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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레전드' 박항서 감독 "2년, 3년은 현장에서 할 수 있어"
작성 : 2023년 02월 14일(화) 18:26

사진=방규현 기자

[인천국제공항=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체력적으로 봤을 때 2년에서 3년정도는 현장에서 더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앞으로 있을 자신의 행보에 대해 힌트를 던졌다.

박항서 감독은 1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축구의 역사를 새로 쓴 인물이다. 지난 2002 국제축구연맹(FIFA) 한·일 월드컵에서 수석코치로 히딩크 감독을 보좌해 한국의 4강 진출을 견인하기도 했던 그는 2017년 베트남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베트남 성인 대표팀은 물론 23세 이하(U-23) 대표팀 지휘봉까지 잡은 그는 아시아 축구의 변방이던 베트남을 만만치 않은 강호로 발전시켰다.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준우승이 그 시작이었다. 동남아시아 국가가 이 대회에서 준우승을 달성한 것은 베트남이 처음이었다. 이어 박 감독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베트남 역사상 최초로 팀을 4강에 올려놨다.

기세가 오른 박 감독의 베트남은 이후 2018 스즈키컵(현 미쓰비시컵)에서 지난 2008년 대회 이후 10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을 비롯해 아시아의 강호들이 모두 출전하는 2019 AFC 아시안컵에서는 8강에 올랐으며, 2019 동남아시안(SEA) 게임에서도 60년 만의 우승을 달성했다.

2020 동남아시안 게임에서 대회 2연패에 성공했지만, 박항서 감독은 만족하지 않았다. 베트남 역대 최초로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최종 예선 진출이라는 업적을 달성했다. 비록 동아시아 축구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카타르월드컵 본선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2022년 2월 중국전(3-1 승), 2022년 3월 30일 일본전(1-1 무승부) 등 아시아의 강호들을 상대로 승점 4점을 획득하며 베트남이 더 이상 축구의 변방이 아님을 증명했다.

이후 박 감독은 지난 1월 펼쳐진 2022 미쓰비시컵에서 준우승을 거둔 뒤 베트남 대표팀의 지휘봉을 내려놨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박 감독은 "베트남 감독을 맡은 지 5년 4개월이 지났다. 한국에 돌아왔는데 이렇게 많은 취재진이 올 줄 몰랐다.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해당 기간 동안 나름대로 책임감을 가지고 잘했다고 생각한다. 베트남 감독 기간의 관심도 감사하고 큰 원동력이 됐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 박 감독은 "베트남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국민들의 격려가 없었다면 쉽지 않은 생활이 됐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응원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베트남 팬들에 대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러면서 박 감독은 "(베트남에) 5년 동안 있었기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감독직은 수행할 마음이 없어 유소년 쪽이나 다른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많은 곳에서 하자고는 이야기하는데 유소년은 타국 사람이 베트남에서 하기에는 쉽지 않다. 연결고리 역할은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그동안의 성과를 인정받아 베트남 항공사로부터 평생 무료 항공권을 제공 받았다. 뿐만 아니라 베트남 정부로부터는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박 감독은 먼저 항공권 제공에 대해 "너무 감사하다. 처음에는 1년인 줄 알았는데 평생이었다. 베트남과의 연결고리를 계속 가지자는 의미로 생각한다"면서 표창장 수여에 대해서는 "가기 전에 협회에서 식사하자고 해서 갔는데 체육부 장관, 협회 관련 인사들이 오셔서 송별회를 해줬다. 수고했다는 의미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베트남 축구에 수 많은 역사를 써 내려온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생활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일까.

"팬 미팅 때 처음으로 베트남에서 98경기를 했다는 것을 알았다. 100경기를 하고 나올 것을 그랬다"고 기자들에게 농담을 건네기도 한 박 감독은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치른 AFC 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에는 시스템도 거의 없었으며 베트남과는 달리 춥고 눈이 내렸다. 그래서 유독 기억에 남는 것 같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지난 미쓰비시컵에서 박 감독은 인도네시아 신태용 감독과의 신경전으로 많은 관심을 끌었다. 마침 신 감독은 오는 5월 안방에서 펼쳐지는 2023 인도네시아 20세 이하(U-20) 월드컵을 앞두고 있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후배하고 앙금 질 일은 없다. 서로 중요한 시합을 앞두고 신경전을 할 수 있으며 언론이 전체적인 맥락은 이야기 하지 않고 중간만 이야기 하다 보면 저도 그렇고 신 감독도 기분 나쁠 수 있다. 신태용 감독이든 다른 감독이든 인터뷰에서는 서로 비하할 필요가 없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신 감독도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있다. 존재감을 다시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신태용 감독의 선전을 바랐다.

앞으로 박 감독이 다른 팀의 사령탑을 맡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그는 "베트남에서는 잘 마무리했는데 쉽게 다른 팀으로 가는 건 옳지 않다. 한국에는 후배들이 잘해주고 있다. 한국과 베트남에서는 감독을 할 생각이 없다"면서도 "체력적으로 2-3년 정도는 현장이 가능할 것 같다. 회사와 논의를 해봐야 한다. 아직 거취가 정해지지 않았기에 특별한 목표는 없다. 다만 현장으로 돌아간다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초심을 가지려 한다"고 힘줘 말했다.

박 감독은 지난달 17일 화상을 통한 국내 취재진과의 기자회견에서 마이클 뮐러(독일) 기술위원장을 선임한 대한축구협회에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그날 인터뷰를 하고 나서 아들에게 혼났다. 한국축구를 떠난 지 오래 돼 전체적인 분위기도 모르는 상황에서 쓸데없는 이야기를 했다고 혼났다"며 너털웃음을 지은 뒤 "제가 한국에서 5년 동안 떠나 있어 아직 파악이 안 돼 있다. 이 문제는 제가 전혀 모르고 있기 때문에 들어보고 이야기하겠다"고 했다.

다만 박 감독은 자신의 생각은 분명히 전했다. 그는 "여전히 기술위원장은 자국 사람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가 인사권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이러쿵저러쿵 하지는 못하지만, 바람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소신발언을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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