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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강국→우물 안 개구리' 만천하에 드러난 韓 야구의 부끄러운 민낯 [ST스페셜]
작성 : 2023년 03월 13일(월) 22:34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부진한 경기력으로 많은 실망을 안긴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 / 사진=Gettyimages 제공

[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한국 야구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부끄러운 현주소를 확인했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1라운드 B조 조별리그 중국과의 최종전에서 22-2 5회 콜드승을 거뒀다. 이로써 2승 2패를 기록한 한국은 일본(4승), 호주(3승 1패)에 이어 B조 3위에 머물며 2라운드 진출에 실패한 채 WBC를 마무리하게 됐다.

상처만 남은 대회였다. 한국은 이번 WBC 목표로 지난 2009년 대회에 이은 14년 만의 4강 진출을 목표로 내걸었다. 그러나 대표팀은 4강은커녕 시종일관 형편없는 경기력으로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됐다.

1차전이었던 호주전부터 총체적 난국이었다. 한국 타자들은 1982년 출범한 KBO리그보다 무려 27년이나 늦게 탄생(2009년)한 호주리그 선수들이 구축한 투수진에게 4회까지 퍼펙트로 틀어막혔으며, 선발투수 고영표를 중심으로 한 투수진도 불안했다. 여기에 강백호의 황당한 '세리머니 주루사', 동점 기회에서 나온 박해민의 아쉬운 주루 판단 미스 등 집중력이 결여된 플레이들까지 연달아 나오며 끝내 7-8 패배라는 쓰라린 결과물을 받아들여야 했다.

일본과의 2차전은 더욱 비참했다. 선발투수 김광현(2이닝 4실점)을 비롯해 원태인(2이닝 1실점)-곽빈(0.2이닝 1실점)-정철원(0.1이닝 1실점)-김윤식(0이닝 3실점)-김원중(0.1이닝 1실점)-정우영(0.2이닝 무실점)-구창모(0.1이닝 2실점)-이의리(0.1이닝 무실점)-박세웅(1.1이닝 무실점) 등 무려 10명의 투수가 총 출동했지만, 일본 타선의 화력을 견뎌내지 못했다. 타선도 일본 투수진에 6안타 4득점으로 묶이며 4-13이라는 굴욕적인 대패와 마주해야 했다.

이후 한국은 체코와 중국을 각각 7-3, 22-2로 꺾었지만 때는 이미 너무 늦어 있었다. 결국 2013년, 2017년에 이어 세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수모와 직면해야 했다.

지난 1주 간 펼쳐진 WBC에서 대표팀이 보여준 경기력은 팬들의 눈높이에 한창 못 미쳤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랭킹 4위이자 2008 베이징 하계올림픽 우승, 2009 WBC 준우승 국가라는 명예도 땅바닥에 떨어졌다. 승리한 경기를 돌아봐도 아쉬운 장면들이 빠지지 않으며 씁쓸한 뒷맛을 남기게 했다.

한때의 '야구 강국' 한국은 이번 대회를 통해 본인들이 '우물 안 개구리'였음을 입증했다. KBO리그에서 고액 연봉을 받는 투수들은 해외 타자들을 상대로 볼넷과 사사구, 폭투 등을 남발했으며, 타자들도 전혀 파괴력을 보이지 못했다.

이에 비해 그동안 한 수 아래로 깔봤던 상대들은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다. 호주와 중국 마운드에는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직구를 던지는 투수들이 포진했고, 자국 세미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주축이고 대부분 생업을 위한 직업을 따로 갖고 있는 체코 선수들은 이들과 대등히 싸웠다. 여기에 수년 간 '라이벌'이라 여겼던 일본과는 가까운 시일 내에 따라잡기 어려운 수준까지 격차가 벌어진 것도 확인했다.

이처럼 모두가 발전한 상황에서 나 홀로 퇴보를 거듭하며 산더미 같은 숙제를 안게 된 한국 야구. 이번 대회 부진으로 안 그래도 많이 감소된 야구 팬들이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과거의 영광은 모두 잊고, 국제대회에서 언더독이라는 현실 인식을 가진 채 새롭게 출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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