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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연이 찾은 '더 글로리' [인터뷰]
작성 : 2023년 03월 20일(월) 10:19

더 글로리 임지연 / 사진=넷플릭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차분히 내공을 다져온 덕에 잠재성을 확인한 작품을 만났다. "칭찬만을 바라보는 배우가 아니라, 제 자신에 대한 성취감으로 항상 열정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라는 임지연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반짝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극본 김은숙·연출 안길호)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 문동은(송혜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더 글로리'는 지난해 12월 10일 파트1 공개 후 최근 베일을 벗은 파트2까지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임지연은 극 중 학교 폭력 가해자 박연진 역을 악랄하게 소화하며 호평받고 있다.

가히 대세로 떠오른 임지연은 주변 반응에 대해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반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랑받았는데, 한편으로는 종영이 아쉽기도 하고 시원 섭섭한 느낌"이라며 "큰 용기를 내 도전한 작품이고 캐릭터였다. 사람들이 저를 많이 미워해 주고, 싫어해 주니 뿌듯하다"고 전했다.

임지연은 '더 글로리'를 통해 처음 악역에 도전했다. 처음임에도 악랄한 박연진 역에 녹아들며 그 자체로 분했다. 임지연은 출연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대본에 반했다. 저는 연진이 역할이 아니었어도 참여했을 것이다. 그만큼 대본에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연진이 대본을 받았을 때 당연히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욕심이 났다"고 말했다.

임지연은 김은숙 작가와의 만남도 회상했다. 그는 "첫 미팅 때 화장기 없는 모습으로 갔다. 저의 얼굴에서 악마 같은 뭔가가 나올 것을 캐치한 것 같다"며 "악역이 처음이라고 말하니 '그럼 내가 망쳐보겠어'라고 농담 삼아 얘기를 하더라. 캐스팅이 확정된 후 가볍게 술을 마시며 대화를 했는데, '연진이에게 어떤 서사도 부여하지 않을 거고, 한없이 망가질 것'이라고 해 너무 좋았다"고 밝혔다.

더 글로리 임지연 / 사진=넷플릭스 제공


극 중 박연진은 정말 악마 같았다. 피해자 문동은에게는 악랄하고, 자신의 딸과 남편에게는 '우아하고 착한' 척을 연기하는 이중적인 가해자였다. 이에 임지연은 "입체적으로 고민을 많이 했다. 연진이는 감정적인 굴곡이 많다. 표출하고 소리를 내지르고, 화를 내는 모습도 있지만 남편에게는 애교를 부리고, 엄마로서 기상캐스터로서는 한없이 예뻐 보이려고 한다. 다양한 모습의 나쁜 여자로 다가가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표정 연기도 철저히 계산했다고. 임지연은 "연진이를 처음 시작할 때, 내가 잘하는 걸 많이 써보자 했다. 제가 눈썹도 워낙 진하고 입도 크다 보니 이를 활용했다. 그런 점들을 좋게 잘 봐준 것 같다"며 "동은이는 침착하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지만, 연진이는 다 드러낸다. 그래서 최대한 많이 감정을 드러내고자 했는데, 화면에 그렇게 못되게 나오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찰진 욕 연기와 흡연 연기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보이도록 연구했다는 임지연이다. 모티브가 된 캐릭터가 있을까 했지만 "처음엔 아예 사이코패스처럼 해보자고 생각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떠올렸지만 결국 기존의 저였다. 임지연만 할 수 있는 매력적인 악역을 해보자고 결심한 뒤로는 알아서 상황과 상대방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매 순간 박연진이었기에 마지막 교도소 장면 촬영이 힘들었다는 임지연은 "연진이가 철저하게 무너지고 좌절하는 모습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캐릭터를 사랑하는 배우로서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교도소 신을 찍을 때는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찍고 나서 공허했다. 매번 화려하고 세상을 밑으로 바라보는 시선으로 현장에 갔었는데, 처음으로 사람을 대하는 관계성이 달라지는 걸 느껴 많이 무너졌다"고 회상했다.

