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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대전' 유태오, 이방인의 퓨전푸드 [인터뷰]
작성 : 2023년 02월 23일(목) 16:18

연애대전 유태오 / 사진=넷플릭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외국 친구들이 평양냉면의 슴슴한 맛을 어떻게 표현하겠어요."

교포는 어딜 가도 '이방인' 취급을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유태오는 어릴 때부터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결핍을 지니고 있다. 그런 갈증을 유태오는 매력적인 '퓨전푸드'로 승화시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언어에서 출발한 유태오의 연기 철학을 들으면 다음에는 어떤 퓨전푸드로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을지 기대감이 앞선다.

'연애대전'(극본 최수영·연출 김정권)은 남자에게 병적으로 지기 싫어하는 여자 여미란(김옥빈)과 여자를 병적으로 의심하는 남자 남강호(유태오)가 전쟁 같은 사랑을 겪으며 치유받는 로맨틱 코미디 작품. 지난 10일 넷플릭스(NETFLIX) 오리지널 시리즈로 첫 공개됐다.

재미있게 봤다는 유태오는 "책(대본)으로 봤을 때보다 밀도감 있게 편집을 하신 거 같다. 센스있게 재치있게 해주신 거 같아 결과적으로 좋았다. 시나리오에 있었던 몇 부분들이 편집된 것도 있는데, 그게 왜 편집된 것인지 알 수 있게 잘 흘러가더라"고 이야기했다. 촬영한 장면 중 '톤 앤 매너'에 튀지 않도록 잘 편집된 거 같아 굉장히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작품은 캐릭터의 입을 빌려 현대 사회의 '젠더갈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자는 남자에게, 남자는 여자에게 서로가 가진 선입견을 거침없이 그리고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사회적으로도 예민한 문제인만큼 혹여나 젠더갈등을 부추기거나 이슈로 이어지지 않을지 배우들은 우려스럽진 않았을까.

그러나 유태오의 대답은 "전혀"였다. 유태오가 맡은 남강호는 가정사와 과거 연인으로 인해 여성에게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이었다. 유태오는 그런 오해가 있었던 인물일 뿐이라며 "오해를 '순수'하게 보여주는 것이 배우로서 해야 할 숙제였다. 준비과정에서 어떻게 대사를 밉지않고, 괴기스럽지 않고 그저 순수하게 트라우마 때문이란 것을 어떻게 설득할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또한 "저는 성별, 나이를 떠나 사람 대 사람으로 존중하기 때문에 젠더갈등에 엮일 것이라 생각 안 했다. 실제로 제가 (남강호 같은)그런 사람이 아니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사실 유태오에게 한국어 대사는 가장 큰 고충이자 매 작품마다 주어지는 숙제다. 주인공이다보니 한국어 대사도 엄청났다. 이 때문에 쌓인 스트레스가 많았음을 인정한 유태오는 "그냥 제가 해낼 숙제고, 고생했다고 할 자랑거리도 아니다. 누군가 저의 연기가 부족하거나 아쉬웠다고해서 제가 이야길 한다고 핑곗거리일 뿐 받아주지도 않을 것이다"라며 "그저 저는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했고 열심히 했다는 것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 뒷배경을 봐주지 않는 어느 시골의 한 청년이 '연기가 왜 그래' 이러면 그런 댓글도 냉정하게 받아들이는 편이다.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한국어가) 모국어는 아니지만 그렇게 될 수 있게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 청년이 다음 작품도 지켜봐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2009년 영화 '여배우들'로 데뷔한 이후로, 유태오는 한국어 실력을 꾸준히 발전시켜왔다. 과거 한자어 등 어려운 단어를 알아듣지 못해 인터뷰 중간에 양해를 구한 뒤 핸드폰으로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던 그의 모습은 이번 인터뷰에서 볼 수 없었다. 풍부해진 한국어 표현력과 어휘력을 구사는 그의 모습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엿보였다.

이 과정에는 가장 가까운 조력자 아내 니키 리(사진가)가 있었다. 우스갯소리로 유태오는 "작품을 통해 배우기보다는 개인적으로 토론하고, 배우자와 싸우고. 또박또박 한국말로 싸우면서 논리를 키웠다. 지면 안 되니까(웃음)."라고 말하기도.

