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음주 뺑소니범을 붙잡은 국가대표 축구선수 출신 이천수가 당시 뒷이야기를 전했다.
이천수는 지난 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리춘수'를 통해 뺑소니범을 잡았던 당시를 회상했다.
앞서 이천수는 지난 4일 밤 10시 50분께 그의 매니저와 함께 서울 동작구 동작동 올림픽대로에서 음주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하던 40대 남성 A씨를 붙잡아 경찰에 넘긴 바 있다. 이천수는 행사를 마치고 매니저가 운전하는 차로 집으로 향하던 중 뺑소니범을 잡아달라고 외치는 택시 기사를 보고 곧장 차에서 내려 올림픽대로를 따라 1㎞ 정도 추격했다.
이천수는 사건 당일을 떠올렸다. 그는 밤 11시가 됐는데 차가 밀려 의아해했다고 한다. 이내 뛰어가는 한 남성과 쫓고 있는 남성을 발견했다고.
이천수는 "하얀 옷을 입은 분이 우리 쪽으로 뛰어왔다. 그 뒤에 나이 드신 분이 같이 뛰어오더니 우리 차 앞에서 손을 뻗으며 '잡아달라, 부탁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에 이천수는 슬리퍼를 신고 있음에도 곧장 차에서 내려 추격하기 시작했다.
그는 "음주운전자가 동작대교로 올라갔다. 매니저와 제가 오르막길을 가다가 너무 힘들어서 눈이 마주쳤고 서로 빨리 가라고 했다"며 웃었다. 이어 "음주운전자도 우리가 따라오는 걸 본 상황이었다. 그러다 그분이 무언가를 떨어뜨렸다. 주울지 말지 고민하다가 우리와 가까워지는 걸 알고 포기한 뒤 가드레일에 앉더라"고 전했다.
이천수는 "매니저가 음주운전자를 잡고, 피해자분이 올라왔다"며 "내가 택시기사 쪽으로 내려가자 그때 '혹시 이천수 선수 아니냐. 젊은 친구가 이런 일을 도와주고 너무 고맙다'고 하시더라"며 "저는 불의를 보면 못 참는다. 괜찮다고 말씀드렸다"고 멋쩍어했다.
음주운전 피의자에게 술 냄새가 엄청 났다는 매니저는 "처음에는 조금 강하게 이야기하다가 달랬다. 술 냄새가 엄청 났다. 어차피 잘못 한 건데 빨리 잘못을 시인하라고 했다. '죄송하다'더라"고 밝혔다.
이어 "경찰이 진짜 빨리 왔다. 경찰한테 음주운전자를 인도했는데 창피했다. 경찰이 '뭐예요'라며 범인이 난 줄 알더라. 순간 표정이 왜 이러시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집으로 돌아온 이천수가 "내가 그거 뛰었다고 너무 힘들어서 집에 와서 뻗었다. 별 것도 아닌데. (아내가) 기사가 엄청 나니까 사고쳤나 싶었다더라"라고 하자 매니저 역시 "형은 몰랐겠지만 우리 회사도 난리 났었다. 그 짧은 순간에"라고 해 웃음을 안겼다.
한편, 서울 동작경찰서는 이천수에게 해당 공로에 대해 감사장과 포상금을 수여할 예정이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