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최동구 인생에 전환점이 찾아왔다. 단순히 흥행 보증수표 작품에 참여했다는 것이 아니라, 배우 인생에 있어 새로운 발판이 된 '범죄도시3'다.
지난해에 이어 1년 만에 돌아온 '범죄도시3'(연출 이상용·제작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는 대체 불가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가 서울 광수대로 이동한 후, 신종 마약 범죄 사건의 배후인 주성철(이준혁)과 마약 사건에 연루된 또 다른 빌런 리키(아오키 무네타카)를 잡기 위해 펼치는 통쾌한 범죄 소탕 작전을 그린 작품이다.
마석도의 조력자 황동구 역으로 '범죄도시' 시리즈에 합류한 최동구는 "사실 '범죄도시' 시리즈 1, 2가 워낙 큰 사랑을 받았고, 관객분들이 사랑해 주시는 작품이니까 이 작품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큰 영광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다만 최동구는 "동전의 양면처럼 우려하는 부분도 있고,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연기적으로 어떻게 나올지에 대한 우려부터, '범죄도시' 시리즈의 팬층이 두터우니까 관객들이 후속작을 너무 기다렸을 거다. 근데 제가 참여함으로써 명성에 피해가 갈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런 점들 때문에 신경 써서 책임을 지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범죄도시3 최동구 인터뷰 / 사진=해와달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번 시리즈에 새롭게 합류한 최동구는 마석도 형사의 조력자인 인천북부경찰서 마약반 황동구 형사로 활약했다.
캐스팅 과정에 대해 최동구는 "'범죄도시1' 때는 추석날 개봉해서 가족들과 함께 극장에서 봤다. '나도 언젠가 저렇게 좋은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근데 '범죄도시2'는 2019년에 오디션을 봤는데 떨어졌다. 단칼에 떨어져 버렸다. 이번엔 너무 좋은 기회로 오디션을 봤다. 모든 배우들이 다 오디션에 응시할 만큼 모두가 들어가고 싶어 했던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1차 때는 빌런 대사로 오디션을 봤다. 그때는 공통 대본이었다. 제가 올해로 데뷔 10년 차인데 오디션을 볼 때마다 많은 준비를 한다. 이번에도 의상, 소품 등을 준비해 갔다"며 "시간이 지나고 2차 오디션에 불러주셨다. 이번엔 빌런 대사 하나랑 코믹적인 대사를 봤었다. 근데 시간이 한창 지나도 연락이 없더라. 제가 웬만해선 오디션 결과에 대해서 초조해하지 않는데 이번 '범죄도시3'은 조금 달랐다. 피가 말랐다"고 고백했다.
최동구는 "다행히 시간이 오래 지나고 최종 오디션이 잡혔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갔었다. 제가 여태껏 봤던 오디션 중에 제일 길게 봤다"며 "감독님이 굉장히 집요하고 구체적으로 디렉팅을 주셔서 그것에 맞춰서 했다. 긴 오디션을 마치고 기분 좋게 나왔다. 근데 연락이 없었다. 저를 포함해서 최종 오디션을 본 분들이 다 초조하셨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그런 최동구에게 연락을 준 이는 제작자 겸 주연 배우 마동석이었다. 앞서 두 사람은 이미 한차례 다른 작품에서 호흡을 맞춰 인연이 있었다. 최동구는 "그 순간이 저한테 드라마 같았다. 시간도 기억한다. 4시 44분이었다"며 "마음을 가다듬고 받았더니 마동석 선배가 '동구야. 무슨무슨 역할이 있어. 해볼 수 있겠어?'라고 하셨다. 제가 원래 잘 안 떠는데 너무 떨렸다. '네, 선배님. 그거 하고 싶습니다. 잘할 수 있습니다'라고 했더니 '좋아. 그 말이 듣고 싶었어'라고 하시더니 끊었다"며 "제 생각엔 이미 캐스팅 확정이 된 상태에서 전화하신 것 같았다. 제 자신감을 보려고 하신 게 아닐까 싶다. 이후 문자로 황동구 형사 역할이라고 보내주셨다. 그 전화 한 통이 제가 배우를 함에 있어서 드라마 같은 순간이었다. 너무 감사했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황동구 캐릭터명은 기존에 존재하던 역할을 최동구의 이름에 맞춘 것이다. 이에 대해 최동구는 "너무 감사했다. 원래는 '황동구'가 아니었다. 