그렇지만 한국어 연기는 여전히 부담감으로 남아있다. 유태오는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그런데 저는 부담감과 스트레스 요소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런 게 있어야 사람이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마감, 디데이 등이 다가오면 초월적인 힘을 쓰게 되는 것처럼, 그 스트레스 안에서 뭔갈 해내야 하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런 환경이 될 수 있다는 게 찬스고 고마운 일"이라고 의연하게 이야기했다.

이번 작품은 김옥빈에게도, 유태오에게도 첫 로맨틱 코미디 작품이었다. 유태오는 "다른 장르는 연기를 준비하고 그 감정의 과정을 카메라에 담게되면 그 과정 자체가 캐릭터를 비추게 된다. 그런데 로코나 코미디는 그 감정을 통해 결과적으로 웃겨야 한다. 이건 결과주의적인 연기를 보여줘야하는 게 어렵더라. 감정을 분석하고 더불어 행동, 액션, 티키타카 등을 많이 고민했다"고 이야기했다.

'연애대전'이란 미션을 무사히 끝내고 자신감도 생기지 않았을까 싶지만 유태오는 "제 성격상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하면 오만해질 수 있어서 자신감을 위험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작품을 소화하면 할수록 신경쓸 것도 많아져 어려워지는 기분이라고. 그러면서도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그만큼 성실하게 준비해야겠다 생각들었다"고 말했다.

그와 대화를 하면 할수록 '교포 출신 배우'만의 수많은 고민과 지향점, 그리고 원동력 등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연애대전'을 통해 풍부한 '어미'를 배울 수 있었다는 유태오는 "국어적 표현이지만, 문장을 이야기할 때 '톤'으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지 않나. 작품미다, 장면마다, 연습할 때마다 그런 게 넓어지는 거 같다. 중국어는 4성, 러시아는 6성이 있는데 한국어는 그런 건 없지만 상황이나 눈치 등에 따라 톤이 달라지지 않나"고 이야기했다.

또한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작품이다보니 유태오는 좀 더 넓게, 한국 시청자만 아니라 글로벌 시청자들의 시선도 의식했다. 그는 "'톱스타 미남 배우가 이런 것이다' 했을 때 동양적인 대상과 서양적인 대상의 취향이 다르다. 다른 취향 안에서 이쪽 감수성도, 저쪽 감수성도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포인트를 찾아야 했다. 다국적인 면을 생각해야 했다. 스스로 끊임없는 연구가 있는 거 같다"고 말했다.

유태오의 연기 생활도 사춘기 시절 느낀 다문화적 결핍에서 출발한다. 만약 연기를 하지 않았다면 자신이 뭘 하고 있었을지 상상도 하지 못하겠다고.

"한 나라에 가면 어떤 감수성을 설명하는데, '이건 내가 느끼는 게 아닌데?', '이 장소에서 이 말투와 말은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싶었어요. 늘 제 자아가 한국에서 제 '반'만 보여져서 항상 저를 정확하게 표현하려는 갈증이 남아있 거 같아요. 그런데 가상의 스토리 속 틀이 있으면 정확하게 보여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연기를 너무 좋아하게 된 거 같아요. 제가 연기를 찾았다기보다 연기가 저를 찾았다고 느껴져요."

그렇기에 한국 배우가 갖지 못하는 매력과 강점도 있었다. 유태오는 "'짭조름하다', '슴슴하다'를 분위기나 매력포인트로 설명할 수 있다. 다문화적 경험을 해서 감수성을 느낄 수 있었기에 이쪽에서 느낀 감성을 다른 언어로 얘기했을 때 원래 배우들과는 뭔가 다른 느낌이 있는 거 같다. 어떻게 보면 '퓨전푸드'같은 것이다. 단지 못 느꼈던 맛이라 처음엔 이국적이고 낯설고, 내가 맛있게 요리했을 때 당혹스럽지만 맛있는 그런 맛"이라고 말했다.

배우로서도 감독으로서도 세계무대에서 활약 중인 유태오지만 굳이 한국어 연기를 계속 고집하는 이유가 있을까 궁금해졌다. 유태오는 "아직도 미국 진출 욕심은 있다. 그렇다고 한국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라며 "손흥민 선수, 차범근 선수가 8~9년 독일과 영국에서 활동한다고 그 나라 선수가 되는 게 아니지 않나. 그냥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되는 거다. 제가 교포이긴하지만 외국작품에 들어가면 저도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가 되는 거다. 돌아왔을 때 인정받고 싶다.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싶다는 게 제 욕심이지만, 제 결핍이고 갈증이니 죽을 때까지 가져갈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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