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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최민식, 살아 숨 쉬는 차무식 [인터뷰]
작성 : 2023년 03월 31일(금) 08:00

카지노 최민식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인터뷰 현장에서 만난 배우 최민식은 차무식 그 자체였다. 말투와 행동 하나하나가 마치 차무식으로 살아 숨 쉬는 듯했다. "연애 한 번 진하게 했어요. 이젠 이별해야죠"라는 그의 말이 대사처럼 들린다.

디즈니+ 오리지널 '카지노'(극본 강윤성·연출 강윤성)는 차무식(최민식)이 위기를 맞이한 후, 코리안데스크 오승훈(손석구)의 집요한 추적에 맞서 인생의 마지막 베팅을 시작하는 이야기다. 최민식은 카지노의 전설이었던 차무식 역을 열연했다.

작품은 최민식이 25년 만에 선보이는 드라마이자, 첫 OTT 데뷔작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오랜만에 출연한 드라마로 뜨거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게 된 최민식은 "최선을 다해 구슬을 엮었구나라는 생각이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연애 한 번 진하게 한 기분이다. 이젠 이별해야 할 때"라고 웃었다.

그만큼 차무식에 애정을 쏟았던 최민식이다. 그가 연기한 차무식은 카지노로 흥망성쇠 하기까지 여러 사건에 휘말리지만, 타고난 기지를 발휘해 생존하는 인물이었다. 동시에 악인과 선인의 모호한 경계선에 있는 입체적인 모습을 리얼하게 그려냈다.

카지노 최민식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최민식은 최무식에 대해 "비즈니스 마인드가 있는 평범한 인간이다. 선인이냐 악인이냐는 경계를 두고 싶지 않았다. 평범한 한 사내가 카지노를 하기 위해 필리핀에 갔다가 불법적인 일에 휘말려 일이 일어난다. 그러면에서 매 순간 절체정명의 순간을 극복하는 험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누구도 그런 삶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한 캐릭터를 참고한 것도 아니었다. 엄마 앞에선 아들이고, 와이프 앞에선 남편이다. 그런 평범한 남자가 누구를 만나고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늪에 빠지는 점을 그려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카지노'만이 보여준 한국형 누아르도 최민식과 강윤성 감독의 고민으로 탄생했다. 최민식은 "차무식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흉내 내지 말자는 생각이 있었다. 어머니와의 관계, 배다른 형제 등 한국 사람들 특유의 갈등을 보여줬고, 서양 갱스터나 누아르를 따라가지 말자 했었다. 격투신, 마지막 총싸움도 한 장면만 제대로 보여주자는 느낌으로 갔다. 한국적인 리얼리티를 나름 추구해 보자는 생각으로 촬영했다"고 밝혔다.

허망하면서도 강렬한 엔딩은 한국형 누아르의 정점을 찍은 장면이 됐다. 다만 결말에 호불호가 갈리기도. 최민식은 "드라마 초반에 '화무십일홍'이란 대사가 있다. 아무리 권력을 잡았다 하더라도 영원한 건 없다는 간단한 메시지다. 마지막 만찬에서 시들한 꽃을 유리병에 꽂는 장면이 있다. 차무식이란 인간의 끝을 보여주고자 아이디어를 낸 거다. 총 몇 방 맞고 죽을 수 있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가장 아꼈던 동생한테 꽃잎 떨어지듯 끝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비하인드를 얘기했다.

카지노 스틸컷 / 사진=디즈니+ 제공


주변인물 태석(허성태)과 정팔(이동휘)과의 관계는 차무식이 마냥 악인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다. 최민식은 "태석은 차무식을 굉장히 미워한다. 그럼에도 끝까지 태석을 놓치 않았던 건 모시고 있는 형님 민회장의 이용가치를 고려해 참을 때까지 참는 거였다"며 "특히 강 감독에게 왜 정팔이만 예뻐하고 돌봐야 하냐고 물은 적도 있었다. 결국 말 안 듣는 자식이라 정의했다. 괜히 주는 거 없이 챙겨주고 싶은 사람이 있지 않나. 아픈 손가락 같았다"고 밝혔다.

최민식은 "비즈니스맨처럼 차무식이 냉철하게 생각했다면 둘 다 바로 내쳐야 했는데, 그래도 끝까지 데리고 있었다는 점에서 평범하다고 느꼈다. 만약 완벽한 빌런이었다면 진작에 아웃이었다"고 털어놨다.

코리안데스크 오승훈을 연기한 배우 손석구에 대해서도 칭찬을 늘어놨다. 최민식은 "저와 대척점이 있는 인물이 손석구라고 해 화끈하게 붙어야 되는 거 아니냐는 기대를 많이 하더라. 하지만 그걸 참아내면서 연기를 했다. 그 빌드업이 굉장히 힘들었을 것 같다. 오죽하면 고시공부하냐고 물어봤다. 아주 대견하고 보기 좋았다. 이동휘도 마찬가지다. 끊이 없이 자기 캐릭터에 대해 연구한다"고 흐뭇해했다.

역할에 대한 끝없는 연구와 후배 배우들과의 호흡으로 16부작을 엮어간 최민식이다. 오랜만에 드라마로 돌아온 최민식은 "전 아예 열어놨었다. 작업은 재즈 하듯이 해야 한다. 나도 유연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었고, 서로가 어떤 관계인지 토론을 많이 하며 엮어갔다"며 "후배들과의 호흡이 너무 좋았다. 너무 고맙다. 연기 생활하면서 보기 드문 작업이었다"고 연신 만족스러움을 드러냈다.

카지노 최민식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최민식은 1989년 데뷔 후 34년간 연기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명량' '대호' '천문: 하늘에 묻는다' 등 수많은 대작으로 필모그래피를 구축한 최민식은 작품 속 캐릭터 그 자체가 돼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카지노'의 차무식 또한 마찬가지다.

독보적인 연기 소화력에 대한 질문을 받자 최민식은 수줍어했다. 이어 "연애할 때 어떤 상대를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처럼 캐릭터도 마찬가지 같다. 어떨 때는 '얜 캐릭터구나'라는 느낌이 확 올 때가 있다. 어쩔 때는 알다가도 모를 때가 있는데 그게 차무식이었다"며 "근데 그 가변성이 생명이었다. 단순한 공감을 끌어내는 게 굉장히 힘들었다"며 웃었다.

'카지노'로 첫 OTT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친 최민식이지만, 여전히 극장에 대한 열정은 가득했다. 그는 "OTT 작품을 처음 해봤는데 역시 극장이 좋더라. 한정된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과 보는 건 천지차이다. 물론 OTT에서 긴 호흡으로 소재의 제약을 받지 않고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그러나 극장을 포기하면 안될 것 같다. 전 항상 길게 하고 싶었다. 이젠 3~4시간짜리 영화를 만들 여유를 가질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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