아마 마동석 선배가 관객들에게 제 이름을 각인시켜 주려고 바꿔주신 게 아닌가 싶다"며 "저와 마동석 선배가 사실 깊은 유대감이 있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함께 작업하면서 저를 예쁘게 봐주셨었는지 이번 작품 때 신경도 많이 써주시고, 현장에서 아이디어도 많이 수용해 주시고, 조언도 해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범죄도시3 최동구 인터뷰 / 사진=해와달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번 '범죄도시3'를 통해 '배우' 최동구의 시야는 넓어졌다. 최동구는 "지금껏 저는 소모적인 역할을 많이 해왔다. 짧은 역할이지만, 그 장면 안에서 제 존재감을 알리려고 노력했었다. 다만 이번 작품에선 긴 호흡을 갖고 가야 하기 때문에 제가 튀려고 하면 망할 것 같았다"며 "제가 그동안 드라마나 영화에 많이 출연했지만, 이렇게 긴 호흡으로 쭉 가는 것은 '범죄도시3'가 처음이었다.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 제가 잘하고 있는건지 의심도 들었다. 그때 마동석 선배가 '동구야 네가 짊어지고 있는 짐을 그냥 내려놔라. 이 순간을 느끼고 즐겁게 하면 된다'고 하셨다. 덕분에 순수한 마음으로 작업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범죄도시' 시리즈의 백미인 액션신도 준비해야 했다. 최동구는 "저도 지금까지 쭉 배우 생활을 하면서 액션스쿨에서 트레이닝을 받아왔기 때문에 그렇게 어려운 건 없었다"면서도 "다만 현장에 가면 액션 합이 유동적으로 바뀌기 때문에 무술 감독님들이 지도를 해주셨다. 또, 마동선 선배가 액션신에 대한 노하우를 많이 지도해주셨다. 특히 선배가 액션신을 촬영할 때 부상에 대해 굉장히 예민하셔서 무술감독님들과 함께 정확히 지도해 주셔서 수월하게 촬영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빌런과 히어로의 액션 차이점도 언급했다. 그동안 다수의 작품에서 주로 조폭 역할의 액션을 담당했던 최동구는 "제가 야쿠자도 해보고, 조선족도 해보고, 부산 깡패도 해봤다. 깡패 역할을 할 땐 그냥 날 것의 액션이다. 액션을 잘하기보단 연기에 중점을 뒀다"며 "형사 역할은 절제된 액션이 필요하더라. 실제로 형사님들 대부분이 유단자시다. 정확한 무술을 구현하시는 분들이다 보니 날 것보다는 절제되고, 맞춰진 액션을 했다"고 설명했다.
범죄도시3 최동구 인터뷰 / 사진=해와달엔터테인먼트 제공
'범죄도시3'는 최동구의 배우 인생에 있어 확실한 전환점이 됐다. 그는 "딱 정의를 내릴 순 없지만, 분명한 건 제 배우 인생에 전환점이 된 작품이다. 작품의 흥행을 떠나서 캐스팅된 과정과 현장에서 경험들을 종합했을 때 제 배우 인생에 분명히 전환점이 되는 작품이라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최동구는 '저는 삶에 있어 큰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우지 않는다. 제가 당장 이루어야 할 목표를 잡으면 '척'이 되는 것 같다. 제가 일을 사랑해야 하는데, 이것을 위해서 해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며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다. 그건 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다. 그래서 소신껏 제 교집합 안에서 만나는 인연들과 소중한 인연을 갖고, 마라톤이라 생각하며 쭉 배우 생활을 이어가려고 한다. 제가 향후 얼마나 배우 생활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제 인생에 있어서 전환점이 될만한 작품이라는 건 확실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동구는 "제가 생각하는 예술 가치관이 몇 개 있다. 예술이 통상적으로 갖고 있는 목표에 대해 정의 내릴 순 없지만, 세상을 바꾸진 못해도 사람의 마음을 바꿀 순 있다"며 "저도 작품의 구성원으로 참여해서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면 인간의 마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 그런 것들이 저의 원동력이 된다"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그는 "좋은 배우가 되기 전에 좋은 사람이 돼야 한다는 걸 경계한다. 그 말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면 가식을 부리게 될 것 같았다. 소신 있게 좋은 배우보다는 멋진 배우가 되고 싶다. 제 자신에게 솔직하고, 본능적으로 움직이고, 지금껏 그래왔듯 앞으로도 그렇게 소신 있는 책임감을 갖고 살고 싶다"고 인사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