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존버'(존중하며 버티기)는 승리하고, 될 놈은 된다. 연타 홈런에 성공한 배우 안세호에게 주단이 깔렸다.
안세호가 출연한 영화 '밀수'(연출 류승완·제작 외유내강)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이다.
텐트폴 첫 주자로 출격한 '밀수'는 안세호에게 있어 '굿 타이밍'이었다. '밀수'에 앞서 개봉한 '범죄도시3'가 천만 타이틀을 거머쥔 직후였기 때문이다.
'될놈될'(될 놈은 된다)이라는 우스갯소리처럼, 안세호에게 이번 여름은 그야말로 홈런의 연속이었다. 안세호는 "3년 전에 핸드폰으로 사주팔자를 본 적이 있다. 제 사주에 물이 부족한데 '노량: 죽음의 바다' '밀수' 작품에 캐스팅된데 더해, '범죄도시3'도 첫 장면이 바다에서 시작한다. 운명적인 건가 생각했다"고 웃음을 보였다.
특히 안세호에게 '밀수'가 특별한 이유는 그가 오디션 없이 처음으로 '러브콜'을 받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앞서 영화 '모가디슈'로 류승완 감독과 인연이 있던 안세호는 "감독님이 부르셔서 대본을 읽게 해 주셨다. 그때 저에게 '수복이 역할을 해줄 수 있겠니?'라고 물어보셨다. 제가 태어나서 정식 오디션 과정 없이 불러주신 첫 작품이었다. 너무 행복했다. 그때 눈물이 흘렀다"고 작품 참여 과정을 회상했다.
류승완 감독과 어느덧 세 번째 호흡을 맞춘 안세호는 "'페르소나'까진 아니어도 '페' 정도 아닐까"라며 "류승완 감독님과 외유내강은 제 은인이다. '군함도'에선 단역으로 나왔고, '모가디슈'를 찍고 시간이 지난 다음에 뵀는데도 저를 기억해 주셨다. 한국에 돌아와서 '밀수'에 불러주셨을 땐 너무 감사했다. 이번엔 역할 이름도 있었다. 그동안 제가 단역을 해왔기 때문에 조연 범주에 들어간 캐스팅은 류승완 감독님이 처음"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밀수'에서 안세호가 연기한 김수복 역할은 세관 계장 이장춘(김종수)의 오른팔인 세관 직원이다. 안세호는 김수복에 대해 "감독님이 저에게 바라신 건 딱 한 가지였다. '자기가 눈이 좀 무섭게 생겼잖아. 좀 착하게 보여야 할 것 같아'라고 하셨다"며 "토모('범죄도시3' 속 안세호 배역)는 성격이 뾰족하고 말투도 딱 부러지는 게 있었지만 수복이는 그렇게 접근하지 않았다. 둘 다 저에게 있는 모습이지만 수복이는 제가 집에서 아내에게 하는 모습이다. 수복이는 제가 정말 편한 제 사람들에게만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김수복은 이장춘의 반전이 드러나며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인물이다. 이에 대해 안세호는 "종수 선배가 연기를 너무 잘하신다. 저는 저와 호흡하시는 분이 연기를 잘하면 너무 행복하다. 눈만 봐도 교류가 된다는 게 너무 편했다"며 "연기에는 액션과 리액션이 있다. 액션이 돋보이려면 리액션으로 잘 받아야 한다. 근데 결과적으로 리액션을 수행하는 순간 이 자체가 액션이 됐다. 종수 선배가 너무 편하게 해 주셔서 저는 특별히 준비한 게 없었다. 선배 말만 듣고, 듣는 대로 반응하는 것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또한 김수복은 작품이 절정에 달했을 때 퇴장하는 인물이다. 해당 장면에선 장도리 역의 박정민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안세호는 "전날 박정민과 목 졸리는 장면의 리허설을 했다. 감독님이 혀가 많이 나와야 된다고 해서 혀를 많이 내밀었다. 테이크가 많이 가진 않았다. 재밌었다"고 깜짝 비하인드를 전했다.
