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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천우희 "서사가 있는 얼굴이래요" [인터뷰]
작성 : 2023년 02월 27일(월) 10:18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천우희 / 사진=넷플릭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배우 천우희가 보여주는 얼굴은 쉽사리 잊히지 않는다. 작품을 대하는 진중한 마음으로 대중에게 설득력을 안긴다.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연출 김태준·제작 넷플릭스)는 평범한 회사원이 자신의 모든 개인 정보가 담긴 스마트폰을 분실한 뒤 일상 전체를 위협받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현실 밀착 스릴러다.

천우희는 극 중 준영(임시완)으로 인해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나미를 연기했다. 밝은 성격의 평범한 회사원이었지만, 스마트폰을 분실한 뒤 준영의 술수에 걸려들어 위협받는 인물이었다

천우희는 출연 이유에 대해 "시나리오가 재밌었다. 일단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법한 일이라 보고 접근하기가 편했다. 또 현실적이어서 공포감도 크고, 스릴러 장르와 합쳐져 시청자들이 굉장히 흥미롭게 볼 것 같았다"며 "원작이 있다는 걸 알았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작품만 봤을 때 꽤나 재밌을 법한 이야기였다"고 전했다.

영화는 살인범 준영(임시완)과 그의 타켓 나미, 사건을 쫓는 경찰 지만(김희원) 세 사람의 관계를 중심으로 흘러갔다. 천우희는 "그동안 스마트폰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았지만, 다른 식으로 풀어나간 점이 흥미로웠다. 풀어나가는 반전과 세 인물의 구도가 재밌었다. 세 사람이 긴장을 놓치지 않고 삼각형 구도를 유지해 나가는 것도 흥미로웠다"고 밝혔다.

특히 나미 역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천우희는 "나약해 보이지만 강인하고, 초반부에는 생활적인 연기를 하다가 후반부에는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입체적인 모습을 한 번에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천우희 / 사진=넷플릭스 제공


나미의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숙제는 '설득력'이었다고 한다. 천우희는 "저보고 서사가 있는 얼굴이라더라"며 "평범한 인물을 최대한 입체적으로 보이기 위해선 힘조절을 굉장히 잘해야겠다 싶었다. 아주 보면적인 인물인 것 같으면서도 관객들이 봤을 땐 '나'이기도 하면서, 주변에 있는 친구 같은 친근감을 유지하려 했다. 또 나미의 이야기가 다른 길로 새지 않게 작품 전체를 조율해야 했다. 작품의 안내자로서 해내야 하는 게 제 몫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후반부에 감정적인 연기가 크다 보니 최대한 초반에 친근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제 자신 그대로를 모습을 녹여냈다. 초반에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명량한 친구였다가 뒷부분에는 극적인 감정을 보여줘야 해 극한으로 가져갈 수 있는 집중도와 힘을 보여드리고자 노력했다. 입체적이다 보니까 연기하는 재미가 있더라"고 웃었다.

특히 나미가 자신의 일을 주체적으로 해결하는 모습에 공감했다는 천우희다. 그는 "인물이 주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작품을 바라볼 때 답답함을 느낄 때가 있다. 나미는 무방비하게 피해를 입지만 누군가가 가해자라는 것을 각성하면서부터 문제를 해결해나가려고 한다.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수면 위로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독립적인 모습이 현대에 살아가는 제 또래에게 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제 모습도 많이 녹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나미가 준영에게 총을 쏘는 결말도 주체성을 대변했다. 천우희는 "사실 내부적으로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감독님은 꼭 지켜내자고 했다. '나미가 어떻게 총을 쏘지?' 하는 부분도 SNS에 사격장에 가서 총을 쏘는 장면으로 설명했다. 마지막 엔딩만큼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천우희는 "마지막 페이지에도 적어놓은 게 '구원은 자기 스스로, 자신으로부터'다. 나미가 모든 것들을 빼앗길지 몰라도 구원만큼은 스스로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엔딩이 가장 중요했다. 이는 저의 작품만의 색깔이기도 하다. 그냥 가해자를 법정에 세운다고 해소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대사 중에 경찰에게 '저 평생 지켜줄 수 있으세요?'라고 하는 게 있다.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천우희 / 사진=넷플릭스 제공


전작 '앵커'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 등 극단으로 가는 연기를 다수 보여준 바 있다. 이번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에서도 후반부 폭발하는 감정을 열연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임시완은 앞선 인터뷰에서 "천우희는 몇 컷을 가든 에너지가 그대로"라고 놀라움을 드러내기도.

