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박하경 여행기'는 거창하지 않지만 잔잔한 힘이 있다. 계획적이지 않아도 괜찮다고, 자유로움에 맡겨보라는 이나영의 위로가 전해진다.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박하경 여행기'(극본 손미·연출 이종필)는 사라져 버리고 싶을 때 토요일 딱 하루의 여행을 떠나는, 국어 선생님 박하경(이나영)의 예상치 못한 순간과 기적 같은 만남을 그린 명랑 유랑기다.
드라마는 박하경의 의식의 흐름대로 진행된다. 목포, 제주도, 부산 등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 여러 경험을 쌓는다.
그 과정 속에서 새로운 사람들도 만난다. 템플스테이에서 묵언수행 중인 이를 만나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남자에게서 설렘도 느낀다. 터미널에서 한 할아버지와 세대갈등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며 내면을 돌아본다.
장소가 주는 특별함도 느낀다. 옛 제자의 첫 전시회를 관람하거나, 수학여행으로 떠났던 경주를 다시 찾아 그리운 이를 떠올리기도 한다. 때론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임에도 박하경은 길을 나선다. 토요일만큼은 익숙한 곳을 떠나 자신에게 집중한다.
'박하경 여행기'는 매력적인 잔잔함이 있다. 박하경이 독백하듯 내뱉는 내레이션이 주를 이루며 자전적으로 흘러간다. 그럼에도 새로운 사람들, 장소가 주는 신선함이 볼거리를 제공한다. 해남, 부산, 목포, 제주도 등 국내 여러 아름다운 풍경은 여행의 묘미를 살리고, 이따금 '먹방'도 등장한다.
잔잔함을 채우는 배우 이나영은 박하경 그 자체였다. 촬영 중 자신도 모르게 인물에 동화돼 무의식적인 행동이 나왔다는 이나영이다. 과장되지 않은 표정과 눈빛, 행동, 잔잔하게 울리는 내레이션은 극으로 스며들게 했다.
그가 만나는 다양한 성별과 연령대의 사람들도 각기 다른 개성을 지녀 흥미롭다. 이를 연기한 구교환, 길해연, 박세완, 박인환, 서현우, 선우정아, 신현지, 심은경, 조현철, 한예리 등 10명의 배우는 짧은 시간임에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박하경 여행기'는 30분 안쪽으로 구성된 미드폼 형식으로 총 8개의 에피소드로 진행된다. 호흡이 긴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원하는 에피소드만 골라봐도 스토리 진행에 문제가 없다. 다만 박하경의 깊은 서사를 기대한다면 아쉽게 다가올수 있다. "멍 때리고 싶을 때"라는 대사처럼 박하경이 보고, 먹고, 만나는 것들을 흐름대로 그저 따라가다보면 여행이 끝난다.
그럼에도 작품은 여행을 가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지친 현대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여행을 숙제처럼 생각하지 않는 박하경의 이야기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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