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카카오와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이 1조 원 규모 '쩐의 전쟁'으로 격화되고 있다. 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수세에 몰렸던 카카오가 공개매수를 선언하며 반격에 나섰다.
지난 3일, 서울동부지법 민사합의21부는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SM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카카오의 SM 지분 9.05% 확보는 무산됐다.
이렇게 하이브가 승기를 잡는 듯했으나 6일 상황이 반전됐다. 하이브의 SM 주식 공개매수가 실패로 끝난 것.
공시에 따르면 공개매수를 통해 하이브는 SM 주식 총 23만3817주, 지분 0.98%를 추가로 확보했다. 이수만의 지분 14.8%를 매입해 SM 1대 주주에 올라선 하이브는 주당 12만 원 공개매수로 최대 25%를 확보하려 했으나 1%에도 못 미치는 0.98% 지분을 늘리는 데 그쳤다.
이 같은 상황, 카카오가 7일, 공개매수 카드를 꺼내들었다. 카카오는 하이브보다 3만 원 높은 주당 15만 원에 공개매수한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공개매수를 통해 35%의 지분을 추가 취득, 총 39.9%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의 자금력도 탄탄한 편이다. 카카오는 올해 초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와 싱가포르투자청에서 1조154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 중 약 9000억 원이 1차로 들어왔다. 나머지는 7월에 들어올 것으로 알려졌다.
SM 주식은 약 1개월 전까지 불과 9만 원을 밑돌았다. SM 지분 인수전이 격화되면서 양측 모두 대규모 자금 출혈이 불가피한 까닭에 일각에서는 '승자의 저주' 우려까지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카카오와 하이브는 왜 이토록 SM을 탐내는 것일까.
우선 카카오의 경우, 카카오의 '비욘드 코리아' 전략에 SM이 꼭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카카오는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으나 실질적으로 눈에 띄는 진척이 없었다. K팝은 카카오의 글로벌 진출 야심을 이뤄줄 통로일 법하다.
실제 카카오엔터는 아이유 소속사 이담엔터테인먼트, 몬스타엑스·아이브 등이 소속된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에이핑크·더보이즈 등이 소속된 IST엔터테인먼트, 유희열·권진아 등이 소속된 안테나 등을 갖고 있다. 하지만 IP 파워 면으로 볼 때 하이브에 비해 너무 밀린다는 평가다. 이때 K팝 대표 기획사로 꼽히는 SM 인수는 카카오의 글로벌 사업 경쟁력을 올릴 수 있는 핵심 키라는 지적이다.
하이브도 SM이 필요하다. 하이브는 '엔터계 독점'처럼 보일 정도로 거물이지만 역사가 길지 않기에 정통성 면에서 갈증이 있다. 하이브는 사실상 방탄소년단 한 팀으로 갑자기 공룡이 된 기획사란 시선에 시달려왔다.
방탄소년단 성공 이후 세븐틴 소속의 플레디스, 지코의 KOZ엔터테인먼트, 쏘스뮤직 등을 사들여서 만든 몸집이기에 하이브에게 SM은 업계의 정통성을 가질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인 방법으로 보인다.
양측의 다툼이 심화되며 31일 열리는 주주총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액주주들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시선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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