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스포츠
포토
스투툰
'트롤리' 정수빈 "제 자신도 단단해졌어요" [인터뷰]
작성 : 2023년 02월 15일(수) 19:07

트롤리 정수빈 / 사진=팽현준 기자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인터뷰 내내 역할에 대한 깊은 이해도와 내면의 단단함이 느껴졌다. 연기를 향한 성실함과 열정은 정수빈을 오롯이 설명한다. 데뷔 3년 차부터 다작 행보를 걷고 있는 신인 정수빈이 빛나는 이유다.

정수빈은 지난 2019년 연기를 시작한 뒤 드라마 '다크홀' '너와 나의 경찰수업' '소년심판' '3인칭 복수'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차분히 연기 내공을 쌓아온 덕에 데뷔 3년 만에 첫 공중파 주연작 '트롤리'를 만났다.

SBS 월화드라마 '트롤리'(극본 류보리·연출 김문교)는 국회의원 남중도(박희순) 아내 김혜주(김현주)의 비밀이 세상에 밝혀지면서 부부가 마주하게 되는 딜레마와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정수빈이 '트롤리'에 출연하게 된 과정은 평범하지 않았다. 앞서 김수빈 역으로 낙점됐던 배우 임새론이 음주사고 논란으로 하차해 정수빈이 늦게 김수빈으로 합류한 것. 이에 정수빈은 "부담감을 인정하고 최선을 다했다"며 "제가 그리는 김수빈을 감독님에게 솔직하게 보여드렸을 때 '새롭게 느껴지는 수빈이로 해보고 싶다'고 해주셔서 감사했다. 또 모든 분들이 새로운 김수빈을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을 텐데 첫 촬영부터 '수빈이 안녕'이라며 저를 받아주더라. 너무 감사했다"고 회상했다.

트롤리 정수빈 / 사진=팽현준 기자


정수빈은 김수빈 역을 통해 남자친구의 죽음, 임신과 유산을 경험한 아픔을 표현하고, 인물이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열연했다. 공교롭게도 자신의 본명과 역할 이름이 같아 도움이 됐다고.

정수빈은 "대본을 흥미롭게 읽었다. (김)수빈이가 하는 행동이 저와 달라 신기하면서도 나와 이름은 같지만 이런 아픔을 가지고 사는 구나라는 점을 느꼈다. 동시에 따뜻함도 느꼈다. 그래서 불편감 없이 수빈이를 제일 크게 위로를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수빈의 서사를 심도 있게 파악했던 정수빈이다. 그는 "엄마한테 사랑을 받지 못했던 인물이고 척박한 삶을 살아나가야 해 어른을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이 있다. 원치 않는 임신도 하게 돼 어머니를 찾아갔는데 거절당한다. 하지만 김혜주에게는 따뜻함을 느낀다. 여기에 남중도가 아들 남지훈(정택현)을 죽였다는 확신과 성폭행 사실을 알고 피해자 편에 서서 모든 것을 폭로하게 된다. 자기 만을 지킬줄 알았던 사람이 누군가를 지킬 사람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역할에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자신의 진심을 숨기고 살았던 친구다. 후엔 따뜻함에 얼음이 녹듯이 진심을 드러낸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진심이 전달되기 바랐다. 수빈이가 생각하는 속이야기를 크게 얘기하고 싶었고, 내면을 좀 더 예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트롤리'는 매 회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로 시청자들을 놀라게 한 바 있다. 정수빈 역시 각 인물들이 숨기고 있는 비밀에 대해 처음엔 알지 못했다고. 정수빈은 "제 안의 서사로서 연기하는 측면들이 많았기 때문에 어떤 말이 거짓말이고 진위여부를 판별하기 위해 다른 측면을 준비하게 됐다. 한국사 도표 정리하듯이 연기했던 것 같다. 많은 비밀 연기를 선택적으로 해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트롤리 정수빈 / 사진=팽현준 기자


갑작스러운 유산 장면도 정수빈에겐 배움이자 도전이었다. 정수빈은 "첫 촬영이 유산 장면이었다. 실제 아픔이 있는 분들에게 불편감을 주고 싶지 않아서 산부인과에 자문을 구했다. 알아보니 대한민국의 3분의 1이 겪는 아픔이더라. 여태껏 희소한 경험이라고 생각했기에 놀랐다"고 솔직히 말했다.

조심스러운 부분이기 때문에 정보 수집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정수빈은 "유산을 겪은 후 마음에 대한 공유가 필요했다.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얻었다"며 "고통의 수치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촬영할 때 변주를 주기도 했다. 유산 이후의 몸의 변화 마음의 변화를 알게 되니까 풍부하게 연기하게 됐다"고 다부지게 얘기했다.

정수빈은 비단 이번 '트롤리' 뿐만 아니라 '소년심판' '3인칭 복수'에선 학교 폭력 피해자, '아일랜드'에선 불법 촬영 피해자 등 아픔 있는 캐릭터를 다수 연기했다. 이에 그는 "'소년심판' 때는 촉법소년에 대해 처음 공부해 보면서 많은 게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느꼈다. 배우로서 사회적인 목소리를 낼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을 이번 '트롤리'로도 배웠다. '아일랜드'에서도 불법 촬영 피해자를 연기하면서 많이 조사해 봤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역할을 맡을 때마다 함부로 대하지 말고 쉽게 표현하지 말자고 다짐하게 된다. 또한 나와 겪는 아픔을 겪는 사람이 누군가가 보면 나만 그런 게 아니라고, 일어날 수 있는 힘을 드리고 싶었다"며 "위로, 응원을 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역할에 임했다. 감사한 건 정수빈이 아닌 해당 인물로 봐주는 게 많더라. 인물이 위로받고 있으니 그게 더 감사하다"고 미소 지었다.

트롤리 정수빈 / 사진=팽현준 기자


내면의 단단함이 느껴지는 정수빈이다. 고3 시절 배우의 꿈을 갖게 돼 연기학원을 다니며 학업을 병행, 당당히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를 졸업했다. 차분히 내공을 쌓아온 정수빈은 2019년 데뷔 후 지난해에만 연달아 세 작품에 출연하고 첫 주연작을 꿰찼다. 이에 그는 자신의 강점으로 '성실함'을 꼽았다.

정수빈은 "3년 내내 모범생이었다. 부모님이 학교와 시간 약속은 중요하다고 늘 강조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며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저는 몸으로 부딪히는 성격의 사람이고, 노력하면 된다는 걸 늘 겪고 있다. 학교에서도 출중한 사람을 뽑기보다는 성실함을 가르쳐준다. 그런 지점이 이어져 여러 대본을 받게 되는 기회가 됐고, 열심히 하자는 태도를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인으로서 더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고 싶은 열정도 내보였다. 정수빈은 "청춘물, 유쾌한 작품을 해보고 싶기도 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해볼 수 있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 또 응원을 해주는 것도 좋지만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처럼 막연히 묵묵히 있어도 좋다는 작품도 해보고 싶다"고 눈을 빛냈다.

정수빈은 끝으로 "너무 많은 작품을 통해 단단해질 수 있었다. 감사함을 또 다른 작품으로 보여드리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 이번 계기로 좋은 걸 얻었다. 배우로서 깊은 고민을 갖고 다음 작품으로 돌아올 때는 제가 무언가를 드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다부진 목표를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스투 주요뉴스
최신 뉴스
포토 뉴스

기사 목록

스포츠투데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