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짱돌로 맞지 않을까 싶었다"며 이동휘는 경호인원을 더 늘려야 하는 것 아닌지 걱정했다고 너스레 떨었다. 그 정도로 '카지노' 양정팔을 향한 시청자의 분노는 무시무시했다. 뜨거운 반응들 속 '정팔'은 자연스럽게 '동룡'이란 이름을 밀어냈고 이동휘는 그렇게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디즈니+ '카지노'는 카지노의 전설이었던 차무식(최민식)이 위기를 맞이한 후, 코리안데스크 오승훈(손석구)의 집요한 추적에 맞서 인생의 마지막 베팅을 시작하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지난해 12월 21일 시즌1을 공개하고, 지난 22일 시즌2의 마지막 이야기를 공개하며 막을 내렸다.
극 중 차무식의 오른팔 양정팔 역으로 분한 이동휘. 시즌2의 문을 닫은 주요 인물이었지만, 이동휘는 작품의 결말은 알지못했다고 말했다. 총16부 분량의 대본 중 무려 15부를 받았음에도 정작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뜨린 결말 부분은 받지 못했다고. 그는 "결말에 대해 말씀을 나눌 때도 '차무식은 최측근에 의해 허무하게 느낄 만큼 한순간에 사라지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진짜 그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차무식의 마지막을 장식할 인물에 대해 모두가 많은 의견을 나눴다고 전하며 "가장 최측근에게 당해야 애잔하고 쓸쓸할 것이란 생각은 공통적이었다"고 말했다.
"예측하지 못한 순간의 차무식의 허무한 죽음이 잔상에 많이 남을 거 같았어요."
이어 '카지노' 결말에 호불호가 극심하게 나뉘는 것과 관련해 "차무식이 기세 하나로 해결하거나 운이 좋아 일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위험한 상황에서도 말도 안 되게. '왜 이렇게 운이 좋지?' 한 번은 자빠질 거 같은 불안함이 있었다. 그런 면에서 오히려 현절적인 결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운이 좋던 차무식이) 그런 허무한 결말을 맺는 게 인생의 룰 같은 느낌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죽게 되는 과정도 결국 차무식의 선택으로 벌어진 것이라 생각한다. 정팔이를 먼저 죽였거나, 차에 타지 않았다면? 정팔이도 단순하게 살기 위해 생존에 집중했고, 우연과 우연 속 선택들이 굉장히 현실적이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카지노 시즌2 스틸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화제를 모은 작품인 만큼, 시즌3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동휘는 "공론화된 것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상상해봤다. 양정팔을 미래에 보내놔야 처참하게 죽든, 어떤 결말에 대한 원동력이 생기지 않겠나. 정팔이의 끝맺음에 대한 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동의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자꾸보다보니 개인적으론 응원하고 싶다. 시즌3,4,5,6 막 이렇게 나오는 데 '정팔이 끝까지 살아남는 건 어떨까?' 했다.(웃음) 나중엔 응원해주시지 않을까란 혼자만의 상상도 해봤다"고 덧붙였다.
이동휘에게 있어 양정팔이란 캐릭터는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그 이유에 대해 이동휘는 "어느 정도 공감이 가야 연기를 하는데, 정팔이 같은 경우 절반 이상이 도무지 이해 안 갔다"고 고백했다. 평범한 사람들의 도덕성과는 너무 먼 캐릭터에 동화되는 것이 쉽지 않았는 것.
이에 이동휘는 양정팔과 비슷한 경제 사범들의 기사를 찾아 읽어보는 식으로 나름의 돌파구를 찾았다. "실제 범죄자의 기사를 찾아보면서 '이 사람들의 심리는 뭘까?' 생각해봤다"고 말했다.
이동휘는 김소정(손은서)에 대한 감정도 '사랑'보다는 일말의 '책임감'에 가까운 것 같다고 봤다. "나의 선택으로 이 세상에 한 사람이 사라졌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다. '날 안 만났다면', '차무식에게 소개하지 않았다면', '돈을 쫓지 않았다면' 이런 약간의 양심의 가책"이라고 설명했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지 않는, 앞만 생각하는 나쁜 인간의 군상을 보여주자 싶어 거들먹거리며 끝내는 걸로 표현해봤어요."
배우가 캐릭터 이름으로 불린다는 것은 그만큼 시청자에게 커다란 임팩트를 남겼다는 걸 의미한다. 지난해까지도 '응답하라 1988' 속 '동룡'으로 불리곤 했다는 이동휘는 "'도마뱀'이라고 부르는 분도 있었다.(웃음) 그런데 최근 들어 '정팔이 형', '정팔이 왔다' 나아가서는 'X팔이 형' 이렇게 부르는 분이 생겼다. 오랜 시간 동룡으로 불렸는데,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게 생소하더라"고 전했다.
이번 작품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느꼈다고 말한 이동휘지만, 코믹하고 능청스러운 연기는 분명 그의 매력이자 무기였다. 코믹 연기 호평에 보람을 느낀다는 그는 "관객들이 웃는 모습이 배우로서 감사하고 희열을 느낀다. 고단한 날을 보내다가 잠깐이나마 저의 재주로 그걸 잊는 순간에 대한 감사함, 뿌듯함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끊임없이 도전해야 하는 게 맞다. 한 지점에서 안주하는 순간 굉장히 겸손하지 못하다 생각한다"며 연기 스펙트럼에 대한 고민을 살짝 드러냈다. 이동휘는 "선택을 받는 직업이라 계속해 그런 대본이 들어온다. 물론 골키퍼 뛰던 사람에게 갑자기 공을 차라고 할 수 있는 업계가 아니다"며 "여전히 희망을 갖고 있다. 중심을 잃지 않고 무던히, 꾸준히 열심히 하는 배우가 되면 기회가 올 거라 생각한다"며 다양한 연기 도전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런 의미에서 '카지노' 양정팔도 그에겐 도전이었다. "(정팔이) 자격지심보다는 타인의 상처나 감정에 공감하지 않는 악랄한 인물이라 더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범죄도시4'도 그렇고 점점 확장해야 한다는 숙제를 받고 있는 거 같다. 차근차근할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