때문에 학폭 주동자의 연진이의 최후는 합당했다. 임지연은 "'내가 왜 억울하지'라는 생각을 평생 갖고 살아갈 연진이는 그 어떤 가해자보다 최고의 벌을 받은 것 같다. 가장 연진스러운 벌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드라마를 본 사람 입장에서 연진이가 많은 미움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희망이 있었다. 그런 점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성공해 좋았다"고 전했다.

더 글로리 임지연 / 사진=넷플릭스 제공


극 중 박연진은 문동은과 있을 때 악랄함이 배가 됐다. 임지연은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송혜교에 대해 "제가 마음껏 연기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한 번은 체육관에서 귀싸대기를 맞는 장면이 있었다. 뺨을 한 번씩 주고받는데, 한 번 맞으니까 저도 모르게 멱살을 잡거나 계산되어 있지 않은 행동들이 나갈 때가 있었다. 그런 것들도 다 받아줬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도 다 받아줬다. 나중에는 진짜 편하게 열어놓고 할 수 있었다"며 "드라마에서 동은이의 드러나지 않는 감정선과 감정을 쏟아내는 연진이가 비교적으로 잘 나와서 너무 좋다"고 송혜교에게 감사를 전했다.

송혜교뿐만 아니라 극 중 가해자 무리들 최혜정(차주영), 이사라(김히어라), 전재준(박성훈), 손명오(김건우)와도 '찐친'처럼 지냈다고. 임지연은 "따로 시간을 많이 가졌다. 저희 집에서도 만났고 송혜교 언니랑도 많이 만났다"며 "술도 많이 먹고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자주 나눴다.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 캐미가 많이 묻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얘기했다.

그렇게 임지연에게 '더 글로리'는 데뷔 12년 차에 맞은 영광이 됐다. 영화 '인간중독' 후 최근 '장미맨션'까지 출연하면서 슬럼프도 겪었던 임지연은 "어느 순간 어떤 배우든 캐스팅의 기회가 오지 않거나, 한정된 역할만 오는 것 같아 무기력에 빠지는 시기가 온다. 저한테도 그런 시간이 왔었다. 하지만 수많은 영화와 책, 공연을 보러 다니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런 시간들이 큰 도움이 됐다"고 털어놨다.

이어 "항상 작품 캐릭터에 노력했고, 절실한 마음을 갖고 모든 작품에 임했다. 연진이는 처음으로 도전하는 악역이었기 때문에 이 정도로 내가 용기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굉장한 도전이었다. 도전하고 부딪힐 수 있는 그런 사람이자 배우라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더 글로리'가 갖는 의미를 전했다.

그러면서 임지연은 "그동안 아무것도 안 하다가 갑자기 연진이로 잘하는 건 아닐 거다. 저만의 성장스토리가 있었다. 너무 감사하게 상업 영화로 데뷔를 했고, 나름대로 신인 때 현장에서 혼나고 울기도 하며 경험을 쌓아왔다. 그동안 작품 필모그래피가가 쌓이고 쌓여서 연진이를 만나 칭찬을 받게 된 것 같다. 그런데 앞으로 또 어떤 논란이 있을지 모르겠다. 다만 갑자기 빵 뜬 거라고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성장해 왔고 앞으로도 성장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확신을 드러냈다.

연진이로 굳어질 이미지에 대한 우려 또한 깊지 않다고 한다. 임지연은 "항상 하던 대로, 하고 싶은 작품에 맞게 최선을 다하면 제가 걸어왔던 방향성 대로 갈 것 같다. 악역 이미지로 굳혀질 거란 우려도 생각보다 크지 않다. 곧바로 '마당 있는 집'이란 작품을 촬영했는데 너무 다른 인물이라 바로 연진이를 떨칠 수 있었다. 사람들이 임지연이라고 못 알아봤으면 좋겠다. 그럼 또 성공한 것 같고, 그렇게 하나하나 퀘스트를 깨 나가는 듯이 해나가는 게 저의 즐거움이다"라고 밝게 웃었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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