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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 류경수 "스스로를 믿고, 주문을 걸어요" [인터뷰]
작성 : 2023년 02월 03일(금) 11:02

정이 류경수 인터뷰 / 사진=넷플릭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류경수는 고민이 많다. 인터뷰를 하면서도 작품에 대한 끝없는 고민과 걱정을 쏟아내며 입술을 뜯기도 한다. 그렇게 탄생한 류경수 표 캐릭터들은 작품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고뇌의 순간들을 작품 속 존재감으로 재탄생시키는 류경수다.

벌써 두 번째 전 세계 1위다. 류경수는 앞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연출 연상호·제작 넷플릭스)에 이어 영화 '정이'(연출 연상호·제작 넷플릭스)로 또 한 번 전 세계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정이'는 기후변화로 폐허가 된 지구를 벗어나 이주한 쉘터에서 발생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설적인 용병 정이(김현주)의 뇌를 복제, 최고의 전투 A.I.를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SF 영화다.

넷플릭스에서 두 번째 1위 기록을 남긴 류경수는 "딴 세계 있는 것 같다. 전 세계 1위라고 하니 감사할 뿐"이라며 "우리나라의 '기생충'이나 '오징어 게임' 등 콘텐츠 시장이 커지고 많은 사랑을 받는 것 같아서 희망적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류경수는 '지옥'에 이어 두 번째로 연상호 감독과 선배 배우 김현주를 만났다. 여기에 故 강수연도 함께였다. 이제 막 루키를 벗어난 류경수의 입장에선 영광의 영광이었다.

이에 대해 류경수는 "처음엔 너무 부담됐다. 제가 김현주 선배의 연기에 대해 무슨 할 말이 있겠냐. 강수연 선배는 '레전드'다. 다만 제가 어떻게 해야 폐를 끼치지 않을지 고민했다"며 "너무 고민이 돼서 연습실까지 직접 잡아서 연습했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정이 류경수 인터뷰 / 사진=넷플릭스 제공


극 중 류경수는 정이의 뇌복제 실험을 꼭 성공시켜야 하는 크로노이드 연구소장 상훈 역을 맡았다. 리액션도 과하고, 위트 있는 척 하지만 사실상 누구보다 권위적인 인물이다. 유머러스함을 앞세웠지만, 상훈은 크로노이드 연구소에서 누구보다 '불편'한 인물이다.

류경수는 "처음 상훈에 대해 생각했던 건 만났을 때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사람이길 바랐다. 목소리도 크고, 동작도 커서 보시는 분들이 상훈을 불편한 사람으로 인식하시길 바랐다"며 "후반부에 상훈의 정체가 밝혀지면 조금 더 여러 생각이 드실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류경수의 고민 덕에 만들어진 상훈은 그야말로 연상호 감독에겐 '찰떡'이었다. 연상호 감독은 매체 인터뷰를 통해 류경수의 캐릭터 해석에 거듭 고마움을 전했다. 이에 대해 류경수는 "번개처럼 떠오른 게 아니었다. 정말 엄청난 고통의 과정이 있었다. 스스로 부담스럽고 창피한 순간도 있었는데 그렇다고 제가 결정한 캐릭터 디자인을 덜 표현할 순 없었다. 충분히 표현해 줘야 효과적 일거라고 생각했다. 일단 스스로를 믿고, 저에게 주문을 걸었다"고 말했다.

이는 모두 연상호 감독을 향한 류경수의 믿음이 기반됐다. 류경수는 "감독님과 저는 별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 저도 사실 감독님이 어떤 생각이신지 모르겠다. 다만 저는 감독님을 믿고 간다. 감독님 머릿속에 있는 그림들이 명확해서 저도 그 장면들을 잘 수행해 나갔다"며 "근데 칭찬이 없으셨다. 그래서 계속 불안에 떨면서 했다. '이게 맞는 건가' 항상 생각했다"고 웃음을 보였다.

