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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 연상호 감독이 택한 이질적인 조합 [인터뷰]
작성 : 2023년 01월 25일(수) 00:11

정이 연상호 감독 / 사진=넷플릭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연니버스'(연상호+유니버스)가 확장됐다. 이번엔 고전적인 멜로 형식을 곁들인 SF물이다. 낯선 요소들을 쉽게 표현하고 싶었다는 연상호 감독의 고민이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냈다.

'정이'는 기후변화로 폐허가 된 지구를 벗어나 이주한 셸터에서 발생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설적인 용병 정이(김현주)의 뇌를 복제, 최고의 전투 A.I.를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SF 영화다.

연상호는 그간 '부산행' '괴이' '지옥' 등 작품으로 자신만의 디스토피아를 구축해 왔다. 좀비, 민간 신앙 등 늘 창의적인 소재로 주목받았던 그가 이번에는 로봇과 신파란 낯선 조합을 택했다.

연상호 감독은 기획 의도에 대해 "SF물이 먼저인지 멜로가 먼저인지는 모르겠다. 동시일 수도 있다. 흔히 신파라는 표현에 감탄할 때쯤이었다. 신파와 SF가 결합된다면 어떨까 싶었다"고 밝혔다.

특히 신파의 강렬함을 '정이'에 담아내고 싶었다는 그다. 연상호는 "'부산행'을 찍을 당시 배우 공유가 극 중 딸과 헤어지는 장면이 있다. 그 신을 찍기 전날 밤 잠을 못 잤다. 감정선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날 연출하면서 너무 울었던 것 같다. 통상적인 신파 장면과는 다른 정교함 같은 것들을 느꼈다. 대중들을 울린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인어른에게 '정이'가 뭔지 살짝 보여드린 적이 있다. 로봇이 나오는 걸 보고 '너무 허무맹랑하다'더라. 장인어른의 시각이 가장 대중적인 시각인 것 같다. 얼마나 낯설겠냐. 하지만 이러한 낯설음을 아주 쉽게 표할 수 있는 작품이 뭘까에 대한 고민으로 '정이'를 기획한 것 같다"며 "메시지나 주제가 얕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곱씹을수록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었으면 했다"고 덧붙였다.

정이 / 사진=넷플릭스 제공


'정이'는 작전 실패로 식물인간이 된 엄마 정이(김현주)와 딸 서현(강수연)의 이야기를 담았다. 서현은 정이가 35년간 캡슐에 있을 동안 전투 로봇 '정이' 프로젝트 연구 팀장이 됐다. 그는 자신의 수술비를 벌려다 변을 당한 엄마에 대한 죄책감으로 끝내 정이를 해방시키며, 모녀관계를 끊어낸다. 연상호 감독이 그리고자 했던 신파적 요소와 '정이' 속 메시지가 강조되는 부분이다.

특히 모녀의 관계성을 끊어낸 서현의 감정이 잘 전달돼야 했다. 이를 연기한 배우 강수연의 연기는 전율 그 자체였다고 한다. 연 감독은 "고전적이고 우아한 표현주의적 연기를 하셨던 강수연을 떠올리는 순간 '정이'가 굉장히 컨셉추얼 하게 느껴졌다"며 "강수연과 얘기를 할 때 초반에 될 수 있는 만큼 감정을 많이 표현하지 말잔 얘기를 했다. 나중엔 강수연에게 100%을 표현해 주면 40%는 감추겠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강수연이 150%를 하더라. 현장에선 전율이었다"고 감탄했다.

누구보다 '정이'에 열정을 쏟아부었던 강수연이다. 하지만 작품 공개를 앞두고 지난해 5월 세상을 떠났다. 연 감독은 "'10개월 정도 후반 작업도 함께 마쳤는데, 그 이후 돌아가셨다. 이 영화가 강수연 배우의 이야기라고 생각을 했다. 어렸을 때 데뷔를 해서 보통 아이들의 유년시절을 가지지 못해 아쉽다란 얘기를 하셨다. 대중 속 아이콘으로 오랫동안 살아오셨던 분이란 생각이 든다. 후반 작업을 하면서 서현이나 정이가 강수연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다"고 그리움을 전했다.

