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투데이 이서은 기자] 짜릿한 끝내기 안타로 팀 승리를 이끈 김재호(두산 베어스)가 후배들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전했다.
두산은 2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삼성과의 홈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4-3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22승 1무 20패가 된 두산은 삼성 3연전을 우세하게 가져갔다.
선발투수 최승용이 6이닝 6피안타 2실점으로 호투한 가운데 타선에서는 김재호의 '한 방'이 있었다.
이날 연장에 돌입해 3-3까지 맞서던 양팀의 승부는 11회말 갈렸다. 김재환이 2루수 땅볼 실책으로 출루하고 허경민이 고의사구, 장승현이 볼넷으로 출루한 2사 만루에서 김재호가 짜릿한 끝내기 안타를 때려냈다.
수훈선수로 선정된 김재호는 "노리던 공이었다. 만루였기 때문에 투수들이 더 밀어내기 볼넷을 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직구에만 늦지 말자고 다짐했다"며 "(1루수가 공을 떨어뜨렸을 때) 내게 기회가 오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재호는 개막 엔트리에는 진입했지만, 올 시즌 2군에 다녀오는 등 13경기밖에 나서지 못했다. 후배 이유찬, 안재석 등과 주전 유격수 자리를 두고 경쟁한 탓이다.
시즌 타율은 오늘 경기까지 포함해 0.278(18타수 5안타) 3타점을 기록했다. 오늘 경기 전까지는 16타수 3안타에 그쳤다.
오랜만에 선발 유격수로 출전한 김재호는 "베테랑이 살아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스스로 자존감이 자꾸 떨어졌기 때문에 (자존감을) 올리고 싶었다. 2군에 갔다 왔던 게 좋은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수비도 잘해야하겠지만 공격에서 제 몫을 해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공격적인 부분을 많이 생각했다. 또한 코치님 감독님과 '어떻게 하면 밸런스를 찾을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버텨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김재호는 "조금씩 자신감을 찾고 있는 것 같다. 예전같았으면 심적으로 많이 부담스러웠을 텐데, 이제는 좀 떨쳐낸 것 같다"고 의연하게 말했다.
2군에서의 시간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김재호는 "경기를 예전만큼 많이 못 나가다 보니 경기 감각이 많이 떨어졌었다. 그 부분에서 심적으로 불안한 마음이 컸는데 2군에서 경기를 많이 뛴 게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23일 경기에서는 동갑내기 동료 장원준이 약 5년 만에 130승을 거두는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재호는 "뭉클했다. 그 1승을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니까. 1승을 위해서 계속 준비하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안쓰러웠지만 한편으로는 본받고 싶었다. 친구지만 운동선수로서 배워야 할 자세가 아닌가. 축하해주고 싶었는데 제 상황이 예전같은 상황이 아니라 앞에 나서진 못했다"고 말했다.
김재호의 마지막 끝내기 안타는 3년 전이다. 그는 "3년 동안 타석에 들어서는 것 자체가 가시밭이었다. 힘들었고 감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결과를 못 내니까 자꾸 잊혀져 가고 질타가 오기도 하고 자존감이 정말 떨어졌었다"며 "이런 날이 또 올까 싶다"고 웃어 보였다.
후배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을까. 김재호는 특히 유격수 포지션의 후배들에게 자신의 진심을 전했다. 그는 "후배들에게는 자신을 각인시킬 수 있는 자리가 하나 비어있는 것 아닌가. 못되게 굴었으면 좋겠다. 물론 그러러려면 실력이 되어야 한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나를 어필할 수 있는 그런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 다들 너무 착하다 보니까 '파이팅' 넘치는 모습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두려워하다 보면 뭔가 보여주지도 못하고 끝나버리니까. 나중에 아쉬워하는 모습들을 봤다. 겉으로는 '수고했습니다' 하면서도 속으로는 이를 갈고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프로는 계속된 경쟁에 임해야 한다. 김재호는 자신의 앞에 놓인 경쟁의 길에 대해 "이제는 경쟁이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아무래도 야구선수로서는 많은 나이질 않나. 그래도 버텨낼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1군에서 함께하면서 마무리할 수 있을 때 마무리할 수 있는 선수로 남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이서은 기자 sports@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