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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정X조주연 PD, '덕잘알'이 만든 '소녀 리버스' [일문일답]
작성 : 2023년 03월 01일(수) 09:44

소녀 리버스 손수정, 조주연 PD /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목소리는 익숙한데 외모는 전혀 다르다. 국내 케이팝 걸그룹 30명이 아이돌 데뷔 기회를 얻기 위한 서바이벌을 펼친다.

다만 한 가지 특별한 점은 이들이 경쟁을 펼치는 무대가 현실이 아닌 가상 세계라는 점이다. 카카오TV 오리지널 '소녀 리버스'에서 이들은 버추얼로 구현된 가상 세계에서 각자가 설정한 캐릭터로 변신해 익명으로 대면한다.

이들은 정체를 완벽히 숨긴 채 춤과 노래, 끼로 승부를 펼친다. 이렇게 탄생한 최종 5인은 실제 버추얼 걸그룹으로 데뷔할 예정이다.

그런 이들의 뒤엔 세세한 설정부터 언제 터질지 모르는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제작진의 노력이 숨어있었다.

특히 그 중심에서 이들의 빛나는 무대를 위해 아낌없이 '뒷바라지'한 손수정, 조주연 PD와 화상으로 만나 '소녀 리버스' 후일담을 들어봤다.'

▲ 이하 '소녀 리버스' 손수정, 조주연 PD 일문일답

Q. 메타버스 세계관을 앞세운 '소녀 리버스' 연출 계기는?

손 : '메타버스를 이용해야지'보다는 저희가 한창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코로나19로 사람들끼리 소통한 불가능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에 '요즘 애들은 어떻게 소통할까?'에서 출발하게 됐다. 요즘 아이들이 메타버스 세계에서 또 다른 자신을 창조하는 모습을 보면서 접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또, 제작진이 방송국 출신이다 보니 일하면서 만났던 연예인이나 아이돌 중 매력 있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런데 현재 아이돌을 데리고 이 친구들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적다. OTT나 인터넷 방송 위주로 산업으로 서서히 전환되던 시기였기 때문에 이 두 가지를 접목해서 개개인이 매력적인 친구들과 일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

저희가 '소녀 리버스'를 만나게 된 시점부터 아이돌 친구들과 미팅하게 됐다. 그게 지난해 4월이었다. 생각보다 너무 많은 아이돌이 있었고, 이 아이돌이 개개인을 사전 미팅 해보니 이 친구들을 다 모으면 너무 재밌을 것 같았다.

실제로 자기 자신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친구들도 많았기 때문에 오디션 형식을 빌려 개개인의 매력도를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

Q. 처음 기획했던 목표에 어느 정도 달성한 것 같나?

손 : 마지막 결승만 남아있다. 60% 정도인 것 같다고 하면 겸손일까. 제작진 마음으로는 보여주고자 했던 부분의 90%는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저희가 하고 싶었던 것들, 보고 싶었던 것들을 비롯해 이걸 참여하고 있는 아이돌 친구들 개개인의 매력과 이 친구들이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선 90% 이상 달성했다.

다만 조금 더 잘됐었으면 하는 마음에 60%라고 하겠다. 조금 더 많은 플랫폼에서, 더 알려지고 싶은 것이 저희에게 남은 과제다.

Q.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출연진의 다채로운 활약을 지켜보며 어떤 생각을 했나?

손 : 찬미는 저희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다 해준 것 같아서 너무 감사하다. 어제자(27일)로 공개됐던 나다가 소멸자 인터뷰에서 '바림'이라는 가면을 썼다고 생각했는데, 끝으로 갈수록 가면을 쓴 것이 아니라 벗은 거였다고 얘기하더라.

저희도 그것과 같은 맥락이다. 여기 30명의 소녀들 전부 오히려 나와 다른 사람을 만들어 내야지 접근했는데 실제로 현실에서 자신이 못했던 것들, 진짜 나로서 보여주지 못했던 것들을 전부 하고 갔다는 인터뷰를 공통적으로 이야기했다.

본인도 그랬던 것처럼, 다른 사람도 '나'라는 사람을 온전히 바라봐줬고, 그 안에서 서로 정체를 모르고 캐릭터로 하다 보니 본인도 다른 사람을 선입견 없이 바라보게 됐다고 하더라.

저희도 매 회차 방송이 재밌었던 것은 모두 그 친구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서로를 선입견 없이 바라보고, 스스로도 틀을 벗어나서 과감 없이 보여줘서 여기까지 잘 만들어오지 않았나 싶다.

Q. '메타버스' '버추얼 아이돌' 등의 개념에 대한 진입장벽 우려는 없었는지?

손 : 생소할 것이란 생각은 했다. 사람들이 처음엔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첫 촬영 때부터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했던 것은 '무조건 친숙하게'였다.