정이 역의 배우 김현주도 연상호 감독의 확신 있는 선택이었다. 앞서 '지옥'에 이어 두째로 호흡을 맞춘 것이기도 했다. 그는 "가장 믿을 수 있는 배우들과 작업하고 싶었다"며 "김현주의 정이 룩테스트를 보고 확신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어 "김현주와 강수연 배우의 호흡이 너무 잘 맞았다. 또 이번에 김현주는 액션 트레이닝은 많이 하지 않았다. '지옥' 때 했던 경험으로 '정이'를 이어 촬영한 것이다. 본인도 이런 액션 영화를 하게 될 줄 몰랐을 것"이라고 웃엇다.

정이 연상호 감독 / 사진=넷플릭스 제공


화려한 액션신과 더불어 SF적 요소를 살리는 CG는 '정이'의 큰 볼거리다. 연상호 감독은 "뼈를 갈았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사실 많은 양의 CG 때문에 두렵긴 했다. 후반 작업까지 계속 빈 화면으로 있다 보니 걱정됐다. 마지막까지 CG팀에서 심여를 기울여서 해줬다. 사운드팀도 엄청 공들였다. 그간의 쌓아온 노하우들을 집약한 작품"이라고 자신했다.

또한 작품에는 SF물을 처음 접했던 소년 연상호의 감성도 담겼다. 연 감독은 "어릴 때 본 영화 'A.I', '토탈리콜', 단편 소설 '사기꾼 로못' 등은 SF물의 명작이다. '정이'는 어릴 때 본 SF물을 총망라한 결과물"이라며 "아는 사람이 '정이'를 보더니 감독의 연식이 보인다고 하더라. 요즘 SF는 미니멀하지 이렇게 울퉁불퉁한 공장이 나오진 않는다고. 그저 어렸을 때 봤던 추억을 재현하고자 하는 마음이 담긴 것 같다"고 웃었다.

여기에 제목을 정이로 택한 이유도 있었다. 연 감독은 "이질적인 요소의 결합에 눈이 많이 가는 편이다. '블레이드 러너' 같은 영화 같은 보면 일본식 선술식 장면이 나오는데 충격을 받았다. 우리가 생각하는 SF는 현실과 떨어진 걸 떠올리는데 익숙한 것과의 이질적인 결합에서 흥미를 느꼈다. '공각기동대' 같은 경우에도 홍콩 뒷골목 같은 것을 펼쳐놓지 않냐. 사이버 펑크가 갖는 갭, 그런 부분에 흥미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정이 연상호 감독 / 사진=넷플릭스 제공


'정이'를 통해 또 다른 세계관을 보여준 연상호 감독이다. 영감은 어디에서 받냐는 질문을 받자 "옛날에 좋아했던 작품을 다시 본다. 새로운 작품을 많이 봐야 하는데, 예전에 재밌게 봤던 작품을 다시 보게 된다. 예전에 봤던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다. 최근 '슬램덩크'를 보다 공 튀기는 장면에서 울었다. 그런 경향이 있다. 예전에 봤던 작품을 복기하는 데서 얻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대부분의 영감은 디스토피아적인 작품으로 이어졌다. 좀 더 대중적인 작품보다 연 감독만의 '연니버스'를 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꽂이는 걸 작업하는 것이 저의 원동력이 된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걸 늘 알면서도 이번까지만 이렇게 해봐야지 한다. 뭔가가 꽂이는 게 있으면 그거에 빠져서 하게 된다"고 솔직히 답했다.

이번에 연상호 마음에 꽂인 건 '정이'의 이질적인 조합이다. 연 감독은 "작품 할 때마다 긴장감을 하고 작업을 하기 때문에 이번엔 어떨까라고 긴장하고 있다. '정이'가 얼마만큼 관객에게 닿을 수 있을까, 기획할 때 생각했던 부분들이 관객에게 잘 전달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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