감을 말해 달라.

정성화 : 기본적으로 '이럴 것이다. 저럴 것이다'라는 기대치를 갖게 되지 않나. 하나도 어긋남 없이 좋아해주실 것이다. 실제로 많이 좋아해주셨고. 첫 공연부터 행복하게 시작한 것 같다. '앞으로 정신적으로 무장을 잘 해서 아프지 말고 잘 해야겠다'는 생각만 해야겠다. 첫 공연부터 '척척척' 잘 하고 있다. 라카지걸들부터 시작해서 스태프들도 잘 하고 있으니까. 관객들도 첫 공연이지만 우리 공연만큼은 그러지 않았던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남경주 : 연말에 가족들과 적합한 작품이다. 기대만큼 객석에서 많은 반응을 뜨겁게 보내줘서 굉장히 행복했고 사회자(역할)이기 때문에 객석을 바라볼 일이 많은데 나이 많은 가족 단위가 보일 때면 제일 행복한 것 같다. 이렇게 객석에 관객들의 구성원이 약간 다른 것이 행복하게 만드는 것 같다. '더 열심히 하고 주어진 일을 변함없이 해야겠구나. 이런 좋은 공연을 오랫동안 함께 하려면 뭘 해야하는가' 책임감을 느끼게 되는 공연이다.
전수경 : 앙코르를 하면서도, 초연 때도 너무 좋았다. 너무 행복해하고 즐거워하니까. 배우는 그런 게 있다. '돈 값을 해드리는 구나' 할 때 그게 재미있다. 어렸을 때는 '내가 돋보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작품을 할 때가 많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는 작품에서는 내 몫을 딱 해내고 모두가 칭찬받는 공연을 할 때 기분이 좋다. 내가 칭찬을 받지만 작품이 엉성했다는 소리가 들리면 즐겁지가 않더라. ('라카지'는) 동료 배우들이 너무나 멋지게 해내고 있다. 중장년층 배우 중 (남)경주 오빠와는 같이 돋보기를 쓸 나이니까 악보를 멀리 두고 열심히 따라 부르는데 20대 때 만났지 않나. 여자 팬들을 향해 미소를 날리던 남경주는 없어지고 아버지 같은 남경주가 앉아 있는데 보기가 좋더라.(웃음) 무대에서도 보기가 좋다. (정)성화의 경우는 '다른 작품 하지 말고 앞으로 20년은 쭉 이거('라카지') 해라'고 한다. 정성화의 작품이다. 커튼콜에서 환호성이 나오면 마치 내가 키운 것처럼 기분이 좋다. 초연 보다 힘 있게 마리 딩동을 (연기)하고 있는데 소소한 부분이지만 관객들의 반응이 느껴져서 신나게 하고 있다. 그런데 (공연이 시작하고) 2시간 뒤에나 나온다.(일동 폭소)


▲ 출연 배우들의 연령대가 다양하다. '라카지' 팀의 분위기는 어떠한가.

정성화 : 선배 배우들의 '나는 1세대니까'라는 권위적인 것이 없이 형님, 누나 이런 느낌이라 좋다. 동생들은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부담이 없다. 친절하게 가르쳐주니까 시너지가 좋아서 행복한 부분이다. 그리고 또 내가 남경주 선배와 공연을 하게 될 줄이야.(웃음) 막상 지금은 부부가 됐으니 격세지감을 느낀달까. 굉장히 어린 배우로서 행복하다.
남경주 : 저는 늘 행복하다. 일단 연기에서 자기가 잘하고 있나. 못하고 있나. 체크하려면 상대 배우를 보면 된다. 주어진 상황, 장면, 진실에 직면하게 만드는 것이 상대편 배우가 해야 할 일이다. 연기를 꾸미지 않고 어려운 상황이나 기쁜 상황 등 저절로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제가 (정)성화와 공연을 하면서 잘 해내는 것을 보면 '내가 잘하고 있구나. 밸런스가 잘 맞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정성화 : 맞다. 경주 선배와 이야기를 한 부분이다. 즐겁게 코미디 연기를 하고 있지만 관객의 웃음에 끌려가면 진실적인 연기가 나오기 힘들다. (이런 부분을) 심도 있게 나눌 선배들과의 기회가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귀한 시간이다.

