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한화 클래식 우승, 타이틀 방어가 목표입니다"
'매치 퀸'에 등극한 성유진이 앞으로의 목표를 밝혔다.
성유진은 21일 강원도 춘천시 라데나 골프클럽(파72/6350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총상금 9억 원, 우승상금 2억2500만 원) 결승전에서 박현경을 4&3(3홀 남기고 4홀 차)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조별리그부터 결승전까지 7전 전승을 기록한 성유진은 시즌 첫 승, 통산 2승을 달성했다. 지난해 6월 롯데 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거둔 이후 11개월 만의 우승이다. 우승상금 2억2500만 원도 거머쥐었다.
이날 성유진은 준결승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홍정민을 격파한 뒤, 결승전에서 박현경과 만났다. 박현경 역시 조별리그부터 준결승전까지 6연승을 질주하며 결승전에 진출한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하지만 성유진은 2번 홀부터 4번 홀까지 3개 홀 연속 버디로 승리하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이후에도 2-3홀 차 리드를 유지한 성유진은 후반 12번 홀과 13번 홀에서 연속 버디로 승리하며 4홀 차로 달아났고, 15번 홀까지 4홀 차 리드를 지키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성유진은 우승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2라운드(준결승전, 결승전)를 잘 마치게 돼서 기쁘다. 한 라운드, 한 라운드 내 플레이만 하자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좋은 결과로 보답받게 돼 기쁘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팬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았다. 성유진은 "매 대회, 해외 대회에도 오는 팬들이 계신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팬들을 보며 힘을 얻는다. 그런 것이 원동력이 돼지 않았나 싶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우승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5일 동안 7라운드를 소화하는 강행군을 펼쳐야 했다. 게다가 왼쪽 엄지손가락 통증도 성유진을 괴롭혔다. 플레이할 때는 집중한 덕에 통증이 덜해지기도 했지만, 준결승전과 결승전이 열린 마지막 날에는 통증이 심했다.
성유진은 "공을 칠 때마다 통증이 있었다. 내일은 없다라는 생각으로 플레이했다. 통증에 신경쓰기 보다는 샷 하나하나에 집중했다"고 돌아봤다.
정규투어 데뷔부터 첫 우승까지는 4년이 걸렸지만, 첫 우승부터 두 번째 우승까지는 11개월이 걸렸다. 성유진은 "사실 나는 엄청 잘 치는 선수는 아니라고 생각해 왔다. 항상 발전하는 선수, 더 나은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였다. 그렇기 때문에 한 해 한 해 발전하는 선수가 된 것 같다"고 겸손한 소감을 전했다.
성유진은 역대급 신인들이 쏟아진 2019년 정규투어에 데뷔했다. 하지만 조아연, 임희정, 박현경 등 동기들이 승승장구한 것과 달리, 상금랭킹 85위에 그치며 다시 정규투어 시드순위전을 치러야 했다.
하지만 꾸준한 노력을 쏟은 성유진은 이제는 당당히 정규투어 최상위권에서 경쟁하는 선수가 됐다. 성유진은 “나만의 스타일대로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했더니 이렇게 좋은 날이 온 것 같다”고 전했다.
성유진은 또 "(앞으로) 더 단단한 선수가 돼야 할 것 같다. 어린 선수들과 계속 경쟁하려면 꾸준함과 성실함은 기본이다. '이정도면 됐지'라는 생각이 가장 위험한 것 같다"며 발전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앞으로의 목표도 밝혔다. 올해 목표는 메인스폰서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이다. 한화큐셀 소속인 성유진은 "메인스폰서 대회인 한화 클래식에서 우승하는 것이 최고의 목표다. 또 2주 뒤 타이틀 방어전(롯데 오픈)도 최선을 다해 목표로 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해외 투어 진출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성유진은 지난 4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에서 연장 승부 끝에 준우승을 차지하며 경쟁력을 보여준 바 있다. 성유진은 "생각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몸 담고 있는 곳이 KLPGA 투어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최선을 다하고, 정말 해외 투어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진출할 계획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성유진은 지난해 첫 승을 한 이후 2000만 원을 후배 선수들을 위해 기부한 적이 있다. 이번 우승 이후에도 주니어 선수들을 위해 기부를 할 계획이다. 성유진은 "주니어 선수들에 대한 지원이 많이 부족하다고 들었다. 주니어 선수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린피 감면 등 지원을 해주셨으면 좋겠다"면서 "내가 기부를 해서 사람들이 주니어 선수들에게 관심을 갖고, 주니어 선수들은 선배 선수들을 보며 꿈을 키웠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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