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광기 어린 추적극이다. 미친 X 옆에 미친 X이 턱밑까지 쫓아온다. 쪼는 맛과 반전을 가미한 '귀공자'다.
8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영화 '귀공자'(연출 박훈정·제작 영화사 금월)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돼 박훈정 감독, 배우 김선호, 강태주, 김강우, 고아라가 참석했다.
영화 '귀공자'는 필리핀 불법 경기장을 전전하는 복싱 선수 마르코(강태주) 앞에 정체불명의 남자 귀공자(김선호)를 비롯한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세력들이 나타나 광기의 추격을 펼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녀' 시리즈에 이어 돌아온 박훈정 감독
'마녀' 시리즈로 독보적인 색채를 보여준 박훈정 감독이 이번엔 코피노 캐릭터를 앞세운 추격극으로 돌아왔다.
박훈정 감독은 "저는 사실 코피노에 대한 이야기를 예전부터 다뤄보고 싶었다. 차별받는 이들이 차별하는 이들에게 한 방 먹이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작품 연출 계기를 밝혔다.
또한 박훈정 감독은 "블랙 코미디적인 요소는 작품마다 지향하고 있지만 잘 안된다. 모든 작품에 시도는 하고 있다"며 "원래 이런 장면들이 시나리오상에 다 있었다. 근데 시나리오는 이것보다 조금 더 무거운 느낌이었다. 저희가 촬영하고 편집하는 과정에서 조금 헤비한 부분들을 덜어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 추측된 '마녀1' 속 귀공자(최우식)과 '귀공자' 속 귀공자의 연관성에 대해선 "둘 간의 연관성은 없다. 제가 깔끔한 미친놈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런 이름을 또 썼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박훈정 감독은 당초 '슬픈 열대'에서 지금의 '귀공자'가 된 배경에 대해 "시나리오는 바뀐 것 없이 그대로 촬영이 진행됐다. 편집 과정에선 덜어내고, 남아있는 것에 대한 선택의 문제였다"며 "원래 제목은 '슬픈 열대'였다. 시나리오상 약간의 슬픔이 있었는데 그 슬픔이 사라졌다. 촬영과 편집을 하는 과정에서 캐릭터들이 강하게 나오더라. 도드라진 인물, 그리고 이 판을 짠 인물이 조금 더 부각이 되겠다 싶어서 제목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광기 어린 추적극, 쪼는 맛이란 이런 것
'귀공자'는 각자 모종의 이유로 마르코를 쫓는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귀공자를 비롯해 한이사(김강우), 윤주(고아라)는 끝까지 마르코를 추적한다.
한이사 역의 김강우는 "저는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사람도 나름 절실함이 있다. 감독님의 전작에서 좋은 선배들이 멋진 악역을 해줬었다"며 "저는 과거 서부 영화에 나오는 갱 같은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독보적인 권력을 가진 인물을 내보고 싶었다. 앞, 뒤 가리지 않고 아랫 사람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직접 생각하지 않고 손으로 행동하는, 좋게 말하는 상남자다. 와일드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윤주 역의 고아라는 "제가 액션에 대한 욕심이 아주 많다"며 극 중 카 체이싱 장면에 대해 "저는 스피드를 즐기는 사람이라 재미있게 촬영했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귀공자 역의 김선호는 "대본 볼 때도 '응? 왜 이렇게 따라다니지?'라는 생각이었다. 어쨌든 감독님과 사전에 준비할 때도 진짜 미친 사람 그 자체가 목표였다. 추격하면서 어떻게든 즐기려고 했다. '왜?'라는 질문에 즐기는 모습을 더 보여주려고 했다"며 "제가 김강우 선배 연기를 봤을 때 너무 재밌었다. 굉장히 극단적이다. 어차피 기회를 주지 않을 걸 알면서도 천천히 뛰라고 한다. 그런 장면을 보면서 정말 잔인해서 감탄했다. 저희 입장에선 김강우 선배가 제일 빌런이었다"고 이야기했다.
◆1980대 1 뚫은 강태주, 또 한 번 '신예 매직' 될까
신인 배우 강태주는 1980: 1의 경쟁률을 뚫고 '귀공자' 타이틀롤로 발탁됐다. 그동안 '마녀' 시리즈를 통해 배우 김다미, 신시아를 발굴한 박훈정 감독의 '신예 매직'에 기대감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훈정 감독은 강태주 캐스팅에 대해 "오디션으로 강태주를 선발했다. 제가 캐스팅할 때 고민이 많았다. 아무래도 혼혈 캐릭터다 보니 특유의 느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거기에 영어, 한국어 등 연기 자체가 아버지에 관련된 것들이 많아서 연기적인 부분과 액션 부분을 꼼꼼하게 봤다"고 설명했다.
데뷔와 동시에 타이틀롤을 맡게 된 강태주는 "작품을 같이 하게 돼서, 연기 할 수 있게 돼서 너무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작품하면서 한 영화에서, 한 작품에서 너무 많은 값진 경험을 한 것 같다"며 "와이어도 달아보고, 액션, 추격 감정 연기 등 신인 배우가 하기 힘든 여러 가지 귀중한 경험들을 하게 해주셔서 정말 즐겁게 촬영했다. 저에겐 밑거름이 되는 작품이었다. 앞으로 '귀공자'를 통해 얻은 경험으로 다양한 작품, 다양한 선배들과 연기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와 함께 강태주는 "영화 내내 제가 왜 쫓기는지 모르고 달렸다. 그런 혼란스러운 감정을 갖고 달렸기 때문에 그런 마음을 잃지 않고 달리는 것이 중요했다"며 "촬영 내내 호흡이나 체력에 있어서 놓치는 부분이 없는지, 연결이 되지 않는지, 항상 감독님과 상의하면서 촬영했다"고 말했다.
'귀공자'는 21일 개봉한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