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저 이런 연기도 할 줄 아는 배우예요." 풋풋한 이미지를 넘어, 더욱 넓고 다양한 스펙트럼을 대중에게 펼쳐 보이고 싶은 연기자 한소은. 더 깊은 감정선과 우아한 이미지를 더하며 내공을 쌓아가는 중인 그였다.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조선변호사'(극본 최진영·연출 김승호 이한준)는 부모님을 죽게 한 원수에게 재판으로 복수하는 조선시대 변호사 '외지부'의 이야기를 담은 유쾌, 통쾌한 조선시대 법정 리벤지 활극 드라마. 한소은은 극 중 강한수(우도환)의 동생 강은수 역으로 분했다.
종영 소감을 묻자, 한소은은 "촬영이 끝났을 때도 은수라는 역할이 이 정도로 반응이 좋을지 몰랐다. 방송 시작되고 시청자분들이 의외로 반응을 많이 해주시고 좋게 봐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컸던 거 같다"며 감사의 인사로 입을 열었다. 이어 "감독님이 잘 이끌어 주셔서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다. '조선변호사' 팀워크도 좋았다. 만족스럽게 촬영했고 반응도 좋아 행복했다는 말이 딱 떠오른다"고 말했다.
아울러 합을 자주 맞췄던 배우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한소은은 "천호진 선배님은 연기하며 어려웠던 부분을 아빠처럼 잘 말씀해주셨다"며 "다른 배우분들도 현장을 편하게 해주셨다. 긴장감도 덜하게 장난도 많이 치고, 옆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잘 연기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장르가 사극이다보니 발성법에 특히 신경썼다는 한소은은 "사극은 말투만 아니라 발성 자체도 다르고 다른 분들과 맞춰야 가고, 평소 톤보다 낮게 말하는 연습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준비 과정에 대해 한소은은 "목소리 톤 자체를 사극에 맞게 낮게 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은수라는 역할이 애잔한 역할이라 톤에 신경 많이 쓰고, 메이크업도 은수 분위기에 맞게 신경 썼다"고 밝혔다.
또한 원작이 되는 동명의 웹툰에는 없던 캐릭터라 참고할 자료나 기준점 없이 캐릭터를 잡아가는 것이 어렵진 않았을까. 한소은은 "감독님이 '난설헌'이란 책을 주셨는데 그 책의 주인공이 은수랑 닮아있다고 하셔서 그 책의 주인공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밝혔다.
책을 참고하긴 했지만, 강은수란 캐릭터를 구상하는 것은 온전히 한소은의 몫이었다. 그는 "책은 책일 뿐이고, 감정은 제가 만들어야 해서 '나라면 어땠을까?'란 질문에서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이란 생각으로 접근했지, 다른 드라마나 작품을 보고 공부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무언가를 계속 참고하기보다 한소은은 오히려 다른 사람의 연기를 '따라하는' 상황을 경계했다. 그는 "사극은 현대 말투랑 너무 다른데, 다른 사람의 것을 보면 자칫 따라 할 수 있다"면서 "오히려 제가 새롭게 캐릭터를 구축할 수 있었고 새로운 것에 제 감정을 넣으니 진심이 되더라"고 말했다.
강은수는 모두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면서 14화에서 하차했다. 최종화까지 함께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은 없었는지 물었다. 그는 "난 할 만큼 한 거 같다. 은수가 할 도리를 하고 죽었기 때문에 마음 편하게 퇴장했다. 그런데 시청자 분들이 아쉬워하셔서 그걸 보니 '조금 더 나왔어도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더라.(웃음)"고 이야기했다.
특히 유지선(차학연) 사이 묘하면서도 애틋한 분위기를 이끌어내 두 사람의 투샷을 좋아하던 시청자도 많았던 만큼, 유지선과 로맨스도 살짝 욕심이 났던 모양. 한소은은 "차학연 선배님과 붙는 서사가 좀 더 많았으면 좋았을 텐데란 생각도 들었다. 결과물을 보니 너무 예쁘게 찍어주셔서 아쉬움이 있었다. 생각보다 그림체가 잘 어울려서 아쉬웠다"고 털어놓았다.
사실 한소은은 드라마 '18어게인' '아이돌' 등 작품에서 앳된 얼굴로도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반응을 의식해서 좀 더 어려보이게 캐릭터를 가꾸려고도 노력했다고. 그러나 동안 탓에 역할이 국한되거나 넓은 스펙트럼을 만들어가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 않을까란 노파심도 들었다. 한소은 역시 "어려보이는 게 마냥 장점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분위기 탓인지 자꾸 어린 역할만 들어왔다. 그래서 그런 것에 대해서 저도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래도 이때 아니면 언제 해볼까란 생각이 컸다. 그때를 지금 다시 돌아보면 저는 선택을 잘했던 거 같다"고 말했다. 그 순간에만 맡을 수 있는 역할, 주어진 몫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그였다.
그런 한소은에게 '조선변호사'라는 작품은 일종의 전환점이 됐다. 이번 작품에서는 단아하고 성숙한 분위기가 돋보였다고 하자, 한소은은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전과 다르다더라. 저한테는 굉장히 좋았던 거 같다. 감정선도 전보다 더 깊고 디테일해져서 연기적으로나 내적으로나 성숙한 사람으로 비치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들더라"면서 '조선변호사'가 특별한 작품이 됐다고 고백했다.
한소은은 "여태까지는 마냥 착하고 청순한 학생 역할만 했다면 '조선변호사'를 통해 깊이 있는 연기도 할 수 있는 배우라고 각인됐으면 좋겠더라. 저 또한 노력해서 연기적인 것도 많이 보완했다. 내공을 많이 쌓을 수 있었다. 그래서 제 전환점이 돼 깊이 있는 역할들을 많이 하고 싶은 욕심이 크다"고 밝혔다.
연기 롤모델로 '서현진'을 꼽은 한소은은 "예전엔 연기 내공이 쌓이지도 않고 이제 막 걸음마를 막 뗀 수준이라, 많은 경험을 해보니 서현진 선배님처럼 다양하게 연기를 소화하고 너무 연기천재 같아서 '나도 꼭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란 욕심이 생기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도 지금 딕션을 많이 연습했는데, 서현진 선배님이 딕션, 발성, 발음이 좋으시지 않나. 그래서 선배님을 더 좋아하게 된 거 같다"고 덧붙였다.
"윤여정 선배님처럼 나이가 들어서도 멋있고 내공 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목표가 커요. '주인공이 되고 싶어요' 보다 꾸준히 오래 갈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가장 큰 목표에예요."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