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라디오스타' 여러 위기를 거쳐 더욱 단단해진 모습으로 MBC 장수 예능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2007년 5월 30일 '황금어장' 코너에서 출발한 '라디오스타'는 당시 인기 코너였던 '무릎팍도사'에 밀려 고작 5분 편성되는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이 마저도 '라디오스타'는 스스로를 웃음거리 삼아 시청자에게 웃음을 전했고, 많은 토크쇼가 생기고 사라진 16년이란 시간에도 굳건하게 토크쇼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자리가 있기까지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긴 시간만큼 위기도 많았다.
웃음으로 승화했다고 하지만 초창기 앞선 코너의 인기에 밀려 '5분 편성'은 굴욕적인 기록인 것은 분명했다. 방송 끝에 "다음 주에 만나요 제발~"이라는 시그니처 마무리멘트 역시, '무릎팍도사' 인기에 밀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혹은 방송은 제대로 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을 '자학개그'로 승화시킨 격이다.
MC 교체 이슈도 빠질 수 없다. 초창기부터 MC로 활약하던 신정환은 다수의 방송에서 활약하다 2010년 해외원정도박 사건으로 비판받았다. 게다가 귀국을 미루기 위해 전염병인 뎅기열을 핑계로 거짓말을 하다 대중의 신뢰를 잃었다. 여론이 크게 악화되자 해외에서 도피생활을 하다 귀국했지만 '라디오스타'는 물론 방송가에 복귀하는 것은 힘들어졌다.
지난해 9월엔 시청률이 2%대로 내려앉는 굴욕도 맛봤다. '라디오스타'의 부진을 두고 일각에서는 초창기의 '독한 맛'이 사라졌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지만, '라디오스타'는 지금의 방송 분위기에 맞춰 변화했을 뿐이다.
과거 '라디오스타'는 꽤나 예민한 이슈를 직설적으로 다루거나 논란 중심에 선 연예인을 초대하는 것만 아니라 MC들도 독한 질문과 돌직구 등으로 '라디오스타'의 색깔을 만들었다. 그러나 시청자의 감수성과 시대상이 바뀌면서 과격한 언사가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나 '독설'의 대명사였던 김구라는 게스트 중 한명이었던 김생민을 조롱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거센 항의와 함께 김구라 퇴출 청원까지 쏟아지고 더 나아가 프로그램 폐지 요구까지 빗발치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라디오스타'는 MC가 주인공이 아닌 게스트가 주인공이란 마음가짐, 시대에 발맞춘 변화로 버텨냈다. 안영미는 "매번 논란이 있고 독하기만 하면 지금 시대에는 장수하기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게스트 분들도 순해져서 더 편하게 놀 수 있는 놀이터 같은 장소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윤화 PD 역시 "800회 녹화특집할 때 김준현 씨가 족발집 씨육수 같다는 표현을 해주셨는데 모나기도 하고 좌충우돌하던 MC형들이나 새롭게 오신 안영미 씨도 그렇고 푹 고아진 맛을 익숙해지면서 편안한 맛으로 받아들이시는 것 같다. 저는 연출자로서 게스트가 새로움의 요소라고 생각한다. 게스트가 그 회차의 주인공이면서 신선한 재료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어떻게 맛있게 끓여낼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극적인 맛도 계속 먹다 보면 새롭고 다채롭기보다 오히려 역치가 높아져 그다음엔 더, 더더 자극적인 맛을 찾게 된다. '라디오스타'는 자극적 매운맛 대신 새로운 예능 캐릭터 발굴에도 힘썼다. 또 게스트를 빛내기 위해 기꺼이 친절한 광대가 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화제성에 매몰돼 누가 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가를 다투는 예능들 사이 오히려 '라디오스타'가 빛나는 이유다.
많은 토크쇼가 생기고 사라지는 사이, '라디오스타'는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도 16년 동안 1434명의 게스트가 거쳐간 인기 토크쇼로서 시청자의 곁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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