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박서준이 작품에 녹아들었다. 단순히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인물 그 자체에 스며들었다.
박서준이 주연을 맡은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연출 엄태화·제작 클라이맥스 스튜디오)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다.
최근 진행된 시사회에 참석한 박서준은 "되게 뿌듯했다. 촬영은 2년 전에 마쳤지만 감독님이 후반 작업을 어떻게 하셨을지 궁금했다"며 "확실히 시간이 있으니까 완성도가 높더라. 음악도 훌륭하고, 편집도 매끄럽고, 입김 하나하나 디테일이 있었다. 작은 것 하나까지 몰입에 방해되는 것이 없었다. 작품에 출연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했다"고 말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박서준 인터뷰 / 사진=BH엔터테인먼트 제공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모든 것이 무너진 세상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황궁 아파트를 배경으로 벌어진다. 세트장에서 촬영이 진행됐으나 일부는 CG로 구현돼 배우들의 상상력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박서준은 "제가 현장에서 확인할 수 없는 건 CG와 음악 등이다. 촬영할 때 프리비주얼로 '대충 이럴 것이다'라는 걸 보여주셔서 상상으로 채웠다"며 "그런 재난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비주얼적으로 관객분들에게 현실적으로 다가가야 믿을 수 있다. 완성본을 봤을 때 딱히 이질적이라고 생각한 부분이 없었기 때문에 몰입이 잘 되실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CG 부분을 제외하고 연기하는데도 지장이 없었다. 근데 감독님이 현실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셨다. 아파트를 지을 것이라곤 생각 못했는데 입구뿐만 아니라 뒷면까지 디테일하게 만들어주셔서 연기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극 중 박서준이 연기한 민성은 아내 명화(박보영)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인물이다. 자신의 원동력인 가족을 지키기 위해 그는 극한 상황 속 갈등에 빠진다.
이에 대해 박서준은 "민성이는 가족이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명화를 책임져야 한다는 마음이 가장 컸을 거고, 인생의 목표가 아파트를 마련해서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며 "그런 인물한테 이런 상황이 닥쳤을 땐 가족을 위한 선택을 했을 거다. 명화한테 모든 것을 해주고 싶고, 늘 가족이 위주가 되는 선택을 했을 것 같다. 설령 그것이 본인의 가치관과 맞지 않더라도 무조건적으로 가족을 위한 선택을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성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했던 선택으로 인해 명화와 가장 큰 갈등을 벌인다. 박서준은 "민성이를 이해하려고 하면서도 가슴이 아팠다. 어쨌든 선택은 하나일 수밖에 없다. 내가 조금 모질더라도 자신의 가치관 안에서 가족을 지키려면 그게 맞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원래는 명화 이야기를 더 들어주고, 선택에 손을 들어줬을 텐데 그 상황에선 자신의 생각이 맞다고 판단했을 것 같다. 민성이를 이해하려고 했지만 너무 안타까웠다"고 털어놨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박서준 인터뷰 / 사진=BH엔터테인먼트 제공
'콘크리트 유토피아' 속 민성은 섬세한 인물이다. 명화 앞에선 한없이 약하면서도, 누구보다 아내를 지키고 싶어 하는 인물이면서 주민 대표인 영탁(이병헌)의 권력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는 복합적인 인물이다.
박서준은 "감독님이 초반에 민성이가 극의 상황들을 보여주기 위해 구심점을 잡아줘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저 역시 그 상황에 맞게 튀지 않으면서, 과하지 않게 민성이의 성격을 잘 보여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특히 작품 속엔 민성을 비롯해 명화, 영탁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 만큼 가지각색의 성향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해 이를 조화롭게 조율하는 과정도 필요했다.
이에 대해 박서준은 "작품은 한 씬 안에서 조화가 잘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가 더 잘나야 하는 것이 아니"라며 "한 작품을 봤을 때 선(善)한 역할이 있으면, 악(惡)한 역할이 있을 수도 있다. 제 역할에 있어선 영탁과 잘 어우러지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민성의 캐릭터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어느 정도 표현을 해야 장면의 무게 중심을 떨어뜨리지 않을지 표현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박서준 인터뷰 / 사진=BH엔터테인먼트 제공
앞서 박서준은 올해 상반기 영화 '드림'을 시작으로 텐트폴 '콘크리트 유토피아', 하반기엔 마블 시리즈 '더 마블스'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 사이 tvN 예능프로그램 '서진이네'를 통해서도 대중을 만났다.
박서준은 "당연히 제가 정상(頂上)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주어진 것에 열심히 하면서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그냥 운이 좋았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다.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됐고, 열심히 하다 보니까 계속 연결이 되더라.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이 생긴 것 같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다만 스스로의 완벽주의로 고민의 시간도 존재했다. 박서준은 "힘들다. 때론 제 성격이 너무 싫다. 근데 불안해서 그런다. 준비가 안돼 있으면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 싫다"고 털어놨다.
이어 "제가 무언가를 맡았다면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준비를 안 하면 불안하다. 그 불안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계속 노력하고 있다"며 "물론 그 성격이 싫을 때가 많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인정한다. 원래 성격이니까 바꿀 수 있는 건 아니다. 대신 이걸 받아들이고 잘할 수 있는 걸 찾아가고 있다. 앞으로도 이렇게 할 것 같다"고 인사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