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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영의 레벨업 [인터뷰]
작성 : 2023년 01월 13일(금) 12:03

이준영 / 사진=제이플랙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가수 겸 배우 이준영은 상의 무게를 느낄 줄 아는 사람이었다. 열심히 달려온 활동에 대한 보상이란 생각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두려움까지 느끼는.

이준영이 느끼는 두려움은 다음 스텝을 위한 진통일지도 모르겠다. 경험치를 쌓아 차근차근 레벨업을 위한 성장통말이다.

6개월 정도의 드라마 촬영을 마친 이준영은 가장 먼저 "촬영 기간이 길었던 만큼 기존 작품보다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좀 더 잘할 수 있었을 거 같은데', '이건 이렇게 해봤으면 어땠을까' 모든 배우가 공통적으로 하는 고민이자 후회였다.

이준영이 출연한 MBC 수목드라마 '일당백집사'는 로맨스에 힐링과 휴먼이 함께 있는 작품이다. 따뜻한 메시지가 있는 작품에 참여하면 함께 하는 배우들도 많은 위로를 받곤 하는데, 이준영은 어땠을까. 그는 "첫 화에 김준호 씨의 소원을 들어주는 장면에서 아빠의 마음이 많이 느껴졌다. 되게 애틋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체적으로 고인들의 소원들을 들어주는 장면에서 태희의 관점으로 봐야 하는데 '이준영'의 개인적인 감정들이 많이 올라와서 그걸 잡느라 좀 애 먹었다. 내가 울면 안 되는 장면인데도 이미 눈물이 차 올라서... 그럴 때마다 죄송하다고 말하고 잠깐 정신 차리는 시간을 가진 뒤 촬영했던 기억이 난다"고 털어놓았다.

이준영은 극 중 생활 심부름 서비스 '일당백'의 직원 김태희로 분했다. 자신과 싱크로율(일치율)이 얼마나 되는 것 같냐는 질문에 50%라고 말했다. "저는 감정 표출을 잘 못하는데 태희는 그런 표현도 잘하고 컨트롤이 가능한 친구인 거 같다. (태희는) 아픔들을 참고 2년이란 시간을 악착같이 버텨와서, 저는 잘 못 참는다. 눈물도 많아서 그런 부분이 좀 다른 거 같다. 비슷한 점이라면 본인의 할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점?"이라고 답했다.

이준영은 작품 초반과 중반 달라지는 흐름과 캐릭터 소화를 위해 많은 연구를 해야 했다. 이준영은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던 지점이 초반에 태희의 성격이 많이 밝았으면 좋겠다고 작가님도 마찬가지였다. 그 지점을 맞추는 작업을 대화를 통해 오래 대화 나눴다. 후반부에는 어차피 무너질 예정이니 전혀 상관없는 다른 사람처럼 보였으면 좋겠다고 해주셔서 그거에 맞게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물론 남모를 과거와 상처가 있는 캐릭터기 때문에 후반부와 연결시키기 위한 일종의 장치가 필요했다. 이준영은 "중간중간 근심 어린 표정을 짓는 등 그런 장치를 설치했다. (그 덕분에) 조금 수월하게 했던 거 같다. 이렇게 밖에 살 수 없었던 이유를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명확하게 하기 위해 신경 많이 썼다"고 설명했다.

이준영 / 사진=제이플랙스 제공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하기 위해서는 외적인 변화도 필요했다. 일부러 살을 7~8kg 찌웠다고. 아이돌 활동 때에 비하면 무려 10kg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준영은 "둥글둥글한 느낌이 더 잘 어울릴 거 같더라. 원래 밥을 잘 안 먹는데 세끼 잘 챙겨 먹어서 조금 불었다. 그런 부분이 귀엽게 작용해 준 거 같더라. 아니었으면 큰일날 뻔했다(웃음)"고 말했다.

'일당백집사'만 아니라 다수의 작품으로 대중을 만나고 있는 중인 이준영. 쉴 새 없이 일하며 이준영은 '키우기 게임'하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레벨업 하고 체력이 깎이기도 하고"라며 "그래서 재미있는 거 같다. 하면 할수록 어렵고 생각이 많아지고 고민할 것도 많아지더라. 재미있게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에 비유했으니, 그렇다면 이준영이 생각하는 자신의 연기레벨은 몇일까. 100만렙 중 고작 12~13레벨 정도라고 말한 이준영은 "느슨해지면 안 된다. 안주하면 끝난다 생각한다"라며 "스스로한테 칭찬을 잘 안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번 '일당백집사'를 통해 찍은 스탯(게임 내 사용자 능력치)이 뭐냐고 묻자, 이준영은 "감정적으로 솔직한 사람이란 걸 알게 됐다. 생각보다 감성적인 사람이구나. 눈물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며 새로운 자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본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항상 캐릭터만 두고 대본을 봤다면 이번엔 내가 다른 캐릭터였을 때 내가 맡을 캐릭터는 어떨까. 좀 더 새롭게 보이더라. 다음 작품할 때도 그렇게 재미있는 걸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룹 유키스 멤버로 아이돌 활동했던 이준영은 '이미테이션', '너의 밤이 되어줄게' 등 아이돌이 직업인 배역을 종종 맡기도 했다. 아이돌이었던 덕분에 직업 고증(?)에 있어 큰 어려움을 느끼진 않았지만, 때때로 극 중 배역이 아닌 가수 이준영이 나와 고생했다고.

