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손화신 기자]'미시청률 89.3%'라는 임팩트 가득한 이 제목, 과연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사실, 궁금함보다 두려움이 크다. 이 칼럼의 조회수가 수백만에 이른다고 해도 기자는 기쁠 수 없다. 그 이유는 '기레기' 송차옥식 헤드라인이기 때문이다. 기자가 인하라면 딸꾹질이 나올 법한 이 제목은 분명 팩트를 왜곡했다. 하지만 어제(11일) 방송분에서 송차옥의 논리는 너무도 일리 있어 보여, 숨어 있던 YGN 기자의 마음으로 한 번 따져볼까 한다.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 10회(극본 박혜련, 연출 조수원 신승우)에서는 송차옥(진경 분)이 '팩트와 임팩트'란 주제로 기자들에게 강연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송차옥 기자, 키 큰 남자를 좋아해"보다 "송차옥 기자, 키 작은 남자 싫어해"가 임팩트 있는 좋은 헤드라인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러면서 덧붙인다. "키 작은 남자를 싫어한다는 말이 팩트가 아닌 건 아닙니다. 키 작은 남자가 키 큰 남자보다는 싫다는 뜻이니까요."
하지만 그녀의 논리엔 오류가 숨어있다. 좋아하지 않는 것은 모두 싫어하는 것이다? 좋지도 않고 싫지도 않은 경우의 수는 무시한 채 송차옥은 흑백논리를 이용하고 있다. 물론 기사 본론에 들어가면 '키 큰 남자보다는 싫어한다'라고 상세 설명을 붙이겠지만 이미 제목만으로는 팩트 왜곡이다. 만약 송차옥이 '키 큰 남자는 위너(승리자)'라고 말했다 치자. 그런데 인터뷰를 진행한 기자가 '송차옥, 키 작은 남자는 루저(패배자)'라고 제목을 뽑았다면? 송차옥은 실제로 만인의 비난을 받았던 '루저녀'로 한 순간에 타락할 것이다. 황색 언론의 피해자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강연에서 송차옥은 '응용문제'를 낸다. "뺑소니 검거율 93% 돌파". 보도자료를 그대로 쓴 맛도 없고 멋도 없는 이 제목을 임팩트 있는 제목으로 바꾸면? 그녀는 자신 있게 말한다. "뺑소니 미검거율 7%에 육박". 하지만 역시 오류가 있다. 핵심은 뺑소니 검거율이 증가했다는 것인데 송차옥의 기사는 뺑소니 검거율이 아주 저조하단 뉘앙스를 풍긴다. '야마'('핵심 혹은 주제'란 은어)가 완전히 빗나갔다. 마치 '물이 반이나 남았다'란 게 야마인데 '물이 반밖에 안 남았다'라고 전하는 꼴이다. 이는 부정적 선동으로 군중심리를 자극하는 황색 언론의 꼼수다.
자, 이제 끝으로 이 칼럼의 제목을 다시 살펴보기로 한다. 닐슨코리아 집계 결과 11일 방송된 '피노키오'의 시청률이 10.7%(전국기준)이었으므로 '피노키오'의 미시청률은 89.3%이다. 분명 거짓은 아니다. 하지만 이 헤드라인 때문에 이 기사는 '까는 기사'가 돼 버렸다(참고로 기자는 '피노키오'가 웰 메이드 드라마라고 생각하는 애시청자다). 임팩트를 욕심낸 이 제목은 '피노키오'가 이전 회 보다 0.6%p나 시청률이 상승했다는 핵심 내용을 무시한 것이다.
결론은 이것이다. 기자들은 '임팩트'에 눈이 멀어 자신의 기사가 '팩트'를 훼손하고 있진 않은지 돌아볼 것, 그리고 시청자들은 뉴스가 진실을 교묘히 왜곡하고 있진 않은지 철저히 감시할 것. '진실'은 우리 모두의 노력이 있어야 지켜낼 수 있는 것 아닐까? 진실을 향해 성장해가는 '피노키오'의 10.7% 시청률이 자랑스럽다.
손화신 기자 son716@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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