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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복순' 변성현 감독 "비틀어 저만의 색깔로 만들 뿐" [인터뷰]
작성 : 2023년 04월 09일(일) 16:26

길복순 변성현 감독 / 사진=넷플릭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배우를 좀 더 매력적으로 찍고 싶어요"라는 변성현 감독의 욕심이 통하고 있다. 전도연의 첫 액션작 '길복순'이 공개 후 흥행몰이 중인 것. 호불호 갈리는 평에도 변 감독은 '새로운 것'을 비틀어 자신만의 색깔을 만드는 중이다.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은 청부살인업계의 전설적인 킬러 길복순(전도연)이 회사와 재계약 직전, 죽거나 또는 죽이거나, 피할 수 없는 대결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물이다. 변성현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연출작으로, 전도연, 설경구 등 배우들이 극을 꾸몄다.

'길복순'의 중심축은 전도연이다. 전도연은 회사에선 에이스 킬러로 통하지만, 동시에 집에선 딸을 끔찍하게 사랑하는 엄마 길복순의 양가적인 모습을 열연했다.

변 감독은 "전도연을 보며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자기 업계에서 어려울 게 없는 사람이 딸을 굉장히 아끼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러니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런 배우 전도연의 모습을 킬러 전도연으로 치환한 것"이라고 작품을 설명했다.

킬러라는 직업을 설정한 것도 "전도연이 제일 안 할 것 같은 장르였기 때문"이라고 말한 변 감독이다. 그는 "영화 '킹메이커'를 찍고 휴차 때 전도연이 시나리오를 제안했는데, 제가 그걸 거절했다. 나중에 선배를 두고 시나리오를 쓰면 같이 작업하겠냐고 물어보니 '한 번 해봐요'라고 하더라"며 "작품을 약속한 상태에서 뭘 쓸지 오랜 시간 고민했다. 전도연이 현실적인 역할들을 많이 하지 않았나.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캐릭터가 뭐가 있을까 싶어 킬러로 정하게 됐다"고 얘기했다.

길복순 전도연 / 사진=넷플릭스 제공


그렇게 전도연은 '길복순'을 통해 첫 액션에 도전하게 됐다. 전도연은 강도 높은 액션 트레이닝을 받으며 몇 개월 만에 등근육을 완성해 변상현 감독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변 감독은 전도연의 열정에 감탄하면서도 "배우들이 너무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끝나고 나서 다시는 액션을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기도 했다"고 고백해 놀라움을 안겼다.

이어 "전도연뿐만 아니라, 무명의 다수가 싸우는 것이 아닌 캐릭터들이 싸우길 바랐다. 다른 영화의 차별점을 두고자 다른 배우들도 열심히 트레이닝을 했고, 잠깐 얼굴이 나오는 것 때문이라도 배우가 거의 다 했어야 했다. 그나마 다른 배우들은 쉴 구간이 있는데, 전도연은 하나 끝내면 다음 사람을 상대야 했다. 한의원 병원을 계속 다니면서 촬영을 이어갔다더라. 그 모습을 보면서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시키는 나도 비인간적인 사람이 되는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변 감독은 "저는 배우들을 많이 관찰하는 편이다. 전도연이니까 더 욕심이 났던 것 같다. 물론 전도연이 갖고 있는 모습이지만, 남들이 못 봤던 면을 택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며 "전도연은 제가 생각하기에 세계에서 가장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고 존경과 팬심을 드러냈다.

길복순 변성현 감독 / 사진=넷플릭스 제공


다만 작품은 기시감 있는 액션뿐만 아니라 여성서사, 동성애 등의 설정이 담겨있어 의도치 않은 논란으로 번지기도 했다.

변 감독은 "관련 기사들을 아예 안 찾아봤다. 우선 영화 '존윅'이랑 '킬빌'은 당연히 언급될 것이라 생각했다. 에둘러서 이것들에 영향을 받지 않았음을 알리고자 아예 '길복순'이라고 정했던 것"이라며 "보통 킬러와 딸의 얘기라면 딸이 납치당하거나, 딸을 보호하는 등의 이야기로 흘러가는데, '길복순'은 딸한테 명분을 배우고자 한다. 저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게 아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비틀어서 제 색깔을 만들어갈 뿐"이라고 설명했다.

킬러 길복순의 딸이 동성애자라는 것에 대해서도 변 감독은 "결국엔 딸이 엄마에게 문을 열어주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그는 "엄마의 비밀은 세상 사람이 알면 안 되며, 윤리적으로 지탄받아야 할 비밀이다. 반면 딸의 비밀은 사람들이 보는 시선에 대한 비밀이다. 딸이 엄마를 향한 마음의 문을 열어주고, 받아줄 수 있을만한 비밀이 뭐가 있을까 싶어 동성애로 했다"고 얘기했다.

모녀 관계를 풀어낸 '길복순'은 여성서사의 시대정신을 반영했다는 평도 받았다. 변성현 감독은 "시대정신을 크게 갖고 쓰지 않았지만, 제가 응원하는 흐름"이라고 전햇다. 다만,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일베' 논란에 대해서는 억울한 심경을 토한 변 감독이다. 그는 "전혀 예상을 못했다. 그걸 보고 너무 놀라서. 작품을 만들 때마다 이런 논란이 계속 생길 것 같다. 저로서는 해결방법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주변에게 미안하다"고 답답해했다.

길복순 변성현 감독 / 사진=넷플릭스 제공


'길복순'은 호불호 갈리는 평가 속에서도 공개 3일 만에 국내 1위, 넷플릭스 전 세계 톱 10 영화 부문에서 3위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제73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스페셜 부문에 초청돼 외신들의 극찬을 받았다.

호평을 실감하고 있냐는 질문을 받자 변 감독은 "예상 못한 반응이라 기분이 좋은 것보다 안도감이 들었다. 축하 문자를 많이 받았는데 약간 무덤덤했다"며 "이번에 운이 좋아 베를린을 갔는데, 다음에 영화를 한다면 극장에서 보여주고 싶다"고 향후 계획을 전했다.

이어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찍어보고 싶다. 영화계 한 획을 긋거나 거장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 저는 호러, 고어물을 못 본다. 유쾌하게 피가 뛰는 것은 보는데. 그런 장르 말고는 다양하게 해보고 싶다"며 "10년 동안 영화감독을 하면서 5개의 장편을 찍었다. 그중 상업 영화는 4개이지만, 그것도 굉장히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기회가 닿는 동안에는 여러 장르를 찍어보고 싶다. 다만, 호러는 못 찍을 것 같은데, 보지도 못하고 편집을 못할 것 같다"고 해 웃음을 안겼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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