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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에도 빛난 양의지, '국내용' 꼬리표 떼어내다 [ST스페셜]
작성 : 2023년 03월 09일(목) 17:02

양의지 / 사진=Gettyimages 제공

[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비록 아쉬운 패배였지만, 안방마님 양의지(두산 베어스)만큼은 홀로 빛났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 조별리그 호주와의 1차전에서 7-8로 무릎을 꿇었다.

호주를 비롯해 일본, 중국, 체코와 함께 B조에 속한 한국은 이로써 조 2위에게까지 주어지는 2라운드(8강) 진출권 획득에 빨간 불이 켜졌다.

말 그대로 졸전이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호주에 앞선다고 평가받은 한국은 4회초와 5회초 각각 1점씩을 내주며 초반부터 끌려갔다. 이어 5회말과 6회말에는 양의지, 박병호의 활약을 앞세워 도합 4득점에 성공, 승기를 잡는 듯 했지만 7회초와 8회초 로비 글렌디닝과 로비 퍼킨스에게 연달아 3점포를 두들겨 맞으며 다시 리드를 내줬다. 이후 8회말에는 상대 투수진의 제구 난조에 편승에 3득점을 올렸지만, 승부와는 무관했다.

다만 아무 수확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이날 8번타자 겸 포수로 선발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양의지는 3타수 2안타 1홈런 3타점 1득점을 기록, 한국에 위안을 안겼다.

양의지가 가장 빛난 순간은 한국이 0-2로 뒤진 5회말이었다. 한국은 앞선 4회초와 5회초 먼저 각각 1점씩을 내준 것은 물론, 4회까지 단 한 명의 주자도 출루시키지 못하며 답답한 경기 흐름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처럼 분명한 위기 상황에서 양의지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현수의 볼넷과 박건우의 좌전 안타로 연결된 2사 1, 2루에서 상대 좌완 불펜투수 다니엘 맥그래스의 3구를 잡아 당겨 좌측 담장을 넘기는 역전 3점포를 작렬시켰다. 순식간에 경기 분위기를 한국으로 가져오는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이후 7회말 2사 후에도 중전 안타를 치며 멀티히트를 작성한 양의지는 8회말 대타 김혜성과 교체되며 이날 경기를 마쳤다.

5회말 역전 3점포를 터뜨린 양의지가 환호하고 있다 / 사진=Gettyimages 제공


양의지의 이날 활약이 더욱 의미있는 점은 그동안 계속됐던 국가대표에서의 부진을 털어냈다는 것이다.

양의지는 분명히 KBO리그를 주름잡고 있는 명포수이지만, 국가대표에서의 활약은 다소 아쉬웠다.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의 우승에 기여했지만 이후 펼쳐진 2017 WBC에서는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하며 한국의 1라운드 탈락을 지켜봐야 했다. 이후 그는 2019 프리미어 12에서도 부진했고, 이 대회에서 한국은 일본에 밀리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이번 WBC 전 가장 최근 국제대회였던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양의지는 체면을 구겼다. 당시 그는 타율 0.136과 3안타 2타점 1득점에 그쳤으며 한국은 '노메달'의 수모를 겪어야 했다.

상황이 이러했기 때문에 양의지는 그동안 숱한 부담에 시달려왔다. 그러나 그는 이날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자신의 앞에 붙었던 '국내용'이라는 꼬리표를 직접 떼어냈다.

양의지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호주에 덜미가 잡힌 이강철호는 이제 조기 탈락을 피하기 위해 내일(10일) 오후 7시 도쿄돔에서 펼쳐지는 '숙적' 일본과의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를 거둬야 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스스로 자신의 오명을 떨쳐내며 자신감을 얻은 것은 물론이고, 부담마저 덜어낸 양의지가 일본전에서도 맹타를 휘두르며 한국에 기적적인 승전보를 안길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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