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그야말로 '달짝지근'하다. '달달함'이 될랑 말랑한, 이제 막 시작하는 연인들을 위한 '달짝지근해: 7510'다.
'달짝지근해: 7510'(연출 이한·제작 무비락, 이하 '달짝지근해')은 과자밖에 모르는 천재적인 제과 연구원 치호(유해진)가 직진밖에 모르는 세상 긍정 마인드의 일영(김희선)을 만나면서 인생의 맛이 버라이어티 하게 바뀌는 이야기다.
영화는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매일 같은 직장에, 매일 같은 일을 하는 차치호의 일상으로 시작된다. 차치호의 일상에 일탈이라곤 없다. 그의 삶은 오직 집-차-회사로 굴러간다.
그런 차치호에겐 망나니 형 차석호(차인표)가 있다. 바보 같을 정도로 차석호에게 약한 차치호는 형의 도박빚까지 갚아줄 정도로 그에게 충성을 다한다.
매일 똑같은 나날이 익숙한 차치호는 형 석호의 대출 상환을 닦달하는 캐피털 회사 콜센터 직원 일영과 마주하게 된다.
차치호 인생에 가장 큰 변수가 된 불도저 일영과 엮이게 된 그는 과연 쳇바퀴 같은 삶을 벗어나 자신만의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작품은 시작부터 끝까지 '착한 맛'을 유지한다. 극적인 상황도, 블록버스터 급 장면도 등장하지 않는다. 오로지 각 캐릭터들이 느끼는 감정선으로 작품이 흘러간다. 큰 반전도, 복잡한 이야기도 없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이들의 이야기에 몸을 맡기다 보면 관객들도 어느샌가 '달짝지근해'진다.
이처럼 무해한 작품의 중심엔 생애 첫 로코 도전에 나선 배우 유해진의 힘이 크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차치호' 그 자체에 녹아든다. 특히 극중 일영에게 호감을 사기 위해 연신 '아재 개그'를 연발하는 차치호의 모습은 대중이 익히 아는 유해진과 겹쳐 보일 정도다.
유해진이 연기하는 차치호를 통해 관객들은 각자의 첫사랑과 풋풋한 기억의 페이지를 펼쳐보게 된다. 설렘부터 가슴 찢어지는 이별의 아픔까지, 두 시간 동안 흘러가는 차치호의 감정에 함께 녹아든다.
다만 일부 대사들은 시대착오적으로 다가온다. 미혼모인 일영이 "여자인 걸 잊어버리겠다"고 말하는 장면이나 연신 짝을 찾아나서는 모습부터 석호가 미혼모인 일영을 적대시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대사들 역시, 일영의 통쾌함을 보여주기 위함은 맞으나 다소 과하다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달짝지근해'는 분명 이들만의 힘이 있다. 묵직한 텐트폴 작품 속 은은하게 달짝지근한 작품이다. '투 머치'한 작품에 지쳤다면 가벼운 사랑이야기로 기분 전환을 해봐도 좋을 듯하다. 러닝타임은 1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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