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백지연 기자]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소아청년과 의료 대란의 셀태를 파악했다.
24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안타깝게 사망한 다섯 살 정욱이의 마지막 이틀을 되짚어보고 소아청소년과 의료 대란의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하며, 소아 응급의료체계의 붕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대책을 강구해본다.
지난 5월 7일 밤, 119 상황실에 접수된 다급한 신고전화. 갑자기 쓰러진 아이의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다며, 어머니의 절규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구급대원이 도착해 심폐소생술을 이어갔지만,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아이는 이미 사망했다. 다섯 살의 나이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아이의 이름은 오정욱. 마흔이 넘어 시험관 시술로 어렵게 얻은 정욱이는 웬만한 병치레 없이 또래보다 건강했고, 네 살에 스스로 한글을 깨칠 정도로 영특한 아이였다. 지하철 노선도 암기하는 걸 좋아했고, 7호선 종점인 장암역에 꼭 가보고 싶어 했던 정욱이. 부모님은 정욱이와 약속을 끝내 지킬 수 없게 되었다.
정욱이의 사인은 ‘크룹’이라 불리는 급성 폐쇄성 후두염으로 인한 질식사. 주로 감기 바이러스 감염으로 염증이 생겨 후두와 기관지가 붓는 호흡기 질환인데, 제때 치료를 받으면 호흡곤란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정욱이는 사망 이틀 전 물놀이를 한 후 감기처럼 고열과 기침이 시작됐는데, 이비인후과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었음에도 사망 전날 체온이 40도까지 올랐다. 결국 5월 6일 밤 10시 16분경 어머니가 119에 신고를 해 구급대원이 도착했고, 정욱이는 가장 가까운 대학병원으로 이송되었다. 그런데 해당 병원에서는 ‘진료를 받으려면 4-5시간을 대기해야 한다’고 했고, 구급대원이 연락한 다른 6곳의 병원은 ‘장시간 대기’ 또는 ‘소아진료 불가’를 이유로 정욱이를 받아주지 않았다.
연락을 받지 않는 두 병원까지 포함해 총 9곳에서 거절을 당하고, 총 열여섯 차례의 전화를 한 끝에 한 병원이 연결됐다. 그런데 해당 병원은 정욱이 상태를 확인하기도 전에 ‘후두염의 경우 진료는 가능하지만 입원은 불가능하다’고 알려왔다. 119 신고 후 1시간이 넘도록 병원을 찾기 위해 표류하던 가족은 진료만이라도 받기 위해 이 병원을 찾았고, 정욱이는 입원은 하지 못하고 호흡기 치료만 받고 퇴원하게 된다. 그리고 다음 날 저녁 정욱이의 기침이 심해지기 시작했고, 결국 병원으로 출발하기 전 정욱이는 화장실에서 쓰러져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의료 인프라를 갖춘 서울에서 일어난 정욱이의 죽음. 10곳의 병원을 80분 동안 표류하는 사이, 정욱이를 입원시켜 몸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치료해 줄 병원과 의사는 왜 없었던 걸까?
장 중첩증 진단을 받은 아이의 수술을 해줄 병원이 없어, 결국 세종시에서 서울의 한 대학병원까지 올라왔다는 한 보호자도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상황을 성토했다. 대전에서도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서울까지 오게 됐다는데, 이렇게 타 지역에서 서울로 응급실 원정을 와도 장시간 대기는 기본이고 입원진료도 쉽지 않다고 했다. 대학병원뿐 아니라 2차 병원으로 불리는 지역아동병원에서도, 새벽부터 진료 접수표를 뽑기 위해 맘 졸이며 대기하는 부모들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소아의 특성상 밤에 갑작스럽게 질환이 발병하는 경우가 많은데, 1차 병원인 동네 소아과는 폐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오후 6시면 문을 닫는 데다, 부족한 3차 병원 응급실도 포화 상태이다 보니 ‘소아과 대란’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서울 시내 곳곳의 대학병원에서 소아 응급 진료시간을 단축했고, 인천의 한 대학병원에서는 일정 기간 소아 입원진료를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응급 상황에서 소아 환자들을 섬세하게 살펴야 할 전문의가 턱없이 부족할 뿐 아니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꿈꾸는 전공의 또한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2019년 이후 매년 감소하던 전국 주요 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지난해 20%대로 떨어진 데 이어, 올해 10%대로 추락했다. 오늘 밤 갑작스럽게 아픈 내 아이를 봐줄 의사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대체 무엇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실종’시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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