이를 듣자 천우희는 "사실 엄청 힘들다.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고 굉장히 노력한다. 연기를 하면 감정이 휘발되고 결과 밖에 안 남는다. 이전 상태로 돌리는 건 쉽지 않지만, 상황을 신뢰하는 거다. 실제로 믿어버리면 똑같이 나온다. 작업환경, 연출자와의 관계, 이야기가 쌓이며 인물을 탄탄하게 만들었다면, 놓여지기만 하면 된다. 스스로 동력을 만들어내는 것도 충분히 있다. 최대한 채득 하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이어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감독과 스태프들에게 감사를 전한 그다. 특히 김태준 감독의 입봉작을 함께한 천우희는 "앞으로가 기대되는 감독님이다. 전 일을 할 때 신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입봉작이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부족할 수 있는데, 감독님이 준비를 많이 해 현장을 효율적으로 돌아가게 했다. 철저한 준비로 초반부터 신뢰감이 많이 들었다. 또 유독 이 작품에서 같이 일해봤던 스태프들을 많이 만나 현장이 안정감 있었다"고 회상했다.


천우희에게 신뢰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는 "신뢰를 쌓는 게 정말 어렵긴 하다. 모든 작품마다 흥행이 되고 사랑을 받고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기분 좋지만, 매 작품마다 그럴 수 없다는 것도 잘 안다.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할 수 있는 역량을 다하는 것, 제 몫을 다 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작품 선택 기준으로도 연결됐다. 천우희는 "결국엔 이야기가 어떤 설득력을 가지는지 중요하다. 작품을 선택할 때도 제 마음이 동요해야 한다. 연기로 납득시키는 건 그다음 문제다. 항상 어려운 과정이지만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현장에서 배우, 연출자 등과의 교감, 작품이 완성됐을 때도 대중과의 교감이 잘 이루어질 수 있을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천우희의 고민은 옳았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개봉 직 후 넷플릭스 국내 영화 1위, 글로벌 2위를 차지했다.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뢰, 대중과의 교감이 통했다는 증거다. 천우희는 "반응이 좋다는 건 내심 기분이 좋다. 모든 작품마다 많은 대중 분들이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항상 있다"며 "이번 작품은 오락성도 있고, 스마트폰을 소재로 해 접근성이 좋았던 것 같다"고 웃었다.

더불어 늘어나는 OTT 작품, 시네마가 줄어드는 요즘 시대에 대한 질문을 받자 "시대의 흐름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영화로 시작했던 배우로서 시네마가 줄어드는 것에 대해 아쉽지만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공존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OTT가 가지고 있는 편리성과 다양성은 너무나 매력적이고, 현시대에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견해를 전했다.

그러면서 "영화는 본질적으로 인간에게 전달되는 메시지가 있다. 공존하는데 그것들을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 얼마나 좋은 콘텐츠를 발굴해 내고 만들어낼 것인가에 대한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며 "시대마다 추구하는 건 달라지겠지만 그 맥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영화에 대한 깊은 고찰을 전한 천우희는 배우로서의 방향도 밝혔다. "'머니게임' 촬영을 마치고, '이로운 사기' 촬영 중이다. '멜로가 체질' 이후 오랜만에 안방극장이 걱정되기도 설레기도 하다"며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지금은 조금 더 확장해서 대중성, 오락성, 밝은 느낌을 원하는 대중의 이야기를 느낀다. 앞으로 선택지를 넓혀가고 싶다"고 담담히 말했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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