처음 접하는 분들도 캐릭터에 대한 거부감은 있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겠다는 가능성은 있었다. 물론 진입장벽이 없을 순 없다. 그래서 개개인 30명에게 서사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아이돌 본인이 몰입하기 시작하면 시청자분들도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한 명 한 명의 서사를 만드는데 지난해 4, 5월부터 제작진과 출연진이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을 거쳤다. 결국 이 과정들이 이 친구들이 가상세계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줬던 게 아닌가 싶다.

Q. '소녀 리버스'를 하면서 제작자로서 가장 기뻤거나 벅찼던 순간은 언제였는지?

조 : 굉장히 자주 있었다. 회차마다 편집을 하면서 최애 소녀들이 매 회차 바뀌더라. 자신의 솔직함을 알려주는 부분도 벅찼지만, 첫 촬영과 마지막 촬영이 기억에 남는다.

친구들이 들어와서 그 사람 본체를 모르기 때문에 반말을 하더라. 밖에서 섭외 미팅을 했을 땐 같은 그룹끼리도 언니, 동생 사이여도 존댓말을 했는데 여긴 같은 그룹이나 선후배 사이여도 반말 소개를 과감 없이 하더라.

낯을 가리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이 세계에 적응하려고 다 같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계급장 떼고 서로의 매력을 뽐낸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마지막에 촬영이 다 끝나고 회식 자리에서 처음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 실제 이름이 아니라 캐릭터 이름을 부르면서 반말을 하더라. 그럴 때 걸그룹들이 실제로 만나도 '선배님'이 아니라 그냥 캐릭터의 이름을 얘기할 정도로 경계를 많이 낮춰줬구나 싶어서 뿌듯했다.

손 : 프로그램을 만든 지 1년이 다 돼 간다. 이 과정에서 고생이 무색하리 만큼 가장 기쁘고 벅찼던 것 시청자들의 반응이었다.

이것도 실제로 사람이 주가 되는 콘텐츠가 아닌데 만드는 저희와 동일하게 보고, 같이 느끼고, 그 감정들이 동기화 돼서 모든 시청자분들이 느꼈다고 하실 때마다 이맛에 맨날 밤새고 고생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제일 많이 들었다.

Q. 방영 전 캐릭터의 저작권 문제로 방영이 늦춰진 바 있다. 어떻게 해결했나?

손 : 저희가 저작권 문제 때문에 약속해드렸던 방영 시간을 지키지 못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 기다려주셨던 시청자분들이나 기자님들, 다른 여타 매체분들에게도 죄송하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리고 싶다.

크리에이터분들과는 한 분도 빠짐없이 협의를 했다. 콘텐츠를 제작함에 있어서 문제가 되지 않도록 후속 논의까지 다 마쳤다. 이전까지는 협의 단계라고 생각했던 것 이상보다 빡빡하게 진행을 하려고 한 번 딜레이 이후부터는 서면 계약 및 크리에이터들에 대한 보상에 대한 모든 협의를 다 마친 후에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

저희가 생각했던 저작권 인식보다 많이 챙기지 못했다. 이번 계기를 통해 다음 기회가 있다면 더 빡빡한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Q. 소녀X(출연자)를 섭외할 때의 기준이 있었다면?

손 : 정말 많은 걸그룹 멤버들을 만났다. 제작진들은 '자기 자신을 내려놓고 가장 몰입을 잘할 수 있는 친구'를 찾았다. 현실 세계에서 얼마나 인기가 있고, 얼마나 예쁜지는 저희 기준이 아니었다.

저희가 섭외 미팅을 할 때 눈을 감고도 목소리를 들어봤다. 이 친구들이 가상 세계에 들어오면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가 가장 큰 섭외 기준이었다.

동시에 성격이 비슷한 친구들이 있을 수 있어서 그런 사이에서도 많이 겹치지 않으려고 했다.

Q. '소녀 리버스'와 같은 덕후 문화에 대한 생각은?

손 : 저는 여자 아이돌 마니아다. 조주연 PD도 음악을 좋아한다. 조주연 PD가 왕년에 아이돌을 굉장히 좋아했다. 아이돌 덕질 문화에 있어선 조주연 PD가 빠삭하다.

저는 여자 아이돌 자체를 워낙 좋아한다. 거기에 애니메이션 덕후라서 이걸 대할 때 '어렵다'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일반 대중들이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풀어나가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였다.

사실 성공 가능성은 '사람들이 무조건 좋아할 순 있을 것이다'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호와 비호 사이에서 비호가 될 순 있어도, 재미가 없진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 측면에서 저희도 재밌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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