그러면서 이준영은 지금도 노래와 춤을 좋아하고 갈증이 남아있어 언젠가 다시 여유 있을 때 다시 가수 활동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은 눈앞에 일에 집중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배우 이준영의 시작은 사실 가수 이준영이었다. 이준영은 "뮤직비디오를 찍는데 엄청 오래 걸리더라. 표정연기를 못해서. 그게 너무 화가 나고 저한테 실망을 많이 했다.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에 (연기를) 시작했는데, 여기에 대사를 추가해 표현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하면서 무작정 독백 대사를 찾아 프린트해 가지고 다니면서 읽고. 맨날 그러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피어난 연기 욕심은 실제 오디션을 보는 것으로 연결됐다. 이준영은 "다 떨어지고 오기가 생겼다"면서, 그가 계속해 오디션을 계속 도전해서 처음 붙은 작품이 '부암동 복수자들'이었다. 본격적인 연기자 이준영의 첫걸음이었다.

"패기만 있었던 거 같아요. 방법도 모르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헤맸는데 좋은 선배들을 많이 만나서 지금까지 연기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미란(라미란) 선배가 '너 내가 연기할 거라 그랬지?' 그러셨어요. 사실 '부암동' 때는 저 연기 못하겠다고 그랬거든요.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왔을 때는 쉬워 보였는데, (막상 해보니) 저는 본업으로 돌아갈 거 같다고 했는데 미란 선배가 힘을 많이 주셨어요. 그래서 덕분에 그 시기를 잘 버티지 않았나 생각해요."

이준영 / 사진=제이플랙스 제공


연기생활을 하면서 'SM플레이'라는 꽤나 파격적 소재를 다룬 작품에 도전하기도 했다. 웹툰 원작의 넷플릭스 영화 '모럴센스'(감독 박현진)는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으로 이준영에게도, 상대 배우였던 서현에게도 큰 도전이었다. "소재자체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기도 하고 그래서 더 준비했던 거 같다. 그분들의 마음을 이해해야 하고. 설득시켜야 하는 입장이라.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좀 더 귀엽게 풀어나간 거 같다"면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자신을 배려해 준 감독님과 서현에게 고마워했다. 덕분에 재미있게 작업했다고.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수식어는 이준영에게 큰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긴 이준영은 일종의 '무기'라고 말했다. 노래, 춤, 연기 모두 가능한 최적의 밸런스를 가진 캐릭터 말이다.

이준영은 연기에 있어 꽤나 완벽주의였다. 쉴 때도 다음 작품 대본을 확인한다는 그는 "어릴 때 선생님이 시험문제는 '교과서에서 나온다'라고 하시지 않나. 이 말이 얼마나 시험에 나올 문제를 잘 '캐치'하느냐의 문제인 거 같더라"며 대본을 교과서처럼 공부한다고 이야기했다. 대본에 대한 집중력과 집착은 상대배우 대사까지 외우는 것이 습관이 돼, 스태프들이 이준영에게 대본과 관련해 물어볼 정도였다고.

2022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AAA)에서 베스트 액터상을 수상하기도 했지만 이준영은 완벽주의 성향 때문인지 기쁨보다는 무게를 훨씬 더 크게 느꼈다. "혼자 테이블에 트로피를 올려놓고 한 시간 정도 생각을 했는데, 책임감이 느껴지는 물건이었다. 기분 좋고 감사하지만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 걸맞은 행동과 연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 거 같다"라며 "상이 좀 무섭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완성된 배우'의 단계에 대해 이준영은 "일단 해석하는 능력이 다채로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단계까지 저는 새발의 피도 못 갔다. 주변에서 얘길 듣고 '내가 놓쳤구나' 싶은 부분이 아직 많다. 그 정도가 되면 너무 좋을 거 같다. 상황에 걸맞게 마음껏 연기할 수 있는 거니까"라고 말했다.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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