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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로리' 김히어라 "대사 '사는 동안 지옥'과 어울리는 결말" [인터뷰]
작성 : 2023년 03월 19일(일) 23:04

더 글로리 김히어라 / 사진=넷플릭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배우 김히어라는 자신과 닮은 듯, 아닌 듯한 캐릭터 '이사라'로 스며들어갔다. 캐릭터에 몰입하면서도 선을 그어 절제하는 등 '적정선'을 찾아가는 그의 '더 글로리' 작업 과정과 비화를 들어봤다.

'더 글로리'(극본 김은숙·연출 안길호)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앞서 공개된 파트1에 이어 지난 10일 공개된 파트2까지, 전 세계 학교폭력 논란의 도화점이 되는 등 글로벌한 이슈몰이 중심의 선 작품이기도 하다.

지난해 '더 글로리'의 모든 촬영을 마쳤다는 김히어라는 파트1이 사랑받는 것을 보고 의외였다는 반응을 보였다. 파트2의 경우 모두가 입모아 잘 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파트1이 큰 인기몰이와 반향을 끄는 것을 보고 모두가 깜짝 놀랐다고. "파트1이 이렇게 사랑받는 걸 보고 '파트2가 공개되면 큰일 나겠는걸?'했다.(웃음)"고 너스레 떨기도.

김히어라는 극 중 성인 '이사라'로 분했다. 대형 교회 목사의 딸로 태어났지만 학창 시절엔 동은(송혜교)을 괴롭힌 집단 중 한 명이다. 성인이 되어서는 예수의 뜻을 따르는 독실한 신자인 척하면서도, 약물이란 유혹에 약하고 친구들의 자금세탁을 자처하는 등 누구보다 예수의 뜻을 거스르는 굉장히 모순적인 인물이다.

사실 김히어라는 '더 글로리' 오디션 때만 해도 자신이 맡을 캐릭터가 '이사라'는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왜 그렇게 생각했던 것인지 자세한 이유에 대해 묻자, 김히어라는"대본이 유출되면 안 되니까 작품 이름도 몰랐다. 그냥 '김은숙 작가님이랑 안길호 감독님이 OTT에서 새로운 작품을 한다'라는 정도의 정보만 알고, 대작이 나올 것 같다는 기대감으로 갔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동은, 연진, 사라, 혜정을 포함한 6명 정도의 대사가 있었다. 이미지를 보면서 역할을 붙이려고 하셨던 거 같다. 통대본도 아니라 대사 몇 줄만 있었다. 그때 사라 역은 명오네 집에서 혜정이랑 여권 찾는 장면의 대사가 주어졌는데, 잠깐 보는데 말투가 귀여워서 러블리하고 귀여운 역할인 줄 알았다.(웃음) 내가 하기엔 좀 그렇지 않나? 싶어 연진이 대사를 중점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다소 귀여운(?) 말투 때문에 사라의 캐릭터를 러블리한 캐릭터로 오인했던 것.

막상 진행된 오디션장에서 김히어라가 대사를 권유받은 것은 이사라 역이었다. "보시고 사라를 해보라고 하시더라"면서 "이후 연락을 받고 두 번째 만났을 때는 사라의 대사를 모아서 주셔서 그때 짧게 리딩을 해보면서 연기를 했다. 여러 대사들을 보니 그제야 내가 사라랑 잘 맞나보다 싶어 잘할 수 있겠다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러블리(?)한 캐릭터로 오인했던 기존의 생각과 너무나도 달랐던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김히어라는 "배우로서 많이 망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교회에서 '엄친딸'로 있을 때와 친구들과 자신들의 세계에 있을 때 시청자들이 양면성을 느낄 수 있게. 그래서 의상이나 각 상황에 하고 있는 행동 중독성이 강해질 때 등이 망가지면 더 새로운 모습을 많이 보여줄 수 있겠다 싶었다"고 밝혔다.

특히나 파트1과 파트2를 비교해 보면 이사라의 외적 변화가 극심하게 두드러진다. "전시회나 교회에서 옷도 깔끔하게 입고 화장도 했다면, 파트2에서는 아예 눈화장도 안 하고 다크서클을 점점 진하게 그렸다. 탈색도 해서 눈썹도 거의 없는 상태로 기괴하게. 저의 다양한 얼굴을 보여줄 수 있겠다 싶더라"고 덧붙였다.

또한 약물에 중독된 이사라의 변화를 드라마틱하고 직접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도 고민했다. 그는 "점점 짙어지는 다크서클, 대화를 한다면 나중엔 대화는 하는데 단절된 것 같은 아이처럼 눈을 정확하게 보지 않고 상대방의 말을 듣지 않았다. 사회성이 점점 없어지고 말도 점점 느려지고, 버벅대는 걸 표현하려 했다"면서 설명했다. 사라가 약물에 중독된 탓에 언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모습을 비언어적 표현을 통해 전달하려 했다고.


이사라라는 인물은 마약만 아니라 '그림'에도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면 김히어라가 생각하는, 이사라에게 있어 그림이란 무엇일까. 그는 "탈출구"라고 말했다. "의존하는 사람들은 안에 해소되는 게 없어 그러는 거 아니냐. 방법이나 변화를 생각조차 못하는 거 같다. 할 수 있는 소통이라곤 그림이고, 거칠게 표현하면서 해소한 거 같다. 사라를 보면 연진이나 혜정이처럼 원하는 것이나 의지가 정확하지 않고, 굉장히 모호하고 몽환적이다. 그런 생각을 많이 하고 살아서 누군가와 싸워 이루기보다는 본인의 충동을 그림으로 표현하지 않았나 생각을 했다"고 해석했다.

가장 인상 깊게 본 반응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최근 가장 재미있게 본 것은 '오은영 선생님도 포기한 금쪽이'였다. 신박하더라.(웃음) '오은영 선생님도 혀를 찰 것 같은 금쪽이' 같은?"이라고 답하며 웃었다. 이러한 별명을 얻게 된 것은 파트2에서 나오는 바닥을 뒹구는 장면이다. 이사라가 마약이 합법인 네덜란드로 보내달라며 부모님에게 떼쓰는(?) 모습인데, 이 모습이 각종 커뮤니티에서 유쾌하게 회자되고 있는 것. 사실 김히어라가 당시 주문받은 연기는 '마치 엑소시스트 같다'였다. "대본에 그런 지문이 있었다. 그래서 더 뒤집어서 기괴하고 이상하게 해보려 했다. 사탄처럼 보이려고.(웃음)"며 촬영 비화를 밝혔다.

'더 글로리' 속 동은의 복수 대상이었던 학교폭력 가해자들은 결국 잔혹한 엔딩을 맞았다. 다만 이사라는 다소 '처벌'이 약한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다. 이러한 엔딩에 대해 김히어라는 "누군가는 아쉽다고 혹은 약하다 하실 수 있는데, 저는 또 모든 가해자가 전재준처럼 한 방은 있어야 속은 더 후려할 것 같지만 오히려 사라의 엔딩이 더 현실적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한 "사라가 (형을 마치고) 사회에 나와서 스스로 감당할 것들이 훨씬 클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모든 사람이 손절하고 내 편이 없을 때, 전과까지 생겼을 때 이걸 감당하려면 얼마나 힘들까. 동물 같은 시선을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그것도 지옥이라 생각했다. '사는 동안 지옥일 거야'라는 동은이의 말이 정확하게 떨어진 결말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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