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이강철호가 연달아 나온 아쉬운 주루 미스들로 벼랑 끝에 몰렸다. 일본전에서만큼은 이러한 집중력을 잃은 플레이들이 나오지 않아야 한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호주에 7-8로 무릎을 꿇었다.

말 그대로 졸전이었다. 한국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호주에 앞선다고 평가를 받았지만, 마운드는 무려 세 개의 피홈런을 내줬고, 타선도 4회까지 호주 투수진에 막혀 단 한 명의 주자도 출루시키지 못했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점이 주루 플레이였다. 한국은 이날 크고 작은 주루 미스로 승리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 버렸다.

0-2로 뒤지던 5회말 2사 후 양의지의 3점포로 역전에 성공한 한국은 이어 후속타자 나성범도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하며 추가 득점의 기대를 부풀렸다. 그러나 나성범은 견제사를 당하며 허무하게 이닝이 끝났다.

가장 황당한 주루사는 7회말에 나왔다. 7회초 로비 글렌디닝에게 재역전 3점 아치를 허용하며 4-5로 다시 리드를 내준 한국은 1사 후 대타 강백호가 2루타를 치고 나가며 다시 분위기를 가져오는 듯 했다.

그러나 직후 강백호가 한국 더그아웃을 향해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치는 동안 호주 수비진은 공을 중계한 뒤 강백호를 태그했다. 강백호가 세리머니를 하며 발이 2루 베이스에서 떨어진 것을 놓치지 않은 것. 비디오 판독 끝에 강백호는 결국 아웃 판정을 받았다. 후속타자 양의지가 곧바로 중전 안타를 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아쉬운 순간이었다.

보이지 않는 주루 미스도 있었다. 6-8로 뒤지던 8회초 1사 만루에서 오지환이 2루수 땅볼 타구를 날리자 3루주자 이정후는 재빨리 홈을 파고들었다.

이때 상대 포수는 1루 커버를 위해 홈을 비웠고, 홈 플레이트는 말 그대로 무주공산이었다. 홈으로 들어온 이정후는 3루에 도달한 박해민에게 빨리 들어오라고 소리쳤지만, 박해민은 그대로 3루에 머물렀다. 절호의 동점 기회를 놓친 한국은 9회말에도 득점에 실패했고, 결국 쓰라린 한 점차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지난 2009년 대회 이후 14년 만의 4강 진출을 목표로 내걸었던 한국은 이렇듯 호주전에서 어이없는 주루 플레이들을 남발, 많은 득점 기회들을 스스로 차 버리며 4강은커녕 일찌감치 짐을 쌀 위기에 놓였다. 한국은 오늘(10일) 도쿄돔에서 열리는 일본전에서 반드시 승전고를 울려야 2라운드(8강) 진출을 넘볼 수 있다.

선발투수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활약 중인 다르빗슈 유가 나설 예정인 가운데 타선에도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레드삭스),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스왈로스) 등 걸출한 스타플레이들이 넘쳐나는 일본은 냉정히 말해 한국이 이기기 어려운 상대다. 특히 디테일에도 강점이 있는 일본은 주루 미스들을 절대 놓치지 않는다.

어려운 경기가 예상되는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기본'이다. 한국이 실낱같은 희망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집중력 있고 센스있는 주루 플레이들이 먼저 살아나야 한다.

[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sports@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