▲ '라카지'는 웃음, 감동, 이야기가 고루 섞여있는 작품이다.

정성화 : 밸런스가 중요한 것 같다. 관객들이 저 사람의 입장을 호흡해가면서 가느냐. 웃으면서 가느냐를 정해놓지 않고 캐릭터를 받아들이면서 희로애락을 함께 한다는 것에서 밸런스가 중요하다. 또 그런 부분에 있어서 (상대 배우들과) 대화를 많이 나눠야하고 연출과도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한다.
남경주 : 코미디의 포인트가 이거다. 정말 재미있으려면 (웃음을) 추구해서는 안 되고 정말 진짜가 되어야한다. (곤란해서 나오는 웃음이라면) 곤란한 지경에 처해야 한다. 이래야 관객들이 보면 더 재미있다. 서로서로 진심으로 연기를 해야 한다. 우리 안에서 진실 된 것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전수경 : 진실성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냐, 아니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진심이 빠진 작품은 아무리 웃겨도 공허하다. 사실 단정 짓기는 힘들지만 젊은 배우들이 많이 있는 작품은 보고나면 너무 공허하다. 믿음성이 있어야 절대 가볍지 않고 울컥하기도 하고 박장대소도 나오지만 찡할 수 있는 요소도 있다.


▲ 가족 그리고 모성애를 다룬다. 실제로 세 배우 모두 '부모'다.

정성화 : 일단 자식 키우기가 어렵다. 엊그제 뒤집었다. 너무 사랑스럽고 예쁘다. 사실 잠도 제대로 못 잔다. 딸을 바라보는 내 모습에 앨빈 역할과 매치할 수 있다.
전수경 : 자기를 닮은 딸이라고 한다. 얼마나 웃음이 나겠는가.(일동 웃음)
정성화 : '내 딸이 결혼하면 어떨까. 이상한 애 데리고 오면 얼마나 짜증이 날까'가 요즘에 더 느껴진다. 지금은 너무 귀엽다.
전수경 : 요즘은 더 열심히 일찍 나온다.
정성화 : 집에 있으면 애기 보니까.
전수경 : 안타깝게 남자 배우들의 로망인 지방공연이 없어서 어떡하냐.(웃음)

▲ 요즘 들어 성소주자의 이야기를 뮤지컬 무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정성화 : 본질은 성소수자가 아니라 결혼과 가족이다. 가족이라는 이야기를 극명하게 전달하기 위해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끌어왔다. 엄밀히 말하면 가족과 결혼이다. '성소수자들의 아들 장가보내기'가 본질이다.
전수경 : 1막의 막바지에 '아이 엠 왓 아이엠(I am what I am)'이라는 곡이있다. 모두들 자기 단점, 약한 부분이 있지 않나. 그래도 '당당하게 살거야'라고 말하는 것 같아 감동이 온다. 모두를 향한 이야기다.
남경주 : 시선을 틀어보면 성소주가이기 때문에 어렵고 불편한 점이 많다. 그것을 버텨내고 이겨내려고 그 사람들이 노력하는 부분은 일반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런 것을 이겨내려고 자기가 재능을 발전시키고 더 깊이 있고 고민하고 나누고 그것을 예술로 승화시키고. 성숙해 질 수 있는 부분이 작품에 있다. (성소수자를) 부각시키는 것보다는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전수경 : 사회적인 편견을 가지고 있는 계층에 위로가 되는 작품인 것 같다. 사실 배우들도 무시당할 때가 있었다.
남경주 : 수경 씨와 저는 안다. 뮤지컬을 시작하고 나서 초반에 위와 아래에서 얼마나 치였는지. 클래식계에서는 '이런 딴따라'라고 했고 연극계에서는 '연기도 못하는,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고 했다. 늘 스스로 정체성을 굉장히 힘들어했다.


