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힘들어도 봐주세요".

'나는 신이다: 신이 버린 사람들' 조성현 PD가 대중을 향해 던진 말이다.

10일 오전 서울시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롯데호텔 서울에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나는 신이다: 신이 버린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을 연출한 조성현 PD 참석하에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나는 신이다'는 대한민국 현대사 속 '메시아'들과 이들 뒤에 숨은 사건과 사람을 추적한다. 8부작 다큐멘터리 시리즈다. JMS(기독교복음선교회) 교주 정명석, 오대양 박순자, 아가동산 김기순,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등을 조명했다.

이날 기자간담회가 시작되기 직전, 넷플릭스 관계자가 먼저 단상으로 나와 "안전상의 이유로 조성현 PD는 행사가 끝난 뒤 곧바로 퇴장할 예정"이라며 "원래 행사가 끝난 뒤 명함 교환이나 인사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오늘은 앞으로 나오는 행동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조성현 PD는 JMS를 탈퇴자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를 통해 "처음 이 다큐멘터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제작에 이렇게 긴 시간을 들이게 될 거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거의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며 "당연하겠지만, 촬영을 진행하며 미행과 협박, 해킹을 당하게 될 거란 생각 역시 하지 않았다. 그런데 역시 모든 것은 생각과 달랐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이날 관계자들의 현장 조치 역시 혹여나 발생할 비상 상황을 방지한 것으로 보인다.

약 2년 여의 제작 기간을 거쳐 완성된 '나는 신이다'는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그 시간도 결코 순탄치 않았다. 조성현 PD는 "피해자로 등장한 메이플 씨는 직접 인터뷰하기까지 40일을 기다렸다. 그분이 마음을 먹고 응하고, 한국에 오기까지의 시간"이라며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다. 흔히 모자이크 처리해서 몹쓸 짓을 했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고, 피해가 얼마나 끔찍했는지, 지금까지 그들을 왜 '메시아'로 믿고 반복되는지 많은 분들이 함께 고민하길 바랐다. 그런 목적에서 가장 사실적인 내용들을 다루고 싶었다"고 제작 과정을 설명했다.

조성현 PD가 '나는 신이다'를 통해 보여준 사이비 종교의 적나라한 실태는 추악함 그 자체였다. 여기엔 여성 신도를 향한 성폭력부터 폭행, 세뇌 등의 범죄도 포함됐다. 이에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기자들도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며 "차마 다 보지 못한 회차도 있다"고 고백할 정도였다.

이에 대해 조성현 PD는 "1화를 보자마자 껐다는 분들도 있지만, 3회까지 다 보고 나시면 그 앞에 나온 수많은 장면들을 왜 봐야 하는지 이해해 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보지 않을 자유도 있지만, 마음먹고 보신다면 3회까지, 가급적이면 5, 6회까지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동시에 여성 신도들의 성폭력 피해 장면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거나, 별도의 모자이크가 처리되지 않아 불거진 선정성 논란 역시 인지하고 있다는 조성현 PD였다.

다만 조성현 PD는 "이건 영화나 예능이 아니라 실제로 누군가 당했던 피해이자 사실이다. 그 부분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며 "저희가 있는 그대로 사실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내부에 있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방어논리를 구축해 나가면서 방어해 나갈 것이라 생각한다. 이 상황에서 중요한 건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명백하게 보여주는 거다. 이걸 보여주면 한 두 명이라도 더 그 종교에서 나오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와 함께 조성현 PD는 기자들을 향해 "욕조 장면을 보고 '섹스 어필'이라고 생각하신 분이 있으시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 장면은 너무 추악하고 끔찍한 일이다. 정명석은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지만, 일반적 감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참담함을 느낄 거라 생각한다"며 "넷플릭스 쪽에서 저에게 이런 장면을 넣는 것에 대해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저는 제작자 입장에서 반드시 '50번 쌌다'라는 이야기를 가장 앞에 넣어야 한다고 했다. 시청자가 떨어져 나갈지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넷플릭스도 받아들였다"고 강조했다.

또한 조성현 PD는 증언자들도 나선 탈교인들에게 대해 거듭 고마움을 전하며 "용기 있는 선택으로 존경받아야 한다. 비난 혹은 조롱의 대상이 되어선 안된다. 그분들의 용기가 칭찬받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조성현 PD는 또 다른 피해자로 모태신앙인 신도들의 2세를 꼽았다. 조 PD는 "다큐에 드러난 피해자분들도 있지만, 선택권 없이 노출된 2세들을 조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 사람들이 겪고 있는 피해가 정말 크다. 제가 다루진 못했지만, 그런 관심과 취재를 진행해 보면 어떨까 싶다"고 당부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