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뮤지컬 '모차르트!'를 보기 전, 캐스팅 잡음 탓에 걱정이 앞섰다. 공연이 시작되며 불안감은 다행히 안도감으로 뒤바뀌었다. 엑소 수호가 선사한 반전 덕분이었다.
15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모차르트!'의 막이 올랐다.
작품은 유럽 뮤지컬의 전설,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 극작가와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ay) 작곡가의 대표작으로, 1999년 오스트리아 비엔나 초연 이후, 독일, 스웨덴, 중국, 일본, 헝가리, 벨기에 등 10개국에서 각기 다른 8개의 언어로 2400회 이상 공연됐다.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250만 명 이상 관람한 월드 와이드 스테디셀러다.
'모차르트!'는 이름 그대로 천재 작곡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일대기를 다룬다.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자유를 즐기는 천방지축 소년 모차르트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하나둘씩 잃어가며 자신이 타고난 운명과 원하는 삶 사이의 괴리감에 혼란을 겪고 점차 피폐해지다가 비극적이고 쓸쓸한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그린다.
이야기는 익히 알려진대로 다소 불친절한 편이다. 특히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의인화한 아마데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어느 정도 내용을 알고 보지 않으면 내용 이해가 덜컥거릴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모차르트!'가 이토록 유명한 건 역시나 넘버 때문일 터다. 여기에 배우들의 변화무쌍한 감정 연기로 개연성 떨어지는 이야기의 간극을 메워야 한다. 그만큼 배우가 지닌 역량이 중요한 작품이란 뜻이다.
그러나 이번 '모차르트!'는 캐스팅으로 시작 전부터 홍역을 치렀다. 타이틀롤을 맡은 배우 네 명 모두 '모차르트!'에 처음 출연한다. 심지어 아예 첫 뮤지컬 도전인 케이스도 포함돼 갑론을박이 일었다. 보기 전부터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앞서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 '웃는 남자' 등의 작품으로 입지를 다져왔던 엑소 수호는 '모차르트!'에서 자신을 감싼 모범생의 외양을 버리고 반전을 선사했다.
수호는 그동안 수호가 보여준 이미지로는 상상할 수 없었던 광기 어린 연기력은 물론이고, 무대를 휘젓는 역동적인 모습으로 객석의 박수 갈채를 이끌었다.
가창력도 꽤나 수준급이었다. 고난도의 넘버도 무리 없이 유려하게 소화했다. 콜로레도 대주교 역을 맡은 구력의 민영기에도 크게 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특히 1막 엔딩과 마지막 커튼콜은 표정부터 액션까지 소름 그 자체였다.
공연이 끝나고 공연장을 나서는 길, "수호 생각보다 잘하는데"란 감상평이 여기저기 들려왔다. 수호에 대한 호평은 결코 나뿐만은 아니었다.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