바다 위 촬영마저 놀이공원 같은 즐거움이었다는 안세호는 "팀워크가 정말 좋았다. 김종수 선배가 계셨지만 김혜수 선배가 대장이셨다. 포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저런 선배가 계실까' 할 정도였다"며 "'밀수' 팀에 들어왔을 때 염정아 선배도, 조인성도 꿈의 구장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가 서로를 챙겨주고 사랑했다. 그렇기 때문에 매 장면이 잘 나왔던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 5월 개봉한 '범죄도시3'에 이어 '밀수'까지 연이어 히트작이 된 안세호는 "제가 가진 카드가 다섯 장이었다. '범죄도시3', '밀수', 그리고 나중에 나올 영화들이다. 지금 두 장을 썼다"고 웃음을 보였다. 이어 "또 채워야 한다. 제가 했던 작품들이 정말 굵직하더라. 전부 한국 영화 기대작에 있는 작품들이다. 너무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조금 늦은 전성기를 맞이한 안세호는 "제가 오디션을 정말 많이 봤다. 보통 오디션이 다 안 된다. 저뿐만 아니라 다 그렇다.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어쨌든 다 마찬가지니까 괜찮다. 그러다 합격하면 우는 거고, 안돼서 울면 짜증 나고"라며 "하루는 정말 하고 싶었던 어떤 작품에서 떨어지고 우는 모습을 사진 찍어 놨다. 그 작품이 너무 하고 싶었다. 욕심이 생겼다. 잡으면 잡힐 것만 같았다. 그 순간이 기억난다. 또 어느 작품 오디션에 합격했을 때도 울었다. 그것도 사진을 찍어놨다. 그 뒤로 좌절하지 않고 됐을 때만 좋아하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밀수 안세호 인터뷰 / 사진=에일리언컴퍼니 제공
2006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으로 데뷔한 안세호의 꿈은 '영화배우'였다. 안세호는 "어렸을 때부터 영화 잡지 보는 걸 즐겼고, 영화 음악을 좋아했다. 중학교 시절 공부를 잘하던 짝꿍이 새벽 3, 4시까지 공부를 한다길래 저도 그때 라디오를 들으면서 감성과 영화의 낭만을 알게 됐다"며 "영화 음악 CD를 듣고, 영화 관련 라디오에 소개된 비디오를 빌려보면서 행복했다. 그때 영화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꿨다"고 회상했다.
이어 "근데 거울을 보면 전 영화배우가 될 수 없었다. 멋도 없고, 촌스럽고, 키가 작았다. 꿈만 꾸면서 살았는데 사실 계속하고 싶었던 것 같다"며 "결국 연영과에 갔다. 친구들은 다 관뒀지만 저는 지금도 이 일을 하고 있다. '존버'는 승리한다고 생각했다. 저는 제가 특출 나다거나, 허황된 꿈은 없었다. 엄청난 영화배우가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그냥 영화배우가 되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와 함께 안세호는 "제가 올해만 기다렸다. 3년 동안 드라마를 했으면 노출이 됐을 텐데, 영화를 촬영하다 보니 그런 게 없었다. 3년 동안 아무것도 안 한 사람처럼 살고 있었던 것 같다"고 농담했다.
안세호는 "개봉만을 기다렸다. '범죄도시3'가 5월에 개봉한다고 했을 때 행복했다. 가장 마지막에 찍은 작품에 먼저 나왔다"며 "'밀수'가 나왔을 땐 '범죄도시3'와 다른 캐릭터가 나왔다. 정말 뜻깊은 한 해다. 감사하다. 겨울에도 또 다른 작품이 나올 것 같다. 제가 준비해 온 카드를 올해 너무 다 쓰는 것 같나"라고 웃었다.
끝으로 안세호는 "제 꿈은 영화배우였고, 저는 지금 영화배우가 됐다. 앞으로 제 목표가 뭐냐고 물으신다면 이 일을 계속하는 것이 제 꿈"이라며 "'서울의 봄' '노량: 죽음의 바다'가 겨울에 나올 것 같다. 그때도 '걔가 수복이었어?'라는 반응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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