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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비' 이성민 "다시 태어난다면 배우는 안 해요" [인터뷰]
작성 : 2023년 03월 06일(월) 08:13

대외비 이성민 인터뷰 /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이성민은 연기를 사랑하고 아낀다. 다만 뚜렷한 답이 없는 연기는 그에게 행복이자 고민의 지점들이다.

영화 '대외비'(연출 이원태·제작 트윈필름)는 1992년 부산, 만년 국회의원 후보 해웅(조진웅)과 정치판의 숨은 실세 순태(이성민), 행동파 조폭 필도(김무열)가 대한민국을 뒤흔들 비밀 문서를 손에 쥐고 판을 뒤집기 위한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는 범죄드라마다.

비밀스러운 실세 순태에 대해 굳이 파헤치지 않았다는 이성민은 "다리를 절뚝이는 건 원래 대본에 있었다. 그 외에 사연은 감독님께서도 두루뭉술하게 말씀하셨고, 저도 굳이 묻지 않았다"며 "전사를 생각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연기하기 편했다. 어쨌든 어마어마한 권력의 비호를 받고 있는 브로커겠구나 생각했다. 상상 속의 인물이었다"고 설명했다.

대외비 이성민 인터뷰 /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성민은 지난해 영화 '리멤버',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 이어 '대외비'에서도 노인 역할을 맡았다.

자신의 실제 나이대인 50대 보다 최소 10살 이상의 배역을 소화한 이성민은 "부담은 없었다. 오히려 생각했던 것보다 노인이 잘 안 나와서 힘들었던 때는 '리멤버'였다"며 "순태는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정확한 나이도 설정하지 않았다. 60~70대쯤 애매하게 했다. 우리가 알다시피 90년대 초는 대학생들도 노안이지 않았냐"고 웃음을 보였다.

연이은 노인 연기에 대해 이성민은 "세 명의 노인이 있다면 '리멤버' 노인은 첫 시도였다. 그때는 위험한 발상이었고, 도전이었다. 하나씩 모니터링을 하면서 연기했고, 그 캐릭터가 살아온 삶 역시 만만치 않았다. 역할 중에 가장 고령이기도 해서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 후에 순태를 만나니까 그렇게 어렵진 않았다. 뭔가 애매한 지점들이 많아서 연기하기엔 오히려 제 상상과 재량껏 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았다"고 이야기했다.

어려운 것이 '리멤버', 재량껏 했던 것이 '대외비' 였다면 '재벌집 막내아들' 진양철은 애매한 인물이었다. 이성민은 "진양철은 여러 인물들이 겹쳐 보여야 한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전체 이야기가 가상의 픽션인데 마치 현대 사회 속 인물을 연상시켜야 하지 않을까 해서 그런 지점들을 신경 썼다. 노인으로서 진양철은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성민은 "'리멤버'와 '재벌집 막내아들' 노인의 삶은 결이 완전히 다르다. 진양철은 사투리 마저 대본을 너무 잘 써주셔서 거의 애드리브가 없었다"며 "심지어 옛날 어른들이 쓰는 말도 잘 묘사해서 오히려 고향 친구들이 '그걸 어떻게 아냐'고 전화한 적도 있었다. 연기 역시 힘들진 않았지만 여러 인물이 겹쳐 보이면 좋겠다는 부분이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대외비 이성민 인터뷰 /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동안 이성민은 강렬한 캐릭터들도 대중을 만나왔다. 대한민국 대통령부터 대기업 회장, 정치판의 숨은 실세 등 묵직하면서도 권력을 가진 인물들이었다.

이에 대해 이성민은 "권력자형 캐릭터에 끌리는 건 아니"라며 "요즘은 조금 힘들다. 어떤 작품을 하고, 어떤 캐릭터를 해야 할지 고민이다. 조금 쉬어가고 싶고, 각 잡히지 않고 풀어진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배우에겐 부담일 수 있으나, 연출자와 대중이 원하는 '배우 이성민'을 향한 기대감도 인지하고 있다. 그는 "각인된 배우의 모습이 있어서 그런 역할들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어쨌든 배우가 어떤 연기를 하고 나면 비슷한 캐릭터들을 제안받게 된다. 평소 제 모습을 봤을 땐 절대 섭외가 안 올 캐릭터들이다. 저는 평소에 전혀 극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비슷한 캐릭터일지라도, 매번 다른 설정과 다른 배경, 다른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다. 매 작품에서 새로운 옷을 입게 되는 이성민은 "특별하게 캐릭터에 대한 어떤 설정을 갖고 갈 때도, 아닐 때도 있다. 실제로 있었던 인물을 연기해야 될 때면 유튜브를 통해 찾아본다. 그렇다고 따로 연습하진 않는다. 다만 본능적으로 닮는 것 같다"며 "어릴 땐 연기 공부를 하면서 논문 급으로 봤다. 근데 지금은 아무 소용이 없더라"고 이야기했다.

대외비 이성민 인터뷰 /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젊은 시절을 연기에 바쳤던 이성민은 40대에 첫 주연작을 만나 지금 이 순간 전성기를 맞이했다. 이성민은 "만약 일찍 이렇게 됐다면 힘들었을 것 같다. 지금 하는 건 앞으로 10~20년 정도만 더 하다가 가면 되는데 20대 때 이렇게 됐다면 30대~60대까지 이 상태를 유지해야 하지 않냐"며 "그런 스트레스는 쉽지 않다. 배우로서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 50년씩 간다고 하면 너무 힘들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럼 지금의 이성민은 배우를 꿈꾸던 젊은 이성민의 미래였을까. 이성민은 이에 대해 단호히 "그땐 미래가 없었다. 상상도 못 했다"고 답했다. 이어 "그땐 당장 내일 먹고살기 바빴다. 돌이켜보면 많은 것과 내 꿈을 이뤘구나 싶기도 하다. 막연히 한 번쯤 상상해 봤던 것들은 다 이룬 것 같다"면서도 "실제로 이뤄보니 책임이 따르고, 스트레스도 많다. 개봉을 앞두고 있으면 또 스트레스가 올라온다"고 솔직함을 드러냈다.

지난해 '재벌집 막내아들'로 화제를 모은 이성민은 올해 시상식 대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성민은 "그런 건 작품이 잘 돼야 나올 수 있는 반응"이라며 "순태 캐릭터도 사랑받으려면 '대외비'가 잘 돼야 한다. 배우의 평가는 작품의 평가다. 아무리 내가 연기를 잘하고, 만족을 해도 작품이 잘 안 되면 어쩔 수 없이 그 캐릭터는 잊히는 것 같다. '재벌집'이 그만큼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고 답했다.

아울러 이성민은 "다시 태어난다면 배우는 안 한다. 그냥 기술직을 하고 싶다. 고치고, 수리하고"라며 "그건 연기와 달리 명확한 답이 있다. 작동하지 않던 게 작동하게 되는 명확함이다. 캐릭터는 어떤 배우가 연기해도 답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이야 나이가 들고, 배우로서 어떤 자존감도 생겨서 내가 배우인 것이 부끄럽지 않다. 하지만 예전엔 자존감도 낮고, '인간 이성민'과 '배우 이성민'을 구분해서 생각했다. 지금은 '배우'와 '나'를 하나로 묶었다"며 "참 잊을 만하면 그래도 하나씩 잘 되는 영화나 드라마가 있다는 게 살맛이 난다. 죽으란 법은 없는 것 같다. 미스터리한 것은 뭐가 뭔지 모르겠다. 뭐가 잘 될지도 모른다"고 웃음을 보였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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