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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남이' 박성광 감독, 편견을 디딤돌로 [인터뷰]
작성 : 2023년 03월 18일(토) 18:22

웅남이 박성광 감독 / 사진=CJ CGV 제공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편견이 때론 걸림돌이 될 수 있지만, 디딤돌이 될 수 있다. 꿈을 향해 나아가려는 굳은 의지만 있다면 말이다. "개그맨 출신 영화감독이란 수식어는 어쩔 수 없어요. 그래도 즐기려구요"라는 박성광의 성장이 기대되는 이유다.

'웅남이'(감독 박성광·제작 영화사 김치)는 인간을 초월하는 짐승 같은 능력으로 국제 범죄 조직에 맞서는 웅남이(박성웅)의 좌충우돌 코미디를 그린 작품이다.

'웅남이'는 박성광의 첫 장편영화이자 상업영화다. 박성광은 "좋은 분들을 만나서 작년에 촬영을 마쳤고 긴 기다림 없이 딱 적당한 시기에 극장 개봉을 하게 됐다. 잘됐으면 좋겠다"고 떨리는 마음을 전했다.

작품은 곰이 100일 동안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된다는 단군 신화를 모티브로 박성광이 김황도, 김황성 작가의 원안을 각색했다. 박성광은 영화에 대해 "처음에 휴먼영화였다. 살짝 코미디가 가미된 느낌 정도. 하지만 색깔을 바꿨으면 좋겠다 해서 각색하게 됐고, 코미디 요소를 늘리고 누아르, 휴먼, 가족애까지 넣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박 감독은 누아르 서사를 가진 웅북이(박성광)의 이야기가 축소돼 아쉬움을 전한 바 있다. 그는 "누아르를 더 넣고 싶었는데, '지루하다'는 얘기를 듣고 많이 줄였다. 웅북이가 러닝타임도 처음엔 2시간 50분이었다. 코미디 느낌은 많이 줄지 않았는데 누아르가 줄어 최종 98분이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나복천(오달수)과 이정식(최민수)이 만나는 서사도 있었고, 웅북이가 이정식을 어떻게 만났고, 어떻게 자랐는지 있었는데 다 뺐다"며 "그렇게 완성한 게 지금의 버전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처음 제 생각이 맞았다는 생각이 든다. 초보 감독으로서 '내 말이 틀리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타협을 했던 거다. 조금 더 우겨볼 걸 그랬다"며 웃었다.


초반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이후 박성광의 '웅남이'는 캐스팅부터 개봉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고. 박성광은 "2021년 늦봄, 각색을 시작해 1년도 안되서 시나리오를 완성했다"고 밝혔다.

캐스팅복도 대단했다. 배우 박성웅부터, 최민수, 이이경, 염혜란, 윤제문 등 내로라하는 화려한 라인업은 화제를 모았다. 박성광은 "제가 인복이 많다. 좋은 배우들도 만났고, 딱 개봉 시기에 맞춰서 염혜란, 윤제문 선배의 작품이 다 잘 돼 너무 배우복도 타고났다. 더 착하게 살아야 될 것 같다"고 감격했다.

특별출연한 배우 정우성은 '웅남이'를 위해 한껏 망가졌다고. 박 감독은 "박성웅 선배의 인맥으로 출연이 성사됐다. 양주 한 병 선물을 드렸을 뿐"이라고 전했다. 이어 "정우성 선배에게 잘생김을 부탁드렸는데, 여러 버전의 코믹 연기를 준비해 왔더라. 타협을 해가지고 지금의 버전을 내보낸 것"이라며 "절대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고, 촬영 내내 저를 감독으로 대해줬다. 그렇게까지 열정적으로 해줄 줄 몰랐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웅남이 박성광 감독 / 사진=CJ CGV 제공


박성광은 개그맨을 시작으로 어릴 적 꿈이었던 감독에 한 발짝 나아가고 있다. 그는 "대학교를 연출과를 나온 뒤 개그맨이 됐지만, 어머니는 감독이 되길 원하셨다. 어릴 적에 제가 '우뢰매'를 보고 와서 감독이 될 거야라고 했다더라. 어린아이가 감독을 어떻게 알았으며 왜 그렇게 얘기했는지 저도 모르겠다"고 밝혔다.

2007년 KBS 공채 개그맨이 된 후에도 '욕' '슬프지 않아서 슬픈' '끈' 등 다수 단편 영화를 연출하며 상까지 받았지만, 개그맨 출신이라는 편견에 부딪힐 때도 있었다.

특히 '웅남이' 시나리오를 30번 이상 수정하며 공을 들였지만, 투자를 받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는 "감독이 '제가 아는 개그맨 박성광이냐'고 하더니 안 된다고 하더라. 그런 적이 5번이나 있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지금의 지금의 투자관계자들은 박 감독의 진심을 알아줬다. 박 감독은 "개그맨 감독이라 처음에는 부정적이었다. 근데 제가 그들에게 '재밌게 만들 자신 있다'는 확신을 드리니 걱정 없이 결정하셨다. 지금도 노심초사하고, 걱정도 많을 거다. '웅남이' 잘 돼 보답하고 싶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웅남이 박성광 감독 / 사진=CJ CGV 제공


연출을 향한 박성광의 열정은 뜨거웠다. 박성광은 "연출의 매력은 머릿속으로 떠올렸던 인물이 화면으로 구현되는 게 아니냐. 상상했던 장면이 그대로 재현된다는 쾌감과 관객도 저와 똑같은 포인트에서 공감한다는 쾌감을 첫 단편 영화에서 느꼈다. 이런 게 연출의 재미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저와 함께 울 때의 공감은 두 배다. 같이 공감하고 울어준다는 점이 너무 좋았다. 너무 감사하고 제가 시나리오를 쓴 노력이 통하는구나 싶다"며 "'웅남이'도 그랬다. 마지막 부분을 쓰면서 울었는데, 관객도 울었다는 후기를 듣고 감격스러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 감독은 "준비한 시놉시스 중 까인 게 많다. 그런데도 계속하는 이유가 뭘까 했는데 이유를 알 것 같다.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의 마음과 자세로 할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박성광은 현재 준비 중인 작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개그맨에 대한 이야기다. 조금 뜨지 못한 개그맨과 한 번 성공했다가 실패해 재개해야 하는 PD의 이야기다. PD는 잘 되기 위해 개그맨을 이용한다는 휴먼코미디물이 될 것 같다. 결은 영화 '과속스캔들' 같은 톤으로 잡았다"고 귀띔했다.

연출 이야기 내내 눈을 반짝이던 박성광이다. 동시에 자신의 확고한 정체성도 밝힌 박성광. 그는 "제가 시초는 아니지만, 다음 우리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이정표가 됐으면 좋겠다. 저는 개그맨 겸 감독이다. 무대가 있고 웃길 곳이 있다면 웃기고 싶다. 저는 죽을 때까지 개그맨이고 싶다"고 밝게 웃었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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