▲ 초연 공연과 변화된 부분이 있다고 들었다. 극도 그렇고, 배우 개인에게도 그렇고.

정성화 : (변화된 부분은 '라카지'의) 드라마가 갖고 있는 부분을 명확히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쇼 적인 부분이다 (초연 당시) 지루했던 부분을 단촐하게 정리를 하고 드라마적인 부분, 인물들이 바뀌었다. 또 배우 나름대로의 2년의 세월이 변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번보다 아들에 대한 마음이 애틋해졌다. 정신적인 무장이 바뀌었다.
남경주 : 저의 경우에는 2년 동안 겪은 일들이라든지, 그런 부분을 배역에 한 번 자연스럽게 접목을 시켜보자 했다. 개인주의처럼 들릴 수 있지만 '내가 할 일만 하자. 주어진 상황에서 욕심을 부리지 말고 남의 것을 좀 더 듣고 보고 하자' 이랬다. 쉬운 것 같아도 듣는 척, 보는 척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더 신경을 써서 보고 듣는 것에 목숨을 걸자고 했다. 그래서 더 자연스럽게 할 수 있지 않나 싶다.
정성화 : 재작년 '아이 엠 왓 아이엠'에서는 세상에 대한 일갈을 표현했다. 나라는 사람을 인정해 주지 않는 사회에 분노를 표출했다. 이번에는 연출과 이야기를 해서 분노만 할 것이 아니라 (나의) 이 모습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자부심이 있는 마음을 담았다. 이런 식으로 달라졌다.
남경주 : 그 노래 뒤에 서 있는데 (초연 때는) 앨빈을 보며 마음 아파하며 눈을 글썽거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오히려 웃고 있다. (앨빈을 보면서) 자랑스럽게, '우리도 똑같은 사람이야. 당신 잘했어' 그런 입장으로 서 있다.
전수경 : 그게 더 맞다. 더 좋은 것 같다.
남경주 : 그렇게 연기하게 되더라.

▲ 어린 배우들과 함께 한다. 어떤가.

남경주 : 아직 날 것이라서 좋지 않은 습관이 많이 없다(웃음) 장미셸만 보면 '얘네들 걱정 없겠구나. 굉장히 편안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어린 배우에 대한) 편견이 많이 없다.
전수경 : 방(대기실)도 같이 쓴다.
남경주 : 20대 때 할 수 잇는 것이 몸이 베였고, 횡설수설하고 현재 그 친구들의 모습인거다.(인터뷰에 앞서 진행된 프레스콜의 간담회에서 장미셸 역의 정원영, 서경수 배우는 긴장감을 드러내며 웃음을 안겼다) 20대 때는 그래야하고 맞는 모습이다. 대신 선배로서 '저 친구는 이런 부분 하나만 고쳐줬으면 좋겠다. 저 친구는 목이 늘 힘들어보이니까 레슨을 받아보라고 충고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부담스럽지 않게 조언을 해주는 편이다. 우리의 20대 때와 비교해서 생각해보면 이 친구들이 백배 낫다. 세월이 지나면 얼마나 더 나아질까 기대된다.
정성화 : 선배들이라고 가르치려고만 하면 피한다(웃음) 막 어울리고 친동생처럼 대해주고 그러니까 (살갑게 다가온다)
전수경 : (배우들의) 연령차가 많이 나서 대가족 같다. 특히 뮤지컬을 하고 싶어 하는 애들이라 연습실에서 자주 보니까 좋다.

뮤지컬 '라카지' / 악어컴퍼니 제공




박보라 기자 raya1202@stoo.com
사진=이영훈 기자 rok6658@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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