'지옥'에 이어 '정이'로 재회한 연상호 감독과 류경수는 마치 영화 속 회장님과 상훈의 관계 같다. 회장님을 향한 상훈의 애정이 마치 연상호 감독에 대한 류경수와 같다. 류경수는 "제가 리액션이 큰 편이다. 웃음이 많기도 하고 못 참는다. 감독님이 개그를 하시면 제가 온몸으로 넘어지면서 웃는다. 그렇게까지 웃으니까 감독님이 만족해하신다"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정이'에서 류경수는 귀여운 막내다. 대선배 강수연을 비롯해 김현주와 호흡을 맞췄다. 류경수는 "선배들이랑 호흡을 맞추고 싶었다. 그들에게서 많은 것을 듣고 싶기 때문"이라며 "제 스스로 해나가야 하는 지점도 많겠지만, 선배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싶다. 아직은 제가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낀다. 그럴 때 팁을 얻고 싶다"고 말했다.

정이 류경수 인터뷰 / 사진=넷플릭스 제공


특히 류경수가 맡은 상훈은 '정이' 속에서 가장 튀는 인물이다. A.I.인 정이와 그의 딸 윤서현(강수연)의 감정이 절제돼 있다면, 상훈은 그와 상반되게 한없이 감정적이고, 솔직하다.

류경수는 "만약 누군가가 제 연기를 막았다면, 저는 표현이 잘 안 나왔을 거다. 상훈은 더 과감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캐릭터다. 그래서 선배들이 제가 그런 걸 표현할 수 있도록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상훈과 가장 많이 맞붙는 인물은 윤서현이다. 극 중 두 사람은 선명한 수직관계다. 그러나 실제로 대선배인 강수연을 첫 만남에서 류경수는 그야말로 긴장의 연속이었다.

강수연과 첫 만남을 회상하던 류경수는 "너무 대배우시다. 배우 중에서도 배우시다. 근데 근데 오래 활동을 안 하셨다 보니 제 주변에 선배와 작업을 해보신 분이 없었다"며 "제가 함께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 첫 만남 때 너무 긴장했는데 마치 저를 알고 있는 사람처럼 인사해주셔서 너무 편해졌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류경수는 "선배가 모니터 앞 의자에 앉아계시면 거대한 산 같았다. 범접할 수 없었다. 저는 미생물 같았다"며 "선배가 따로 말씀을 안 하셔도 사람을 대하는 모습을 볼 때면 제가 그동안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한다고 예민하게 굴었나 싶다. 선배가 몸으로 몸소 보여주신 것들이 너무 멋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정이 류경수 인터뷰 / 사진=넷플릭스 제공


2007년 SBS 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로 데뷔한 류경수는 여러 작품에 출연했으나 마냥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런 그를 대중에 각인시킨 건 2020년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였다. 이를 필두로 류경수는 넷플릭스 '지옥', 영화 '인질' '대무가' 등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

자신의 지난 시간을 회상하던 류경수는 "여태 잘 버텼다는 것만으로도 제 자신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게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어렵고 불안정한 시간을 어떻게 버텼는지 다행스럽다. 지금은 연기를 계속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털어놨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류경수는 굵직한 작품으로 대중 앞에 섰다. 이에 대해 류경수는 "배우는 부름을 받아야 하는 직업이다.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다른 일을 하시는 분들이 계속 출퇴근하듯이 일을 하고 있다. 모든 직업이 다 대단하고 위대하다. 저 역시 배우로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울러 류경수는 "작품에 대한 호불호는 그걸 보신 분이 느끼는 것이다. 각자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그날의 기분에 따라 작품을 보시는 시선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저는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많은 분들이 좋아하실까에 대해 고민한다. 그건 제 몫이다. 제가 정답이라고 생각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정답은 없다. 그걸 만들어내는 것이 제가 가진 성의인 것 같다"고 인사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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