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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병헌이 아니다"…'콘크리트 유토피아' 박보영의 슬럼프 극복기 [인터뷰]
작성 : 2023년 08월 05일(토) 08:25

콘크리트 유토피아 박보영 인터뷰 / 사진=BH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박보영이 한차례 위기(?)를 맞았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함께 출연한 선배 배우 이병헌 탓이다. 한차례 슬럼프 아닌 슬럼프를 겪은 박보영은 조금 더 성장했다.

텐트폴 마지막 주자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다.

이번 작품을 통해 그동안 보여줬던 러블리 이미지와 정반대의 모습에 도전한 박보영은 "소속사를 옮긴 뒤 많은 시나리오를 받았다. 제가 이런 장르를 안 좋아해서 그동안 안 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많으셨다"며 "이 작품도 저에게 온 것이 아니라 회사에서 이런 시나리오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고 보여주셨다. 시나리오를 받고 그 자리에서 다 읽었다. 늘 이런 캐릭터를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고 작품 참여 과정을 밝혔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박보영 인터뷰 / 사진=BH엔터테인먼트 제공


박보영이 연기한 명화는 '콘크리트 유토피아' 속 유일하게 선(善)을 유지하는 인물이다. 작품 시작부터 끝까지 아파트 외부인들을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가야 하는 필요성을 강조한다.

명화에 대해 박보영은 "명화의 선택을 너무 응원했다. 분명 명화 같은 사람은 존재할 것이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하는 걸 누구보다 응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명화를 보면서 '나도 이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변화를 겪은 뒤 신념을 지키는 것이 어쩌면 제가 바라는 모습 중 하나다. 그리고 분명 이런 사람도 존재해야 하는데 제가 명화처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다만 명화를 연기하며 뜻밖의 고충이 있었다. 평소 로맨틱 코미디에 익숙해진 박보영의 목소리 톤 탓이다. 박보영은 "톤 자체도 높은 편이고, 약간 콧소리도 있었다. 민성이랑 숨을 때 저도 모르게 콧소리가 나오더라. '오빠 빨리 들어와' 해야 하는데 '들어왕!'이라고 해버렸다. 모니터를 해보니까 이렇게 하면 안 되겠더라. 그건 명화가 아니라 저였다"고 웃음을 보였다.

동시에 명화와 대립하는 영탁(이병헌)의 압박감을 이겨내야 했다. 소속사 선배인 배우 이병헌의 연기에 슬럼프까지 겪었다는 박보영은 "선배 덕분에 제가 이렇게 모자란 인간이라는 걸 알았다. 어떻게 저렇게 장면마다 안구를 갈아 끼울 수 있을까"라며 "저는 예열이 필요한 사람인데, 선배는 그런 것도 필요 없어 보였다. 저는 명화를 찾아가는데 한 번에 잘 찾아가지도 못했다. 근데 함께하는 사람은 늘 정답을 찾아갔다. 심지어 그 정답이 많았다. 바로 옆에서 작업을 하다 보니까 제가 너무 부족한 사람인 것 같았다"고 고백했다.

이어 슬럼프를 극복한 방법을 묻자 박보영은 "난 이병헌이 아니다!"라고 외쳐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박보영 인터뷰 / 사진=BH엔터테인먼트 제공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새로운 연기에 도전한 박보영은 "제가 이 직업을 선택하고, 많은 분들을 봬면서 배우로서 욕심이 자꾸 생겼다. 근데 한쪽으로만 커지는 느낌이었다. 저는 동그랗게 커지고 싶다"며 "최대한 많이 다양한 걸 해보면서 제가 몰랐던 저의 모습을 보고 싶고, 찾아가고 싶다. 궁극적인 목표는 동그랗게 커지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특히 그동안 러블리하고 밝은 캐릭터로 사랑받아온 박보영은 "예전엔 그런 모습들이 아쉬웠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그때만 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때는 왜 그렇게 그게 싫었는지 이제야 생각이 든다"며 "지금은 그냥 받아들이고 있다. 원래 제가 애교 있는 말투인데 그렇게 봐주시니까 오히려 안 하려고 했다. 지금은 그냥 튀어나오면 튀어나오는 대로 대답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박보영은 "이 작품 하나로 이미지 변신을 하는 건 어렵다. 문을 두드려봐야 하는데 보시는 분들이 어떠실지 잘 모르겠다"며 "제가 엄청나게 새로운 변신을 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제가 가지고 있던 것 안에서 다른 변주를 주고 있다. 지금까지 해왔던 걸 다 버리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아니라 익숙하지만 조금 다른 사람으로 점차 젖어들게 하겠다는 목표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보영은 "제가 그렇게 많은 장르를 해보지 않아서 아직 갈 길이 멀더라. SF 장르도 아직 안 해봤다. 어른 멜로도 해보고 싶다"며 "나이가 서른 중반이 넘어가고 있으니까 조금 더 지나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질 것 같다. 조금 천천히 가다 보면 다양한 장르를 해볼 수 있는 선택지가 많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끝으로 박보영은 '콘크리트 유토피아' 예비 관객들을 향해 "가벼운 재난 영화나 오락 영화가 아니라는 걸 알고 극장에 오셨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며 "영화가 무거울 수 있지만 충분히 생각할 거리를 준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고 토론하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박보영 인터뷰 / 사진=BH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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