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김선호가 스크린 데뷔와 동시에 대중 곁으로 돌아왔다. 한차례 위기를 겪고 돌아온 김선호는 조금 더 단단해졌다.
김선호의 스크린 데뷔작 '귀공자'(연출 박훈정·제작 영화사 금월)는 필리핀 불법 경기장을 전전하는 복싱 선수 마르코(강태주) 앞에 정체불명의 남자 귀공자(김선호)를 비롯한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세력들이 나타나 광기의 추격을 펼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귀공자'를 통해 복귀와 동시에 스크린 데뷔를 하게 된 김선호는 "영화를 제대로 못 봤다. 단점만 보이더라. 첫 영화라서 그런지 잘 못 보겠더라"고 털어놨다.
첫 영화 촬영에 임한 김선호는 "처음이라서 긴장을 많이 했는데 막상 현장에 들어가니까 드라마 현장이랑 크게 차이는 없었다"며 "고마운 감독님과 제작사 대표님이 같이 불러주셨으니까 배우로서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자는 각오로 들어갔다. 재밌었다"고 전했다.
김선호와 '귀공자'의 첫 만남은 박훈정 감독의 '픽' 덕분이었다. 김선호는 "제가 작품을 선택한 건 아니다. 감독님이 불러주셨다. '같이 할래?'라고 하셔서 '네, 저 감독님 팬이에요'라고 했다"며 "제가 '신세계' '마녀1' 액션신을 굉장히 멋있다고 생각했었다. 극장에서 봤는데 너무 신기하고 충격적이었다. 이미 마음을 정한 상태에서 감독님을 뵈러 갔고, 그때 대본을 읽었다.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감독님이랑 이야기를 나눠보니 불만이 있다면 작품을 수정해 주실 여지가 있어서 재밌는 작업이 될 것 같았다"고 이야기했다.
귀공자 김선호 인터뷰 / 사진=스튜디오앤뉴 제공
'귀공자'에서 김선호가 연기한 배역은 귀공자다. 맑은 얼굴에 초롱한 두 눈으로,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죽이는 '프로'다. 여기에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완벽한 세팅에 명품 슈트를 입고 종횡무진 활약한다.
김선호는 "감독님이 원하신 액션은 프로 같은 스타일에 위트 있고, 깔끔함을 추구하는 정돈된 움직임이었다. 그래서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제가 춤을 못 추는데 그런 몸이랑 액션 하는 몸이랑 다르더라. 감독님도 처음엔 제 춤 때문에 '쓰읍' 하셨는데 막상 액션을 해보니 괜찮다고 하셨다. 무난하게 잘 찍었던 것 같다"고 웃음을 보였다.
또한 김선호는 극 중 귀공자가 콜라를 먹는 장면과 관련해 "대본에 '콜라를 참 맛있게도 어린애처럼 먹는다'는 문구가 있었다. 그게 귀공자의 어린아이 같은 잔인한 면을 더 보여주는 장치라고 생각했다"며 "의상을 신경 쓰면서도, 놀이처럼 마르코를 쫓는다. 나쁜 짓을 하는지, 놀이인지 모호한 모습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김선호는 "만약 원한에 의한 살인이면 표정이 안 좋거나, 킬러라면 웃으면 안 된다. 근데 귀공자는 웃고, 휘파람을 분다. 이걸 어떻게 표현할지가 가장 큰 숙제였다"며 "저는 많은 걸 표현하려고 했지만, 감독님이 편집점으로 귀공자스럽게 덜어내신 것 같다. 저는 배우로서 많은 걸 준비해야 했다. 많은 걸 깎아낼 순 있어도 없는 걸 만들어낼 순 없으니 제가 한 것들 중에서 조금 덜어내셔서 깔끔하고 명료하게 표현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귀공자 김선호 인터뷰 / 사진=스튜디오앤뉴 제공
광기 어린 킬러 역할로 새로운 연기 변신에 나선 김선호는 "출발점은 감독님과 함께였다. 이후 말투나 스타일링 같은 건 다 함께 만들었고, 그때그때 아이디어를 냈다"며 "'이런 건 어때요?' '이런 웃음은 어때요?' 등의 이야기를 나눴다. 나중엔 감독님이 '오케이'를 안 하셨다. 귀공자로서 조금 더 말을 해달라고 하셔서 계속 말을 하면서 즉흥 애드리브도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김선호는 "감독님이 저를 믿어주셨다. 편집된 작품을 보니 제가 생각했던 방향과는 조금 다르긴 했다"면서도 "하지만 감독님이 슬픈 느낌과 귀공자의 위트를 합쳐서 밸런스적인 부분을 고민하셨던 것 같다. 감독님이 써놓으신 글에 조금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같이 하자고 하셔서 그 자리에서 함께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귀공자'를 향한 관심이 뜨거운 것은 배우 김선호의 스크린 데뷔작임과 동시에 그의 복귀작이기 때문이다. 김선호는 지난 2021년 전 연인 A씨로부터 교제 당시 상황들을 폭로당하며 한차례 사생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로 인해 예정된 다수의 차기작에서 하차하게 됐던 김선호를 끝까지 믿어준 것이 박훈정 감독이었다. 이에 대해 박훈정 감독은 '귀공자' 제작보고회와 언론시사회 당시 "김선호 말고 대안이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선호는 "'대안이 없다'고 하신 것은 저도 이번에 들었다. 고민하신 것도 이번에 알았다. 저한테 말씀을 안 해주셨었다. 제작사 대표님, 감독님이 먼저 '너 괜찮니'라고 물어보셔서 '괜찮다'고 했다. '우리는 네가 괜찮다면 같이 하고 싶어'라고 하셔서 감사함이 컸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제가 더 이상 이분들께 배우로서 누가 되고 싶지 않았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연기니까 최선을 다해서 임하자는 마음이었다. 저에게 고민할 것은 없었다. 그저 감사함 뿐이었다"고 강조했다.
귀공자 김선호 인터뷰 / 사진=스튜디오앤뉴 제공
특히 김선호는 '귀공자'에 이어 박훈정 감독의 차기작 '폭군'에도 출연한다. 김선호는 "제 모토가 '다음에 같이 하고 싶은 사람이 되자'였다. 다시 불러줬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며 "감독님과 함께 산책을 하다가 '너 이거 할래?'라고 하셔서 '네'라고 했다. 연출할 땐 다른 모습이지만 실제로는 그냥 형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선호는 "배우로서 가장 간절한 것은 제 연기가 조금 더 늘었으면 하는 것이다. 저처럼 느린 사람이 배우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선배들이 남겨준 좋은 레퍼런스가 있기 때문"이라며 "저는 요즘 저도 언젠가 남들이 하지 않았던 무언가의 레퍼런스가 된다면 좋은 배우 인생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끝으로 김선호는 "'배우 김선호'는 느리지만, 유연하려고 노력한다. 그게 저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며 "변함없이 무언가를 수행함에 있어서 차근차근 캐릭터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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