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배우 이재욱은 2018년에 데뷔해 5년을 쉴 틈 없이 달렸지만, 자신을 여전히 '신인'이라고 지칭했다. 무리를 하더라도 계속해 연기 활동으로 자신을 증명하기 위함일까. 조급함이 섞이면 흔들리기 십상. 그러나 이재욱은 대체불가 매력이라는 단단한 기반을 바탕으로 계속 도전하고, 성장하고자 했다.
5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tvN 토일드라마 '환혼: 빛과 그림자'의 배우 이재욱과 작품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환혼'은 지난 8일 파트2까지 종영하며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극 중 이재욱은 대호국 장 씨 집안 도련님인 장욱 역으로 분했다. 파트2에서 장욱은 3년 전 사건으로 죽음 끝에서 '얼음돌'을 몸에 지닌 채 살아돌아와, 환혼인을 퇴치하는 '괴물 잡는 괴물'로 불렸다. 겨우 살아났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칼을 맞는 가슴 아픈 사연으로 웃음을 잃은 채 살다 낙수의 얼굴을 지닌 진부연(고윤정)을 만나 변화를 겪는 인물.
파트1과 2에서 장욱이란 캐릭터가 겪은 변화가 크다보니 연기하는 것도 쉽지 않을 듯했다. 이재욱은 "작가님과 리딩할 때도 (파트1의 장욱과 파트2의 장욱을) 다른 인물로 생각하고 구성하면 좋겠다고 말씀 주셨다. 저도 다른 캐릭터를 보여드리기 위해 이전의 욱이를 모두 빼고 딱딱한 모습으로 캐릭터를 구성했다"라고 설명했다.
파트1과 2의 장욱을 완전히 다른 인물이라는 생각으로 연기했다는 이재욱. 파트1에서 잔망스러운 모습은 덜어내고, 말을 아끼는 식으로 말투부터 찬찬히 변화를 끌어냈다고.
그렇다고 해도 분명 어려운 연기였다. 이재욱은 "바로 스위치 됐다기보다 초반에는 분명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작가님들이 재미있는 설정을 잘 쓰시는 분들이라 연기하기도 전에 웃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런 모습으로 (파트1을) 1년 동안 촬영하고 파트2에 임하려니 훨씬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환혼'은 가상의 대호국을 배경으로 하는 사극 판타지 장르다. 어려운 사극과 판타지를 합친 장르에 이재욱도 당황스러움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아시다시피 어려운 설정이고 상황도 생소하다 느꼈다. 그래서 이미지를 구현하는 게 힘들었다. 공간이나 새로운 설정값이 (현실에 없는) 새로운 설정값이 들어간 대본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환혼' 출연을 이미 한 번 거절한 적 있다고. 이재욱은 "자라오면서 봤던 작가님과 감독님이기도 했고 제가 짐이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다. 장욱이란 캐릭터가 입체적이라 문득 겁이 났던 거 같다"고 고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재욱은 "어렵기도 했고 소화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했는데, 제가 도전을 장점으로 두고 있는 사람인 거 같아서 그 마음 하나로 도전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배우 입장에서 만족하고 있다. 언제 또 만날지 모르는 설정의 드라마라 잘 마무리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며 자신의 도전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판타지다보니 CG 작업도 다수 필요했다. 이재욱은 "팔이 통제가 안 된다거나, 수기(水氣)를 공중에 쳐낸다는 등 물리적으로 보이지 않는 CG를 머리에서 구상하기 힘들었다. 많은 레퍼런스를 참고하고 무술팀과 사전에 연습을 많이 해서 액션은 잘 짜여서 준비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다른 배우들보다 액션씬이 많다 보니 촬영 3개월 전부터 액션 연습을 하며 준비했다는 이재욱은 이번 작품을 통해 검을 사용하는 액션에 많은 매력을 느꼈다고 밝혔다. 물론 여느 액션이 그렇듯 경미한 부상도 있었지만 이재욱은 "원만하게 촬영한 거 같다. 아무도 크게 안 다치고 마무리된 것 같아 다행이다"라고 의연하게 말했다.
시청자 반응도 꼼꼼히 살폈던 이재욱은 가장 인상적인 반응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시즌3 해주세요'를 꼽았다. "무섭기도 하고 감사한 말인 거 같다"라고 너스레 떨면서 "그만큼 이야기를 재미있게 봐주신 거 같고, 그런데 신인배우가 소화하기엔 호흡이 긴 작품이었던지라 여러모로 기억에 남았다"고 이야기했다.
'환혼'은 넷플릭스 글로벌 TV(비영어) 부문 톱10에도 오르며 세계적으로도 많은 사랑받았다. 이 덕분에 이재욱의 SNS에서도 해외팬들의 흔적이 많이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기세를 이어 이재욱은 아시아 투어 팬미팅에도 나선다. 팬들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무대가 있는지 묻자, 이재욱은 "특출난 장기가 없다. 그나마 보여드릴 수 있는 게 노래라고 생각해서 노래 연습도 하고 수업도 받고 있다"라며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게임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서 회사와 열심히 구상 중이다"라고 귀띔했다.
연기를 하지 않을 때는 '생각 비우기'로 시간을 보낸다고 말한 이재욱은 "클레이로 오브제를 만들곤 한다. 10개 중 1개가 완성되면 다행인 수준이지만, 심리적으로 아무 생각 안 하고 집중할 수 있는 걸 찾다보니 클레이를 많이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직접 만든 오브제를 선물도 하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주워왔냐는 소리 들을까 봐 혼자 간직하고 있다(웃음)"라고 답했다.
클레이만 아니라 2023년엔 바디프로필에도 도전하고 도전하고 싶다고 말하는 이재욱. 도전을 즐기는 그는 '환혼'이란 도전을 통해서도 성취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런 긴 호흡이 처음이라 경험 자체가 소중했다. 또 민현, 수호, 인수, 아린 등 좋은 배우들도 만나서 보람찬 작품이었다"고 이야기했다.
무명 시절이랄 게 없이 연기 첫 데뷔 작품부터 꾸준하게 주목받았던 이재욱이기에 절박하지 않을 것이란 시선도 존재했다. 이재욱은 그러한 시선도 담담하게 받아들이면서 "그래서 더 도전하고 싶은 것도 있다. 계속해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저도 사람인지라 기복도 있고 여러 힘듦이 있는데 그런 시선은 제가 극복해야 할 문제인 거 같다. 좋게 봐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런 시선은 이재욱을 쉴 틈 없이 활동하도록 채찍질 했다.
이재욱은 "지나간 작품에 대해 후회를 많이 한다. '어? 저거 나한테도 들어왔던 작품인데?' 그런데 다른 배우가 하고 있는 걸 보면 물론 아쉽다. 그리고 제가 상대적으로 힘들다고 기회를 놓치면 그 작품은 영영 떠나가 버리는 거다. 힘들더라도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하나하나 더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배우로 데뷔해 5년이란 시간이 눈 깜짝할 새 지나갔다. 이재욱은 "욕심있게 달려서 놓친 부분이 많은 거 같은데 '환혼'은 그런 아쉬움이 덜 하도록 집중할 수 있게 해 준 작품이었다. 다음 작품에서는 더 성장한 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지난 연기생활의 소회를 밝혔다.
짧다면 짧은 시간 많은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재욱은 질문을 받고 잠시 당황스럽다는 듯 웃다가도 "특출 나게 잘생겼다거나 연기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이 대체할 수 없다는 자부심이 저를 단단하게 해주는 거 같다. 그런 부분을 팬들도 매력으로 느껴주시는 거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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