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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야구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2023 WBC [ST스페셜]
작성 : 2023년 03월 14일(화) 07:00

2023 WBC에서 1라운드의 벽을 넘지 못한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 / 사진=Gettyimages 제공

[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이강철호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찌감치 짐을 쌌다. 너무나 허탈하고 참혹한 결과이지만, 야구계만큼은 이를 절대 잊지 말고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B조 조별리그 중국과의 최종전에서 22-2 5회 콜드승을 거뒀다.

다음 WBC 본선 직행을 결정지었다는 것을 빼면 의미없는 경기였다. 이미 B조의 2라운드(8강) 진출권은 4전 전승을 거둔 일본과 앞서 이날 체코를 8-3으로 제압한 호주(3승 1패)에게 돌아갔다. 한국의 WBC 1라운드 탈락은 지난 2013년, 2017년에 이은 세 대회 연속이다.

만약 중국에게까지 큰 점수차로 패하며 최하위로 처졌다면 한국은 2026년 WBC를 예선부터 시작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지만, 다행히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2000년대 중반부터 한국 야구는 여러 주요 국제대회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인기에 불을 지폈다. 2006 WBC 4강 진출, 2008 베이징 하계올림픽 금메달, 2009 WBC 준우승 등으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더욱 발전하리라는 예상을 뒤로하고 한국 야구는 2010년 이후 퇴보됐다. 지난 10년 간 KT위즈와 NC 다이노스 등 두 개의 신생 구단이 탄생했으며 외국인 쿼터가 확대되고, 선수들의 연봉이 천정부지로 올랐지만 질적인 성장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일본프로야구에 이어 세계 3대 리그라 자부하던 KBO리그는 이 영향으로 '프로답지 않은 플레이'들이 속출했으며 경기력은 바닥을 쳤다. 여기에 '배부른' 선수들의 일탈도 끊이지 않으며 영원할 것만 같았던 팬들의 열기도 점차 식어갔다.

이 여파는 국제대회에서의 부진으로도 연결됐다. 한국은 2010년 이후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 우승을 제외하면 주요 국제대회에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2013 WBC와 2017 WBC에서 모두 1라운드 탈락의 고배를 마셨고, 코로나19 여파로 2021년 펼쳐진 2020 도쿄 하계올림픽에서도 4위에 그쳤다.

상황이 이러했던 터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발빠르게 준비를 시작했다. '명장' 이강철 감독에게 대표팀 지휘봉을 맡겼으며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한국계 내야수 토미 현수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지난해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NL) 내야수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에 오른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을 대표팀에 합류시켰다. 뿐만 아니라 우리와 같은 조에 속했던 나라들에 대한 전력분석에도 힘을 쏟았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한국이 자랑하는 젊은 투수들은 이번 대회 내내 볼넷과 사사구, 폭투 등을 남발했고 양현종(KIA 타이거즈), 김광현(SSG랜더스) 등 수 년간 대표팀의 마운드를 책임졌던 베테랑 투수들도 결정적인 순간마다 홈런과 안타를 맞고 고개를 숙였다.

타선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은 말할 필요도 없고,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호주와 체코의 투수들을 상대하는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에 1차전이었던 호주전에서 연출된 강백호(KT위즈)의 황당한 '세리머니 주루사', 동점 기회에서 나온 박해민(LG 트윈스)의 아쉬운 주루 판단 미스 등 집중력이 결여된 플레이까지 연달아 나오며 한국은 결국 1라운드 탈락이라는 뼈아픈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경쟁국 모두가 한국보다 열악하면 열악했지 최소한 동등한 상황에서 대회를 준비했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공인구, 컨디션 유지 실패 등의 변명은 통하지 않았다. 명백한 실력이었다. 순식간에 야구의 변방이 된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국제대회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것을 증명했으며, 수년 간 '라이벌'이라 여겼던 일본과는 가까운 시일 내에 따라잡기 어려운 수준까지 격차가 벌어진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아쉬움에 손을 놓고 주저 앉아 있을 시간은 없다. 한국 야구는 과거에도 '삿포로 참사'라 불렸던 2003 아시아야구선수권(2004 아테네 하계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 '도하 참사'로 일컬어졌던 2006 도하 아시안게임(3위) 등의 위기를 딛고 다시 일어났다. '위기라는 단어는 위험과 기회의 준말'이라는 표본을 보여줬다. 다른 나라들의 발전이 눈에 띄게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이번 아픔을 교훈 삼아 한 단계 도약하는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이번 2023 WBC는 한국에게 너무나 뼈아프고 참담한 대회로 기록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야구계만큼은 이 치욕을 절대 잊지 말고 와신상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 야구는 발전은커녕 국제대회에서의 이 같은 수모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근간인 풀뿌리 야구부터 KBO리그까지 야구계 전체가 이를 명심하고 각성해야 할 시점이다.

[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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